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성관계 제안.. 무력감, 자괴감 시달려"  
대법원 근무 6명 피해 여성 고발 본 뒤 폭로 결심  

이슬기(엘리자베스 리) ACT 주의원

ACT 준주의 자유당 소속인 한국계 엘리자베스 리(Elizabeth Lee, 한국명 이슬기) 주의원(MLA)이 그녀도 다이슨 헤이든 전 대법관(former High Court Judge Dyson Heydon)으로부터 2013년 켄버라대학 법대 행사(University of Canberra Law Ball) 때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했다고 공영 ABC방송이 27일(토) 보도했다.   

변호사 출신인 리 주의원은 “헤이든 전 대법관이 당시 행사 후 늦은 밤에 그의 호텔 방으로 오라고 계속 압박하면서 원치않는 성관계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자유당 주의원 자격으로 7년 전 성추행에 대해 폭로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 대법원은 자체 조사를 통해 대법원에 근무했던 6명의 여성 동료들(법조인들)이 헤이든 전 대법관(2003~2013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6명 중 5명은 대법원에서 헤이든 대법관을 지원하는 법조인들이었고 1명은 다른 대법관실 소속이었다. 또 전 ACT변호사회(ACT Law Society) 회장을 역임한 ACT의 중견 법조인인 노르 블러머(Noor Blumer) 변호사도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6명 중 3명은 헤이든 전 대법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엘리자베스 리 ACT 주의원은 대법원 조사에서 확인된 6명의 피해 여성들이 아닌 또 다른 피해 주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이슨 헤이든 전 대법관

2016년 ACT 쿠라종 선거구(Kurrajong electorate)에서 자유당 후보로 당선된 리 의원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힌 6명 여성 법조인들의 행동에 고무됐다. 이들의 용기있는 행동을 보면서 대학 강사로 일하던 시절인 7년 전 나의 성추행 피해 기억을 되새겼다. 당시 나는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무력함(felt helpless)을 느꼈다. 충격, 외로움에 나의 가치가 이게 전부일까(is this all I'm worthy of?)라는 자괴감이 들었다”라고 회고했다.  

호주 법조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충격을 준 성추행 폭로와 관련, 헤이든 전 대법관은 변호인을 통해 성추행 주장을 모두 부인하면서도 “그의 무례했던 행동이 불쾌감을 주었다면 사과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7명 대법관들 중 2명은 헤이든 전 대법관의 스캔들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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