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한인문학』 표지(오른쪽), 『시드니문학』 표지

호주 교민 문학단체의 탄생을 알리는 고고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진 것은 1989년 5월이었다. 시인 윤필립과 아동문학가 이무 씨가 뜻을 같이하여 ‘재호문인회’가 시드니에서 결성되었다. 이 단체의 큰 업적은 1993년 2월, 호주동아일보와 공동 주최로 제1회 ‘동포문예공모’를 실시한 것이었다. 1회 때 당선된 이는 김오 시인이었다. 제7회째인 1999년부터 행사 명칭을 ‘신년문예’로 바뀌었다. 
이 단체가 한 여러 가지 행사 중 아주 뜻 깊은 것이 있었다. 1995년 2월이었다. 윤동주의 형제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여동생 윤혜원 씨가 1986년에 호주로 이민을 와 마침 시드니 우리교회의 권사로 있었다. 윤혜원 씨와 호주에 와 있던 소설가 김인숙 씨를 모시고 재호문인회ㆍ우리교회ㆍ연세대동문회가 공동으로 윤동주 시인 50주기 추모문학제를 개최하였다. 윤동주 50주기 추모문학제가 한국과 일본과 중국 3국에서 동시에 개체되었다고 한국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는데 사실은 멀고먼 호주에서도 열렸던 것이다. 10년 뒤인 2005년에도 60주기 추모문학제를 개최하였다. 

김오 시인 제2시집 출판기념회

재호문인회는 1996년에 ‘호주한인문인회’로 개칭했다가 1998년에 다시 ‘호주한인문인협회’로 명칭을 바꾸었다. 2003년 12월에 사단법인 등록을 하여 공식적인 문학단체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무가 초대 회장을 했고 이효정ㆍ윤필립ㆍ김오ㆍ조종춘ㆍ홍순 등이 회장직을 맡아 수고하였다. 김오 시인이 회장을 했을 때인 2002년에『호주한인문학』이 창간되어 3호까지 나왔다. 호주한인문인협회는 이후 명맥이 끊겼지만 호주의 교민 문학을 처음으로 결집시킨 공로가 대단히 컸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수필문학의 산실 ‘시드니 수필문학회’

2대 회장을 한 이효정 씨는 한국에 이름이 알려져 있는 문인으로 소설과 수필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었다. 호주한인문인협회는 시 장르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새롭게 산문문학 중심으로 단체를 결성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1995년 3월에 탄생한 것이 ‘시드니 문학회’였다. 동인 형태에서 ‘시드니 수필문학회’라는 정식 단체로 발돋움을 한 것은 2001년 9월이었다. 2006년 5월에는 ‘호주수필문학회’로 개칭하면서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였다. 
창립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월례회를 가져 2009년 9월 100회째 모임에서는 호주 수필문학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갖기도 했다. 월례회에서는 독서토론과 회원들의 작품 합평회를 갖고 있다. 회원의 수필은 호주 교포신문에 꾸준히 실렸고, 고국에서 발간하는 각종 문예지에도 자주 실려 호주에 수필문학이 뿌리를 튼튼히 내릴 수 있게 하였다. 
2005년부터 3년 간격으로 <한국신문>과 공동으로 ‘시드니 수필문학상’을 실시하여 등단의 특전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호주한국일보>와 여러 해 동안 문예창작교실을 열어 10주 과정을 이수한 사람에 한해 입회를 허용하는 등 꾸준히 내실을 다져갔다. 2010년에 호주문학협회로, 2017년에 시드니한인작가회로 다시 이름을 바꿨는데 협회지 『시드니문학』은 지금까지 10집을 냈다. 

시드니한인작가회의 10집 동인지 발간 축하 행사(2019년). 이효정 고문(아래줄 중앙)이 상패와 화환을 받았다.

3. 현재의 호주 한인 문학단체

또 하나의 문학단체는 2007년 3월에 출범한 ‘시드니한국문학협회’이다. 수필가 이기순 씨에 의해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이 단체도 범 호주 문단을 아우르는 문학단체이다. 작년에 『호주한국문학』 제11집 출간 출판기념회 및 교민 글짓기 시상식을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가졌다. 이 단체는 문인과 비문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윤필립과 함께 재호문인회를 만들었던 이무 아동문학가는 1994년, 독립을 선언하며 또 하나의 문학단체를 만들었으니 원래의 이름인 ‘재호문인회’를 썼다. 회원인 권은혜가 시집 『우리는 그곳을 빌라봉이라 부른다』(2005)를 냈을 때와 이난주가 시집 『읽혀질 수 없는 시』(2006)를 냈을 때 출판기념회를 개최하였다.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문학단체는 ‘문학동인캥거루’이다. 탄생 이전에 준비 모임이 있었다. 2010년 7월에 김오ㆍ김소은을 중심으로 공수진ㆍ권혁하ㆍ남공ㆍ윤희경 등 6명이 시 모임을, 2012년 7월에 장석재ㆍ유금란을 중심으로 공수진ㆍ김미경ㆍ장미혜 등 5명이 수필 모임을 만들었고 두 모임이 합쳐진 것이 2012년 12월이었다. 이들은 다음해 1월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모여 합평회를 가졌다. 2014년 8월에 장석주 시인을 초청해 강연을 들은 것을 계기로 한호일보에서 동인 발족식을 가지면서 정식 출범이 이루어져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동인으로 시에 김인옥ㆍ백경ㆍ송운석ㆍ신현숙이, 수필에 박지반ㆍ양지연ㆍ이귀순ㆍ정동철ㆍ최무길이 합류하였다. 2018년 12월에 이귀순ㆍ조나신이 소설 동인을 발족하였다. 

(사)호주한국문학 창립 12주년 기념식

시드니한인작가와 함께 수필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또 하나의 단체가 있으니 ‘글무늬문학사랑회’이다. 최옥자 수필가가 2014년 1월에 창립한 이 단체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모임을 갖고 합평회를 갖고 있다. 회원들은 호주의 <한호일보>와 <호주국민헤럴드>, 뉴질랜드의 <뉴코리안빌리지> 등에 활발히 작품을 발표하면서 호주 수필문학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회원 21명 중 등단한 수필가는 현재 12명이다. 동인지 『글무늬』는 지금까지 3집을 발간하였다. 
 
동그라미문학회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유영재 시인에 의해 2010년 10월 1일에 창립되어 다음해에 사단법인으로 발돋움해 이제 10년의 역사를 갖게 된 문학회이다. 매월 첫째 토요일에 합평회를 갖고 있으며 동인지 『굴렁쇠』를 발간하고 있다. 현재의 대표는 정예지 씨로, 회원의 면면을 보면 수필에서 시로 옮겨간 느낌을 준다. 
호주에는 이들 문학회 외에도 노만허스트 가톨릭문우회ㆍ시드니 글벗세움 문학회ㆍ퀸즈랜드 문학회 등이 있다.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한호일보의 전신인 호주동아일보가 재호문인회와 공동주관으로 1993년부터 실시했던 신년문예 공모(한호일부 주최)가 2019년을 끝으로 문을 닫고 만 것이다. 신년문예는 그동안 시ㆍ단편소설ㆍ동시ㆍ동화ㆍ희곡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작품을 공모하였고, 고국 문단의 저명한 문인에게 심사를 의뢰하여 권위를 꾸준히 높였다. 호주동아일보의 경영진이 바뀌고 제호가 한호일보로 바뀐 이후로도 이 상은 유지되다가 신문사 사정으로 중단된 것이 몹시 안타깝다. 호주의 여러 문인단체가 조금씩 출연하여 이 상을 부활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젊은 문학가 지망생을 선발할 수 있는 등용문이 사라져버린 것은 호주 교민문학 전체로 봐서도 큰 손실이다. 

현재 호주에서 정기적으로 나오고 있는 문예지는 『호주한국문학』과 『시드니 문학』이다. 전자는 종합지라고 할 수 있고 후자는 수필전문지이다. 두 잡지 다 10호 이상 발간한 연륜이 있지만 호주 문단 전체를 아우르는 문예지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서부 전역을 아우르는 계간 『미주문학』의 경우 1988년에 창간되어 어언 90호를 냈다. 22년 미주 문단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90권 책이다. 호주 교민문단의 발전을 위해 문예지의 발간은 시급하고 중차대한 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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