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영국 캐나다, 러시아 포함 ‘불편한 기색’  
펄리러브 로위연구소장 “호주 목소리 증대 기회” 환영
프로빈 ABC 정치부장 “모리슨 인질될 가능성 우려”   

스콧 모리슨 총리와 친분이 두터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가국을 한국, 호주, 러시아, 인도를 포함해 11개국 정도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초청을 받은 나라들은 물론 환영하지만 회원국들은 제각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정 국가(러시아)를 콕 집어 반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G7 정상회의를 6월말에서 오는 9월로 아니면 11월 미 대선 이후로 미루자면서 4개국(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을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제안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그는 “현재 G7이 매우 구식(Outdated)이며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적절하게 대변하지 못 한다"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나라들(like-minded countries)의 국제 협력 강화는 전례가 없는 글로벌 도전 시기에 더욱 중요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환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모리슨 총리는 2일(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회의를 갖고 양국이 전략적 분야에서 공급체인 개발에 대한 합의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와 인도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들과 자연적 전략 파트너들로서 보다 개방적이고 번영을 지향하며 상호포용적인 인도-태평양을 만들기위한 필요성에 굳게 합의했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초청으로 2019년 G7 회의에 옵저버로 참석했다. 당시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일 때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합법적 이슈를 갖고 있다”고 선언하며 미국 편들기에 앞장섰다. 

전국지 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지는 6월 1일자 ‘모리슨, G7 참여 요청 기다리다(Morrison awaits call-up to G7)’란 제목으로 이 이슈를 다뤘다. 기사에서 로위국제연구소의 마이클 펄리러브(Michael Fullilove) 소장은 “호주는 확대된 G7의 일원이 되는 기회를 반드시 붙잡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가 코로나 사태를 성공적으로 대응했고 글로벌 코로나 청문회를 초반부터 강력히 요구해온 나라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G7 서밋 참가를 국제무대에서 호주의 목소리를 키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용한 회원국 선정 기준을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적 기준으로는 중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클럽이라면 중국과 러시아 모두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호주는 모리슨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두터운 친분 관계를 장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만지는 것마다 엉망이 됐다는 점에서 주의(caution)를 해야 한다”고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 

ABC 방송의 앤드류 프로빈(Andrew Probyn) 정치부장은 이번 주 논평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11개국 확대 계획으로 G7 위상이 흔들릴 것이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트럼프의 구상에서 인질(hostage)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모리슨 총리를 옵서버로 초청했던 2019년 G7 서밋과는 큰 차이가 있고 정치적으로 훨씬 복잡성이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 알려진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다르게 미국의 글로벌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트럼프의 미국은 과거처럼 안정적이지 않다. 국수주의적이면서 종종 보호주의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 주변 지역에서 미국의 책임에 대해 항상 조언이 필요하다.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그와 함께하는 자리가 최악이 아닌(차악의) 옵션(least-worst option)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9 프랑스 G7 서밋. 모리슨 총리도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한국에게도 분명 기회이자 부담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1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15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G7 체제의 전환에 공감한다"면서 브라질도 포함시켜 'G12'가 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초청 발언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재가입에는 영국, 캐나다는 공식 반대 입장이다. 

게스트로서 참석하는 EU(유럽연합)는 대변인을 통해 "러시아가 달라질 때까지 참가 논의는 미뤄야 한다"면서 미국이 이번 회의 의장국이지만 회원 구성을 바꿀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호주 총리실 대변인은 AFR(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리뷰)지에 "러시아에 대한 호주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다"고 말해 부정적인 시각을 암시했다. 지난 2014년 7월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MH17 여객기 추락 사건으로 호주는 자국민 38명을 잃었고, 국제조사단은 러시아군 미사일에 항공기가 격추된 것으로 결론내렸다. 

일본은 한국이 초청을 받은 데 대해 신경 쓰는 모습이다. 2일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G11로 참가할 경우, 아시아 유일의 G7 정상회의 참가국인 일본의 존재감이 옅어질 것"이라는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코로나 확산에 변화가 오지 않으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해 코로나 사태로 정상회의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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