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지원, ‘백인 일색 방송’ 우려도 나와 

호주 인기 장수 드라마인 네이버

더 보이스(The Voice)나 마스터쉐프(Masterchef)와 같은 호주의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정부의 지원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무료로 방영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이 지역에 대한 호주의 ‘소프트 파워(문화적 영향력)’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백인 일색’인 방송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71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호주 정부는 태평양 지역에서 증가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적으로 파푸아뉴기니(PNG), 솔로몬 제도, 피지에서 무료 채널을 통해 네이버(Neighbours), 마스터쉐프, 더 보이스, 60분(Sixty Minutes), 하우스 룰(House Rules), 국경경비대 (Border Security) 등 호주의 인기 프로그램과 토탈리 와일드(Totally Wild)와 같은 어린이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몇 달 후 바누아투, 키리바시, 투발루, 나우루 등의 지역에서도 방영된다.

마리즈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네트볼, 크리켓, 축구, AFL(호주식 풋볼), NRL(럭비리그)과 같은 스포츠도 무료로 방송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마스터쉐프의 새로운 심사위원들

지난 2017년 호주 공영방송인 ABC가 태평양 지역에서 운영하던 라디오 오스트레일리아(Radio Australia)의 단파 송신을 중지한 지 18개월 만에 중국의 국영 방송사인 차이나 라디오 인터내셔널이 주파수를 넘겨받아 운영을 시작했다.

또한 작년 이 지역의 솔로몬 제도와 키리바시가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공식적으로 협력을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호주 정부와 태평양 지역의 관계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TV 프로그램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발상 자체가 ‘백인 식민주의의 발로’라는 비판도 나온다.

중국 및 태평양 지역 전문가인 ANU(호주국립대학)의 그래엄 스미스 교수는 “이번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가 호주의 가치를 증진시키는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는 중국의 일방적 자세와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 정부에게 태평양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좋은 방송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을 조언하고 “호주의 방송은 너무 백인 중심적이다. 다문화사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영상에서 스스로를 보고 싶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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