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이 바람으로 느껴지는 호주의 5월이다. 깊어 가는 가을, 낙엽의 계절이다.

TV를 비롯한 매스컴에서는 연일 코로나-19 감염 실태에 대해 호주 각주를 비롯한 전세계 현황을 긴박하게 다루고 있다.

선진국 상위 랭킹의 국가들에서 1만명대 사망자 발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언제쯤 진정될 것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동안 우리는 놀랍게도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살아오고 있었다. 산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발로 움직이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것일 진데 이번 코로나 사태가 ‘집에 머룰기(Stay Home)’, ‘록다운(상가 등 폐쇄, Lockdown/Shutdown)’이라는 전대미문의 강제 조치로 인해서 삶의 회로가 변형되어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신종 바이러스에 의해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죽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현실감이 눈앞에 다가왔다. 안락사(assisted suicide)나 존엄사(death with dignity), 자연사(natural death)가 아니라 돌연사(unexpected death)를 당할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난 날 잘 죽을 수 있는(well dying) 사람이 잘 살 수 있다 (well being)고 다짐하면서 잘 늙자(well ageing)고 스스로 위로하던 실버 세대들에게 코로나 충격이 현실로 다가와 불안에 떨게 한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종교는 생활의 부패를 막는 향료라고 설파했지만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기도 하다.

지중해 문화권에서 발생한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3대 종교는 물론 인도의 불교에서도 죽음을 테마로 하고 있다. 사후 세계를 중시하여 천국과 지옥, 열반과 지옥의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

2천년이 지난 과학의 시대에서 사후 세계는 어떻게 설명되고 있을까? 독일의 우주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육신은 죽어 사라지더라도 영혼은 미립자인 광자(光子, photon)형태로 존재 한다. 빛을 구성하는 미립자와 영혼을 구성하는 미립자는 같다"고 실험 결과를 증언했다.

한편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브 호킹은 "두뇌는 부품이 고장나면 멈추는 컴퓨터와 같다. 망가진 컴퓨터에 천국이나 사후의 세계는 없다. 사후 세계는 어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정이야기같다. 인간이 과학을 이해하기 전 까지는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현대 과학이 더욱 설득력있는 설명을 제공한다"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사후 세계를 경험해 보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맑은 영혼을 간직한 채 사람들끼리 부대끼면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는 지상이 축복받는 또 하나의 천국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해 본다. 그래서 신약성경 마태복음에 기록된 주기도문에도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 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이다"라고 기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우리는 사람에 대해서, 사회생활에 대해서 숙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이라는 단어의 받침이 날카로운 사각형을, 동그라미로 바꾸면 사랑이 된다는 이치를 깨닫게 해 주었다.

평소 사람들과 지내면서 생긴 질투, 비난, 중상, 보복하는 날카로운 마음이 고독과 명상의 날들을 보내면서 모서리가 사라지고 사랑의 원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다면 인생을 사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가족과 친구들,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깊이 깨닫게 된다.

이번 기회에 독서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은 공기와 마찬 가지로 인간의 삶에 귀중한 요소이다.

좋은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영혼이 맑아진다. 그래서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지 않던가?

언젠가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K양의 수필에서 “1등석(first class) 승객들의 공통점은 행선지에 도착할 때까지 책을 놓지 않는 것”이라는 내용을 읽었다. 이코노미 요금의 4배 이상을 지불하는 1등석 승객은 성공한 사업가일테니 독서가 축재의 기능도 한다고 보아야겠다.

그날이 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멸되는 날,
전세계 인류가 각성하여 자연이 주는 경종을 교훈으로 삼고 핵무기 경쟁이 아니라 자연 보호 올림픽을 개최하자.

이번 사태는 인류가 분수를 모르고 자연을 파괴하다 생긴 ‘실족 사건’이다.
이번의 재난이 나를 잘 아는 계기가 되어 어떤 운명이 닥쳐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자기 능력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서 타인에 대한 사랑의 눈을 뜨게하는 변곡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나아가 세상을 사랑 하게 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 그러니까 ‘행동 백’이 코로나-19 백신이 생산되기 전 까지 최선의 감염병 예방법일 것이다.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기 마련이요(會者定離),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요(去者必返).”

우리는 서로 만나 교류하다가 바이러스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과정에서 사랑의 실천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사랑은 오염에 찌든 지구를 청명한 대지로 탈바꿈하는 아름 다운 미래를 가꾸는 비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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