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든버그 재무 ‘불황 진입’ 선언 
최악의 산불 피해 이어 ‘코로나 직격탄’
“피할 수 없는 바이러스 불황”

호주 경제(GDP)가 1-3월 분기에 0.3% 위축됐다. 4-6월 분기는 코로나 사태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호주는 세계 최장 기록인 29년 만에 처음으로 ‘기술적 불황(technical recession)’ 진입이 불가피해졌다.

3일 통계국(ABC)은 1-3월 GDP 성장률이 -0.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세 분기동안 성장률은 0.5%(2019년 4-6월), 0.6%(7-9월), 0.6%(10-12월)였다. 이로써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1년동안 GDP 증가율은 1.4%에 그쳤다.

2012년 이후 분기별 경제성장률 동향

호주경제는 ‘29년 연속 성장’ 행진이 중단됐다.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연간 경제성장률은 1.4%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가장 부진했다. 

3월분기의 경제 위축(contraction)은 지난 연말부터 악화된 산불과 코로나 팬데믹 충격 때문이다. 수출 증가와 식음료 지출 증가는 여행/교통비와 다른 서비스 지출 하락을 상쇄하지 못했다. 4-6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셧다운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마이너스 성장 폭이 1-3월보다 악화될 전망이다. 6개월(2개 분기) 연속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일 경우, 불황에 빠진 것으로 정의한다. 

호주 경제가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가장 최근 시기는 지난 1991년 1-6월로 당시 폴 키팅 재무장관(노동당)은 ‘호주가 반드시 겪어야 하는 불황(the recession we had to have)’이라고 말해 국내외에서 유명한 표현이 됐다. 당시 200대 우량주지수가 약 1/3 폭락했다. 1991년 3월 16일 하루 낙폭 9.7% 최다 기록을 세웠다.  

2020년 6월 3일 ABS 거시경제 통계가 발표된 뒤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연립 여당)은 “이번 불황은 호주가 피할 수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불황(This is the virus recession we had to have)”이라고 표현했다. ABS의 1-3월 분기 -0.3% GDP 위축 발표 후 그는 “호주가 거의 29년의 경제성장에 이어 불황에 진입했다”라고 선언했다. 4-6월 분기는 더욱 경제 위축이 확실하기 때문에 서둘러 3일 이같은 선언을 한 것. 

분기별 GDP 성장률 -0.3%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9월 이후 가장 부진한 기록이다. 

경제 일간지 AFR지는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의 ‘피할 수 없는 바이러스 불황’이라는 선언을 3일 오후 9시 온라인판 톱뉴스에 게재했다.

그는 “정부의 구제조치(일자리유지보조금, 구직 수당 등)가 없었다면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됐을 것”이라면서 “재무부는 4-6월에는 GDP의 20% 이상 추락을 예상할 정도로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호주는 ‘경제적 아마겟돈(Economic 'Armageddon. 대파국)’을 피한 듯하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1-3월 분기에 지출이 가장 많이 하락한 산업은 교통 서비스(-12%), 호텔 카페 식당(-9.2%), 문화 예술(-9%), 의류 신발(-8.9%) 등이다. 

1-3월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피해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호주는 양호한 편이다. 분기별 GDP 성장률이 중국 -9.8%, 프랑스 -5.3%, 독일 -2.2%, 영국 -2.0%, 미국 -1.3%로 호주보다 훨씬 악화됐다.  

비아이에스 옥스퍼드경제학연구소(BIS Oxford Economics)의 사라 헌터 경제학자도 “호주는 1930년대의 경제대공황과 유사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긴급구제조치로 정부의 공공 지출이 1994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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