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목) 오전 9시를 기준으로 한 호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654명으로 지난 24시간동안 7명 증가에 그쳤다. 하루에 7명 이 늘어난 것은 지난 3월 2일(4명) 이후 거의 최소 증가다. 
호주 확진자는 지난 3월 28일 457명 증가로 최악의 정점을 찍은 뒤 4월 1일 303명, 4월 4일 190명으로 줄었다. 4월 10일(97명)부터는 100명 미만으로 하락했고 12일부터 50명 아래로 줄었다. 20일 12명, 21일 22명, 22일 7명을 기록했다.  

이같은 뚜렷한 둔화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외출)제한, 부분-셧다운/록다운 등 규제조치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셧다운 조치 이후 호주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생산비율(effective reproductive rate of the virus)이 1 미만(약 0.8)으로 억제되고 있다. 이는 확진자 1명이 1명 미만을 감염시킨다는 의미다. 1 미만으로 더 낮게 유지하면 신규 감염이 계속 하락해 궁극적으로 소멸 단계에 이를 수 있다. 바이러스 소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은 감염자수를 제로선으로 억제하며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제한조치의 완화를 검토 중이다. 언제, 어떤 통제부터 완화/해제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결국 이에 대한 솔루션은 편익 대비 비용 분석(benefit-cost analysis)을 통해 찾을 수도 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어떤 제한(restrictions)을 완화해야 최대 편익 효과를 거둘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비용과 관련해서는 역학자들(epidemiologists, 유행병학자들)이, 편익과 관련해서는 경제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의 몫이다. 바이러스 확산(reducing reproduction)을 줄이는 측면에서 가장 큰 비용을 부과하는 제한조치를 찾아내는 일이 첫 단계일 것이다.  

전염병 확산에서 가장 큰 위험은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것으로 이를 철저히 차단하는 일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함께하는 스포츠경기, 콘서트, 종교 집회 등이 이에 해당된다. 
23일 울릉공 항구(포트 켐블라)에서 버뮤다로 출항한 유람선 루비 프린세스호는 집단 감염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크루즈쉽에서 6백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고 21명이 숨졌다. 향후 이 선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쇄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인 사망자의 유가족은 15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처럼 제한된 공간에 많은 군중이 모이는 행사는 아마 상당 기간 허용이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출국 허용은 호주는 물론 외국 사정에 따라 유동적일 것이다. 그보다 위험성이 낮은 가족, 친지들이 모임은 인원제한을 두면서 단계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NSW 교육부는 5월 11일부터 주 1일 등교, 학생의 25% 미만 동시 등교 방식으로 순차적 개학을 준비한다. 학교 개학 전 손세척 시설, 발열 검사, 방역 시설, 거리두기 등 철저한 조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억제에 성공했다가 재확산된 싱가폴의 실수 사례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호주의 방역 실패 사례인 루비 프린세스호 탑승자들의 하선을 검역/격리 수용없이 허용한 이유도 수천명을 감당할 시설과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이같은 단점을 서둘러 보완해서 대비를 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에서 입증된 것처럼 확진자 추적앱을 보급해 지역사회 감염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 호주 정부는 싱가에서 사용 중인 앱(TraceTogether)을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개인정보 수집으로 인한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사회 전체적인 이득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시행을  지지한다. 
또 호주에서도 검사(testing)를 더 확대해야 한다. 22일까지 약 45만8천명이 검사를 받았다.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검사 인원을 늘릴수록 감염 위험지를 조기 발견하고 억제가 가능하다.  

코로나 사태는 획기적인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어치피 ‘장기전’이어야하고 앞으로 1-2개월 후의 완화 조치도 단계적일 수 밖에 없다. 2차 확산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긴급구제안(경기부양책)이 본격 시행되면 현재의 숨 막히는 제한 조치들 중 일부가 완화될 것이다. 그런 단련의 시간을 보내면서 면역력을 키워내고 건강을 지켜내는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처지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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