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위로 연 최초의 차 ‘메르세데스-벤츠 300SL’

숱하게 들었던 질문이다. 하긴 문이 위로 열릴 이유가 없다. 건물이든 자동차든 문은 옆으로 열려야 정상이다. 하지만 모든 문이 옆으로 열리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늘 참신한 걸 고민했던 인류는 문이 위로 열리는 차를 개발했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열린 모양이 나비를 닮아 붙여진 ‘버터플라이 도어(Butterfly door)’, 갈매기 날개를 닮은 ‘걸 윙 도어(Gull-wing door)’, 가위 같다는 ‘시저 도어(Scissors door)’ 등 모양과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문을 위로 열게 된 첫 사연은 안전 때문이었다. 1952년 메르세데스-벤츠의 레이스카 ‘300SL’이 시작이었다. SL은 ‘Super Light’의 약자로 레이스에 우승하려 무게를 줄인 데서 이름이 붙었다. 차가 가벼워지니 강성(强性)이 떨어졌다. 차체를 보강한 결과 문턱이 높아져 일반적인 문을 달기 어려웠다. 설계팀은 어쩔 수 없이 문을 위로 여는 방식을 택했다. 멋보단 기능에 우선한 결과였다. 

300SL을 오마주로 만들어진 SLS AMG. 전복 시 폭약을 터뜨려 문을 열 수 있다.

반대로 오늘날의 차들은 기능보단 멋을 위해 문을 위로 연다. 문이 위로 열리는 차는 모두가 신기해한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내릴지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린 폼나려면 불편함이 수반된다는 걸 알고 있다. 우선 열고 닫기 어렵다. 엉덩이를 살짝 들어 손을 높이 뻗어야만 문을 닫을 수 있다. 문 쪽 수납공간의 물건이 쏟아지는 건 다반사. 이 때문에 아예 수납공간이 빠진 차가 대다수다. 제작 단가도 비싸다. 문이 열려있는 동안 안 닫히게 받쳐줄 부품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옆 공간이 좁아도 타고 내릴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전복 시 탈출이 어렵다는 건 단점이다. 그래서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의 경우 힌지에 소형 폭약을 넣어뒀다. 전복됐을 때 약 15초간 움직임이 없다면 폭약을 터뜨려 문을 떼는 방식이다.

즉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그러니 특별한 차만이 문을 위로 여는 특권을 얻는다. 시도하는 브랜드도 많이 없다. 너무 희소한 나머지 ‘문 자체가 이미지’인 회사도 있으니 말이다. 도로에서 문이 위로 열리는 차를 본다면 그날 운은 다 썼다고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억대를 호가하는 차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정비소에 가면 내 차의 문도 손쉽게 개조할 수야 있겠지만,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코닉세그는 자사 특유의 문에 ‘다이히드럴 싱크로 헬릭스 도어(Dihedral Synchro-Helix Door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처럼 문이 위로 열리는 차는 희소하고 특별하다. 차에서 내리면 많은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수많은 불편이 따르는 실패한 상품이지만 제조사가 계속 만드는 데엔 이유가 있다. 남들과 다르길 원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서고, 사치품 시장에선 꼭 효율적이지 않아도 잘 팔리기 때문이다. 지구상엔 종종 변종이 나타난다. 비범한 생각이 모여 변화를 만든다. 문을 위로 여는 기발한 상상도 처음엔 질타를 받았겠지만, 지금은 누구나 선망하는 존재가 되었다. 평범하지 않은 그들이 세상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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