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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대학 학비 개편안‘규제 완화’ 아닌 ‘과도한 정부 개입’
손민영 기자 | 승인 2020.06.25 18:36

인문계 학비 2배 인상.. 노골적 ‘억제’ 방안 
대학 예산 낮추며 ‘산업 수요’ 반영 의도

댄 테한 연방교육부 장관

2021년부터 대학에서 법률, 상경계열, 인문계(humanities) 및 예술전공 학비가 크게 오르고 교대, 과학기술 학과의 학비는 대폭 인하된다.

댄 테한 연방 교육부장관은 이번 개혁안이 가장 인기 없었던 정책 중 하나로 꼽히는 2014년 학비 자율화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토니 애봇 정부는 규제 개혁을 통해 수요가 높은 학과에 대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비를 책정할 수 있도록 과감한 개혁안을 추진했지만 상원에서 2회 부결돼 결국 폐기됐다. 현행법에선 교육부가 호주 대학(university)의 학비를 학과별로 일괄 책정한다.

교육부가 6월 발표한 대학학비 개혁안은 6년 전의 규제 완화 정책과는 분명히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모리슨 정부도 전임 애봇 정부와 마찬가지로 정부 지원금을 줄이고 대학 자체 충당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

향후 10년간 대학생 숫자가 10만명 증가할 전망인데 정부는 대학 지원 예산을 늘릴 생각이 없다. 각 대학들은 ‘각자도생’으로 수요 증가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두번째 유사점은 대학이 기업의 필요에 맞는 졸업생들을 배출하는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2014년 개혁안에서는 인기가 있지만 미래 수요가 크지 않은 학과의 수업료 인상을 올리는 방식이었다면 2020년 개혁안에서는 인기 학과의 학비 인상과 더불어 미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학과의 수업료는 낮추었다는 점이다.   

교대(teaching), 간호, 과학기술(STEM) 계통 전공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수업료가 60% 이상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법학이나 상경계열 학위를 원하면 정부의 개혁안은 그다지 좋은 소식이 아니다. 학비가 30% 정도 인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업료가 두 배로 오를 인문계(humanities) 지망생들에게는 치명타인 셈이다. 

호주에 더 많은 간호사, 교사, 수학 및 과학 전공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누구도 그들이 값 싼 수업료로 공부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분야 학위는 유용성(취업 전망)이 낮기 때문에 학비를 두 배 올려야 한다는 논리를 수용하기 어렵다. 테한 교육부장관도 문학학사 학위(Bachelor of Arts) 소지자다. 많은 인문계 졸업생들이 결국 수요가 높은 분야로 진출해 기여를 하고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인문계 졸업생들이 많이 진출하는 영역은 교육, 공공 행정, 전문직, 과학 기술, 보건, 예술 및 리크리에이션 분야이다.

호주인문학회(Australian Academy of the Humanities)는 “정부의 개혁안은 호주의 인문계교육에서 100년 만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학부 졸업생의 학비융자금(채무)이 간호학 전공은 1만1천 달러인 반면 인문학 전공은 무려 4만5천 달러가 된다. 

정부는 인문, 광고/미디어, 경영, 상경계열 학비를 높여 그 비용으로 교대, 간호, 과학 기술(STEM) 학비를 낮추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규제완화(deregulation)’가 아니다. 앞으로 늘어나는 대학생을 정부의 추가 지출 없이 대학이 수용하도록 유도하면서 대학 교육구조를 산업수요에 맞게 개편하려는 일종의 ‘과도한 정부 개입(excessive government intervention)’인 셈이다.

정부의 개혁안이 불황에 빠진 경제를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인지는 상원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원 의원 다수가 인문학 전공자들이었다.

손민영 기자  gideon@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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