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건강에 대한 연구는 역학조사, 실험실 실험, 생물실험을 통해 많이 밝혀졌다. 여기서는 와인의 인체실험을 통한 연구를 알아보기로 한다. 2004년 영국 울스터 대학교(University of Ulster) 쿠퍼(Cooper) 박사와 동료는 혈장 지질 농도, 지질 혈청에 대한 산화작용, 혈장 항산화 능력 등 심장병과 관련된 인체실험 논문 19건을 정밀 분석한 결과 와인이 심장병 관련 실험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07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교(University of Barcelona) 의과대학 사카넬라(Sacanella) 박사와 동료가 35명의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하루 20g 알코올에 해당하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와인 2잔 정도)을 4주간 섭취케 하고 여러 요인을 측정했다. 두 와인 모두에서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은 증가하였고 혈청 응집력은 감소하였다. 혈관 벽에 흡착되는 단백질(Vascular CAM-1)과 세포에 흡착되는 분자(E-selectin)는 오직 레드 와인을 마셨을 때만 감소하였다. 단핵세포에 의해 알 수 있는 혈관 벽에 흡착되는 단백질(CAM)은 두 와인에서 모두 억제되었으나 레드 와인에서 더욱 억제되었다. 활성화된 혈관내피 세포에 흡착되는 단핵세포(monocytes)는 화이트 와인에서는 51%, 레드 와인에서는 89% 줄어들었다. 이 실험으로 적당량의 와인으로도 혈관내피를 자극하는 염증 경로를 줄이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항염증 효과는 레드 와인에서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미루어 레드 와인에 있는 폴리페놀이 이런 작용을 하는 것으로 사료되었다. 염증과 혈관내피 자극화가 줄어드는 실험 결과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잠재적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 아스피린이 혈소판 응고를 줄여줌으로써 혈전이 응고되는 것을 막아주듯 과일이나 채소 등 식물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 특히 레스베라트롤과 쿼세틴이 혈전 응고를 막아주는 아스피린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 1995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 약대 패이스 아시악(Pace-Asciak) 박사와 동료의 실험에서 밝혀졌다. 2007년 이탈리아 국립 식품 영양 연구소(National Research Institute for Food and Nutrition)의 나디니(Nardini) 박사와 동료가 발표된 여러 편의 논문을 검토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적당량의 와인을 마셔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혈전 응고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2008년 프랑스 조셉 포리어 대학교(Joseph Fourier University) 의과대학 드 로거릴(De Logeril) 교수와 동료가 한 실험에서 적당량의 와인을 마시는 사람의 인체에 오메가-3 성분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의 인체에 심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오메가-3가 많이 존재함으로써 와인을 마시면 심장병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설명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히고 있다. 

   와인을 마실 때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서도 건강 효과가 달라진다. 2008년 그리스 하로코피오 대학교(Harokopio University) 영양학과 카라지(Karatzi) 교수와 동료가 한 연구에 의하면 레드 와인과 녹색 올리브를 같이 먹으면 혈관내피의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실험에서 밝혀진 것은 레드 와인과 녹색 올리브에서 추출한 오일을 같이 섭취했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으며 화이트 와인과 정제된 올리브 오일을 같이 섭취했을 경우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화이트 와인과 정제된 올리브 오일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비교적 낮다.  

   와인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서 와인에 들어 있는 알코올의 역할 또한 크다. 1999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 영양학부 림(Rimm) 교수와 동료가 1주에서 9주 동안 알코올을 섭취하는 방식의 실험이 이루어진 42건의 인체실험 연구를 분석한 결과 하루에 순수 알코올 30g(약 100mL 3잔의 와인 분량)을 섭취할 때 동맥경화 심장병의 위험을 24.7%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섭취와 건강에 대한 연구가 발표된 이후로 많은 후속 연구에서 적당량의 알코올 섭취는 심장병과 관련이 있는 바이오 마커(Biomarker)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마커란 생명체 내에서 여러 영향으로 신체적 변화가 일어났을 때 이를 감지할 수 있는 표지자를 말한다. 식후혈당 농도는 심장병 관련 바이오 마커가 될 수 있다. 식후 일정 시간이 지나도 혈중 혈당 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인슐린 기능이 저하된 당뇨병의 정도를 추이 해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신체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 변화되는 바이오마커의 종류는 수없이 많고 이것을 질병 연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07년 호주 시드니대학교 브랜드 밀러(Brand-Miller) 교수와 동료는 젊고 건강한 젊은이를 대상으로 알코올이 식후 혈당 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열량 1000 KJ에 해당하는 맥주, 화이트 와인, 진 그리고 빵을 먹었을 때의 혈당 비교, 식사를 상기의 주류 그리고 물과 했을 때의 혈당 비교, 식전에 상기의 세 주류를 알코올 20g에 해당하는 양을 마시게 했을 때의 혈당 비교 등 세 가지 방법으로 혈당치를 비교하였다. 세 가지 방법에서 모두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혈당이 현저히 낮아졌다. 알코올이 식후 혈당 농도를 16~37%까지 낮춘다는 것이 이 실험에서 밝혀졌다.

   알코올이 건강에 대해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있다. 2005년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 의과대학 질켄스(Zilkens) 교수와 동료, 2003년 미국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무카말(Mukamal) 박사와 동료 그리고 1999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영양학부 림(Rimm) 교수팀이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레드 와인을 마신 지 8-10시간이 지난 후에도 심장 박동과 혈압이 올라가는 것을 발견하였고 알코올을 너무 많이 마시면 암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2009년 독일의 라켄메이어(Lachenmeier) 박사와 동료가 수행한 연구에서 알코올이 혈중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로 변하는데 이것이 암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물론이려니와 발효된 모든 식품에 존재함으로 위의 연구 결과는 좀 더 후속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알코올이 암 발병과 연관되어있을 개연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암 연구 재단(World Cancer Research Foundation)과 미국 암 연구소(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는 알코올을 섭취하여야 할 경우 남자의 경우 하루에 2 표준 잔, 여자의 경우 1 표준 잔을 넘기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와인이 심장병 관련 질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와인 속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알코올을 제외하고 폴리페놀 성분만 섭취하면 알코올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와인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가설을 기반으로 실제로 알코올을 제거한 폴리페놀 성분만으로 한 실험이 많이 이루어졌지만 결과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섞여 나오고 있다. 1998년 영국 팝워스 병원(Papworth Hospital)의 니그디카(Nigdikar) 박사와 동료가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건강한 사람에게 알코올을 제외한 레드 와인의 폴리페놀 성분만을 추출하여 투여했더니 저밀도 지단백질(LDL)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는 시간을 연장한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또한 와인에 대한 실험에서 레드 와인을 마셨을 때 폴리페놀 성분만 섭취했을 때 보다 산화 연장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났다. 하지만 화이트 와인이나 알코올만 마셨을 때는 산화되는 시간이 전혀 연장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저밀도 지단백질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는 시간을 연장해주는 것은 레드 와인에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며 여기에 알코올이 더 해짐으로써 약간의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University of Connecticut) 영양과학부 전(Zern) 박사와 동료가 24명의 갱년기 전 여성과 20명의 갱년기 후 여성을 대상으로 폴리페놀 성분을 투여한 실험에서 혈장 중성지방, 혈장 저밀도 지단백질(LDL) 콜레스테롤, 아포지 단백질(apolipoproteins) B와 E 그리고 콜레스테롤 전달 단백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스페인 델 프리오 대학교(Instituto del Frio) 신진대사 영양학부 가르시아 알론소(Garcia-Alonso) 박사와 동료가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색깔을 내는 물질인 안토시아닌 성분에 관한 연구에서는 혈장 내에서 단핵구 화학 주성 단백-1(monocyte chemoattractant protein-1) 수위가 줄어든 반면 혈장 항산화 작용은 증가하였다. 단핵구 화학 주성 단백-1 수치는 당뇨, 고혈압, 심근경색, 신부전증 환자들에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실험에서 보더라도 레드 와인 성분 실험에서 심장병 위험을 줄여주는 결과는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와인과 와인 속에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 성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교 의과대학 시바 브란치(Chiva-Blanch) 박사와 동료가 와인과 건강에 대한 다량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와인이나 맥주같이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는 주류가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증류주보다 심장병 예방 효과가 더 있음을 밝혀냈다. 201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교 의과대학 에스트루치(Estruch) 박사와 동료는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는 레드 와인과 그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진(gin)을 비교실험 하였다. 40명의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하루에 알코올 30g분의 레드 와인(약 3잔 정도의 와인)과 진을 28일간  마시게 한 후 혈청 비타민 등 심장병 관련 물질을 측정한 결과 전반적으로 와인이 진보다 항산화 작용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 때문으로 사료된다.  

비싼 와인, 오래된 와인의 건강 증진 효능은 어떻게 될까? 필자는 헌터벨리와 머지 와인 산지에서 제공한 와인을 대상으로 토탈 폴리페놀 성분량, 항산화 작용, 개별 폴리페놀 성분, 와인 가격과 항산화 작용, 와인 연도와 항산화 작용을 실험했다. 헌터밸리 와인 샘플과 머지 와인 샘플의 건강 요인 물질인 카테킨, 쿼세틴, 레스베라트롤, 토탈 폴리페놀 함량, 항산화 작용을 숙성 시간과 비교 검토해 본 결과 폴리페놀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00년도에 만들어진 와인하고 2008년도에 만들어진 와인에서 2008년도에 만들어진 와인이 토탈 폴리페놀 성분 함량도 높고 따라서 항산화 작용도 높았다. 와인의 만들어진 기간에 따른 건강 물질의 변화 추이를 연구한 논문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연구된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대체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와인의 폴리페놀은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폴리페놀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새로 만들어진 오크통에 와인을 숙성시켰을 때 오크통에서 우러난 물질이 항산화 작용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 과일이나 음식에도 유효기간이 있지 않은가. 유효기간이 지나면 과일도 썩을 수 있고 음식도 상할 수 있다. 와인 또한 음식이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질 될 수 있다. 변질이 되지 않더라도 그 안에 있는 성분이 산화되어 건강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과일도 가장 잘 익었을 때 먹어야 맛도 있고 건강 물질도 훼손되지 않게 섭취할 수 있듯, 와인도 가장 최적으로 숙성되었을 때 마셔야 맛으로나 건강 적으로 최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유기화합물이 거의 들어있지 않은 증류주인 양주 같은 술은 오크통에 오래 숙성시킬수록 은은하게 향도 배어들고 맛이 부드러워져 마시기에 좋다. 오래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많이 증발하기도 하고 자금이 묶여있을 뿐 아니라 희귀성도 있기 때문에 오래된 양주가 비쌀 수밖에 없다. 와인은 유기화합물이 녹아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맛도 변하고 건강 물질의 강도도 줄어든다. 아주 오래된 와인이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마시는 와인이기보다는 투자 와인인 경우가 많다. 건강 측면에서는 싱싱한 와인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와인과 건강에 대한 내용은 <와인이 알려주는 놀라운 건강 비결>이라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와인과 건강에 대한 보다 폭넓고 전문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면 상기의 책을 참고하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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