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KBS(한국방송) 심야토론의 제목은 ‘한국은 선진국인가?’였다. 철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분야의 교수 4명이 참석해서 얘기를 나눴다.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선진국 척도는 1인당 국민소득이다. 한국은 미화 3만 3천불로 선진국 대열에 낄만하다. 인구도 5천만이라 국민총생산도 상위에 속한다. 

인구 5천만명 이상으로 3만불이 넘는 나라는 한국,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7개국뿐이다. 한국보다 소득이 높은 유럽 국가나 호주, 뉴질랜드는 인구가 5천만 미만이다. 그러나 이것은 경제중심, 숫자중심, 서구중심의 눈이다. 보는 기준을 삶의 질, 개인과 사회의 관계, 시민의식, 평균수명, 인권, 빈곤, 불평등 문제로 바꿀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은 세계 제1의 저출산 국가라 젊은층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자살율은 OECD 국가 중 1위, 노인 빈곤 1위 외에도 빈부격차, 사회갈등, 갑질문화, 성차별, 저질 정치판, 노동조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들을 보면 아직 선진국에서 한참 멀다.  

한국이 세계 최고 선진인 측면도 몇개 있다. IMF 극복, 태안 기름유출 사건,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위기대응 능력, 국민 단결과 애국심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저력을 과시한다. 문화면에서는 대장금부터 시작된 ‘K 드라마’, 강남 스타일, 방탄소년단의 ‘K 팝’, 국제영화제를 휩쓴 기생충의 ‘K 무비’가 있다. 교육열은 OECD 국가 중 대학 졸업율이 1위이고 인구대비 유학율도 세계 1위이다. 거기에다가 선조가 물려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 한글을 가진 민족이다.

삶의 질은 OECD 38개국 중에서 한국은 20위에 속한다. 인간개발지수는 노르웨이가 세계 1위, 공동 2위는 호주와 스위스이다. 한국은 22위에 올랐다. 억울한 사람이 없는 나라, 약자를 배려하는 문화에 대한 순위는 없지만 한국은 중위권에도 속하지 못할 것이다. 국민행복지수는 경제력과 별 상관이 없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가 유럽 국가 평균보다 더 높다. 한국 지수는 어디 쯤일까?

이 외에 창의력, 선도력, 자유와 안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잘 된 지방분권, 기초질서를 잘 지키는 국민, 개인과 사회와 관계, 비정규직 생활보장 등 문제가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이 과학면에서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적기때문에 남이 발명해 놓은 것들을 모방 추격만 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발명품을 내놓을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내가 이 방송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 저명한 교수들이 나처럼 호주같은 선진국에서 오래 살아본 경험이 없는지 선진국을 감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정의하는 진정한 선진국이란 일단 사람으로 태어나면 인간의 존엄성을 끝까지 지키며 일생을 살게 해주는 호주 같은 나라를 말한다. 

호주 장애인 학교에선 한 아동당 전문가 6~7명이 팀이 되어 아이에 대한 모든 부분을 알고 있다. 팀 구성전문가들이 각각의 전문지식으로 장애아가 본인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이다. 노년에는 노인연금(age pension)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살게 해준다. 호주는 미국이나 유럽이 가진 사회, 경제적 근본 문제도 없는 나라이다. 많은 동포들은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이 사회는 알면 알수록 좋은 나라인 걸 깊이 느끼게 해준다. 

세계에서 위기대응능력 1위인 나라 한국을 배경삼고 살기는 호주에서 살고있는 우리들은 타소수민족이 못가진 저력이 있을 것이다. 한국과 호주 두 나라를 가진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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