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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지평 ‘시’] 환상통
한호일보 | 승인 2020.06.25 14:02

환상통
  

얼마 전부터 내 무릎 연골 속에 사나운 공룡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쥐라기에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의 횡포 


아버지의 한 생은 공룡과 씨름하는 절룩거린 길 
내가 그 아픈 다리를 너무 오래 썼을까 
영산포 전투에서 젊은 건각 한 쪽을 잃고도 
눈만 마주치면 수수꽃다리처럼 향기로웠던 아버지 

기우뚱거리는 세월에도 장단이 있어
어릴 적 이불 속 짧은 다리는 즐거운 우리들의 술래였다 
서로 술래를 잡겠다고 난장판을 벌여도
당신 소원대로 탈이 없기만 바라던 


새파랗던 김 서방에게
“쟤가 이담에 무릎이 아플 걸세” 


나이 들수록 그 향기 그립고 
칼바람이라도 불면 마른 벌레처럼 부서지는 오른 다리 
젊은 아버지가 늙은 딸의 귀에 대고 조심해라, 조심해 속삭여도
뱃속부터 물려받은 통증은 어찌 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젖는다

해가 돌아 어느새 붉은 유월 오늘도 
공룡 발소리 쿵쿵거리며 포화처럼 몰려온다


윤희경 시인

한호일보  info@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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