T :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르신들께 아주 친숙한 음식을 공부해보려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절기마다 항상 이 음식을 색다르게 만들어 먹었습니다. 쌀이 많이 나는 우리나라에서 잘 만들어 먹었던 이 음식은 무엇일까요?
H : 쌀로 만드는 거니까 떡일 것 같아요.
L : 그렇죠. 명절 때 마다 떡을 해 먹었잖아요. 우리 어렸을 땐 명절에 엄마 따라 떡 방앗간 가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P : 우리 젊을 때는 새 집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동네에 떡을 돌렸어요. 잘 봐달라고 인사 차 떡을 해서 나눠먹었죠.
T : 네. 맞습니다. 오늘은 떡 속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어떤 떡을 자주 드시나요?
A : 저는 떡국 자주 끓여 먹어요. 가래떡을 구워서 꿀을 찍어먹기도 하구요. 입맛 없을 때 참 별미에요.
H : 추석엔 송편도 많이 해 먹죠. 저는 많이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고 곶감 빼먹듯이 빼먹어요. 
L : 잔칫집에 가면 팥 시루떡 많이 주잖아요. 나는 팥 들어 간 게 맛나요. 팥죽도 좋아하고.
P : 나는 쫄깃한 찰떡 좋아해요. 대추랑 밤이랑 콩 잔뜩 넣고 만들어서 건강에도 좋구요.
T : 그럼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떡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을까요?
A : 글쎄요. 아주 오래전부터 쌀이 주식이었으니까 굉장히 오래된 거 같기는 한데, 정확한 시기는 잘 모르겠네요.
T : 사실 조금 어려운 질문입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고구려 / 백제/ 신라)부터 떡을 먹은 기록이 남아있기는 한데요, 사실 떡이 인기 있는 간식으로 자리 잡았던 건 고려시대부터입니다. 고려시대의 종교는 불교여서 살생을 금했는데, 육식을 금하고 차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차와 잘 어울리는 다식(茶食)으로 떡이 발달했던 거죠. 
A : 지난번에 고려시대 불교이야기 배우면서 잠깐 유밀과(한과)이야기도 하셨는데, 그거랑 비슷하네요.
T : 네. 맞습니다. 차와 함께 마실 수 있는 한과와 떡이 발달한 게 고려시대에요. 그럼 다양한 떡이 만들어지고, 심지어 예쁘게 꾸며지기 시작한 건 언제일까요?
P : 고려시대 이후니까 조선시대 아닐까요? 조선시대 여인들의 한복이랑 노리개는 굉장히 섬세하고 예쁘잖아요. 아기자기 하게 만드는 손기술이 발달하면서 음식도 예쁘고 정갈하게 꾸미지 않았을까요?
L :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T : 이전에는 단순히 쪄먹던 떡에, 계절에 따른 꽃을 올려 화전으로도 만들어먹었던 건 조선시대에 이르러서입니다. 
H : 아아! 봄에는 진달래 화전을 만들어 먹죠.
T : 그리고 가을 중양절이 되면 국화꽃을 올려서 국화화전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진달래 화전(왼쪽), 국화 화전

A : 어머! 국화로도 떡을 해먹어요?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요.
T : 지방마다 만들어 먹는 떡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요, 국화로 화전을 만들어 먹는 곳도 있습니다. 그럼 이 사진은 무슨 떡일까요?

H : 그냥 쑥절편 종류가 아닌가요? 요즘 호주 한국마트에서 파는 떡은 모양은 동그랗지 않지만, 쑥으로 만든 절편을 팔잖아요.
T : 많은 어르신들이 이 떡을 쑥절편으로 오해하시기도 하는데요. 사실 이 떡의 이름은 ‘수리취떡’입니다. 안에 찍힌 모양은 무엇일까요?
L : 이것도 꽃 모양처럼 생겼는데요. 
T : 사실 이 수리취떡은 수레바퀴 모양을 찍어 넣은 것입니다. 그리고 ‘장수’를 염원하는 떡이에요.
A : 아하! 수레바퀴처럼 둥근 모양은 끝없이 굴러가니까...아마도 오래 산다는 뜻이 들어가나 보네요. 그런데 만들기도 힘들었겠어요. 혹시 도구를 사용해서 찍는 건가요?
T : 네. 맞습니다. 떡 모양을 찍어내는 도구를 바로 ‘떡살’이라고 합니다. 

H : 어머나! 무슨 도장을 파 놓은 것처럼 생겼어요.
L : 붕어빵 찍어내는 틀처럼 생긴 것도 있네요. 신기해라.
A : 모양을 보니까 하나씩 찍을 수 있는 것도 있고, 길쭉해서 여러 개를 한꺼번에 찍을 수 있는 것도 있네요.
T : 네. 아주 자세히 잘 보셨어요. 조선시대에는 각 집마다 특이한 떡살 무늬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 떡살은 아주 단단한 감나무나 대추나무로 만들어졌고, 정교한 무늬를 조각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떡살을 만드는 데에도 한 달 이상이 걸리곤 했습니다.
P : 그렇구나. 참 우리나라 음식은 정성이 많이 들어가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이 때 나온 거 같아요. 
T : 오늘은 평소 드시던 떡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요. 특히 예쁜 떡을 찍어낼 수 있었던 ‘떡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주에 뵐게요.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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