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호주 성인 인구 2% → 수감자 29% 점유  
“원주민 목소리 반영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6월 2일 호주 유력지 시드니모닝헤럴드(SMH)는 상기 제목의 사설(Australia not immune from US-style racial tension)을 게재했다. 미국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인종 폭동과 약탈 사태를 통해 호주에 시사하는 점을 진단했다. 호주에도 원주민 차별이라는 고질적인 사회-인종 문제가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리사 데이비스(Lisa Davies) 논설위원의 사설 전문을 번역했다. - 편집자 주(註)

미네소타주 경찰의 진압 과정 중 숨진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 지칭) 조지 플로이드로 촉발된 소요 사태가 연일 화제를 모은다. 특히 호주인들은 이 사건과 호주 원주민들(Indigenous Australians)이 겪는 어려움 사이의 유사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미국의 폭력사태를 개탄하면서도 호주는 다르다며 안도감을 표시했다. 그는 “우리도 의심의 여지없이 특수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얼마나 멋진지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가 두 나라(호주와 미국) 사이의 역사, 인종 구성, 제도의 차이를 강조한 것은 옳다. 이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 호주 원주민들의 상황이 직접적으로 비교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주는 노예제도의 경험이 없고 국가 지도자도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소요에 불을 당긴 ‘인종적 긴장’이 호주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환상(illusions)이다. 호주 내 흑백 분리는 어떤 면에서는 미국만큼이나 심각하다. 다만 원주민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고 최악의 문제들이 언론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지방이나 벽촌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5월 27일부터 6월 3일의 한 주는 ‘호주의 전국 화해 주간(National Reconciliation Week)’이었다. 이 기간 자원 대기업 리오 틴토(Rio Tinto)는 서호주의 주우칸 협곡(Juukan Gorge)에 위치한 바위 동굴을 폭파했다.

이 동굴은 4만6000년 전에 인류가 거주했던 증거를 보여주는 역사, 문화적으로 매우 의미가 큰 장소였다. 리오 틴토는 이 문제에 대해 사과했지만 왜 현지 원주민들의 우려를 무시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동굴 파괴는 정말 끔찍한 사건이다. 리우 틴토와 서호주 주정부가 주우칸 협곡 등 원주민  유적지 보호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과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2일(화) 시드니에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원주민들의 높은 수감율과 구금 중 사망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전체 수감자의 34%가 흑인이며 호주에서는 수감자의 29%가 원주민이다. 두 나라 모두 전체 인구 비율을 고려할 때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1991년 이후, 수감 중 사망한 원주민들은 432명에 달한다. 원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노던테리토리준주(NT)에서는 최근에도 경찰관이 19세 청년 쿠만제이 워커(Kumanjayi Walker)를 그의 집에서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미국의 현 상황은 우리에게 원주민들에 대한 학대의 상처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보건과 교육 부분의 격차를 줄이고 원주민 사업가들을 육성해야 한다. 2월 발표된 ‘격차 줄이기(Closing the Gap) 보고서’에 따르면 5, 7, 9 학년 원주민 아동 4명 중 1명은 읽기 영역에서 국가 최소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

현재의 소요 사태는 헌법에 호주 원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보탠다. 만약 원주민들이 캔버라(연방 의회)에 대표 기관을 두고 자신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견해를 밝힐 수 있다면 거리로 나와 폭력적인 시위에서 분노를 표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민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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