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협동조합의 날 로고(©ICA)

“협동조합”이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한국에서는 “아이쿱, 신협, 한살림” 등의 조합 이름을 많이 들어보셨을 거고, 호주에서는 울워스 슈퍼마켓에서 보실 수 있는 데어리 파머 우유(Dairy Farmers Milk) 브랜드도 데어리 파머 협동조합에서 생산하는 제품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스페인의 유명한 프로 축구 구단인 FC 바르셀로나도 세계 최초 시민 협동조합 형태의 축구 클럽이라는 사실을 혹시 아셨나요? 

매년 7월 첫째 주 토요일은 1995년 UN 특별결의를 통해 “국제협동조합의 날”로 정해 ICA(국제협동조합연맹) 및 UN에서 기념하고 있는 기념일인데요,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협동조합의 활동을 장려하는 기념일이지요. 2020년 세계협동조합의 날은 “기후 행동을 위한 협동조합(COOPERATIVES FOR CLIMATE ACTION)”이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기념을 하게 됩니다. 이는 최근 들어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 과제인 기후 변화와 그 대응에 있어 협동조합의 기여와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조합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의 경우, “조합”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생소하실 텐데요, 오늘은 세계협동조합의 날을 맞아, 지역과 마을 공동체를 살리는 “조합”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조합은 보통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경제 공동체로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조직”이라고 ICA(국제협동조합연맹)에서는 정의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재미있는 개념들이 눈에 띄는데요, “공동 소유, 민주적 운영, 공통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등 우리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와는 약간은 다른 특성을 보이기도 하네요. 이해하기 쉽도록 몇 가지 예시를 보여드릴까 합니다.  

협동조합 생산품 로고 모음

1) 썬키스트, 제스프리: 세계의 농업 협동조합
얼마 전에 마트에 갔더니 제스프리 키위가 제 철이라 진열대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 옆에는 썬키스트 마크를 단 오렌지가 보였습니다. 이 두 제품의 공통점은? 바로 농업 협동조합의 제품이라는 것인데요. 썬키스트는 미국의 오렌지 재배 농장들을 조합 생산 제품을 일컫는 브랜드로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전역에 있는 오렌지 재배 농장들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협동조합으로 120년 동안 이어온 오랜 전통을 가진 조합입니다. 조합의 정신에 따라, 가족경영, 전통적인 재배 기법 유지, 친환경 자원 사용, 혁신 등을 지속적인 가치로 지키고 있다고 하네요. 제스프리는 역시 뉴질랜드 키위 농가들이 1970-90년에 가격 경쟁으로 줄 파산을 하는 암담한 시기에 품질 악화와 농가 소득 하락을 방지하고 키위 농업을 유지하기 위하여 협동조합을 만들어 “제스프리”라는 단일 브랜드로 세계에 수출하게 된 제품입니다. 

그라민 은행 로고

2) 그라민 은행: 방글라데시의 협동조합 은행 
은행이 어떻게 조합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신가요? 하지만 조합 형태의 은행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가깝게 있습니다. 한국의 농협과 수협도 농업 협동조합, 수산업 협동조합의 줄임말로, 조합원의 경우 농민 지원 대출 같은 금융 상품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조합 형태의 은행으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을 들 수가 있습니다. 그라민 은행은 농촌 마을에만 존재를 하는데요, 이 은행은 대출을 받기 위해 담보나, 보증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5명의 채무자로 구성된 모임 참석과 그라민 은행 조합에 가입하면 소액을 단기로 대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원활한 대출금 상환을 위해 돈을 빌린 사람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역 조직을 활성화시키고, 채무자를 비롯한 조합원들이 함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도록 조직된 시스템입니다.  인력거 모임, 젖소 모임, 칠리고추 모임 등 이러한 모임을 통해 돈을 출자한 사람들은 제때에 출자한 돈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소액을 대출 받아 제 때에 갚은 사람들은 그 뒤로도 계속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용 거래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됩니다. 지역 사회는 일할 수 있는 마을의 인력이 종잣돈을 통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도 활성화되고, 지역 주민들은 반복되는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굿네이버스 방글라데시 미푸르 조합원들이 직접 생산한 주트백을 들고 있는 모습

3) 방글라데시 미푸르 조합, 에티오피아 헤토사 밀 조합: 지역주민 소득증대를 위한 조합 
굿네이버스와 같은 NGO 단체에서는 지역주민들의 경제 활동을 돕기 위해 다양한 조합 활동들을 지원합니다. 굿네이버스는 해외 212개 사업장에서 지역사회 조합원들과 함께 상품을 기획, 생산, 판매하는데요,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지속적인 소득 증대와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판매 수익금의 10%는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조합원 교육, 설비 구매, 신제품 개발 등에 재투자를 함으로서 안정적인 조합의 운영이 가능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지역 주민 80%가 밀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에티오피아 헤토사에서는 밀 조합을 조직하였습니다. 좋은 종자로 밀을 심어야 수확도 많은데, 좋은 종자는 당나귀를 타고 하루를 꼬박 가야 하는 시장에서만 살 수 있고, 가격도 2배나 더 비싸서 개인이 소량으로 구입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그래서 지역 주민들은 품질이 낮은 종자를 사용하게 되고, 1년 내 고생을 해서 수확한 밀은 양이 적은 데다, 시장이 너무 멀어 중간 상인에 헐값에 밀을 팔아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에티오피아 헤토사 밀조합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조직되었습니다. 밀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공동 구매를 통해 질 좋은 종자를 싼값에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고, 좋은 종자를 사용하여 수확량은 3배나 늘었지요. 또한 조합원들이 함께 설립한 공동 창고에 밀을 보관하여 수확기에 싼값에 한꺼번에 팔 필요가 없게 되었죠. 조합은 단순한 “수혜”가 아니라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고, 주도권을 가지고 활동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게 되는 것,  바로 “자립”의 출발점으로 지역공동체에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위의 예시 외에도 노동자 협동조합, 소비자 협동조합을 비롯하여 공동 이용을 위한 이탈리아의 주택 협동조합, 덴마크의 풍력 협동조합, 그리고 문화 예술 협동조합 등 그 종류나 기능이 매우 다양하지요. 또한 주주 혹은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경제 공동체가 아니라, “조합원” 이 주인인 협동조합은 특별히 노동자나, 농민, 서민, 장애인, 노숙인처럼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이 본인들이 처한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만든 공동체인 것에 의의가 있지요. 

수확한 밀을 가지고 창고로 모이는 에티오피아 헤토사 밀조합의 조합원들

국제 협동조합의 날을 맞아,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가치는 바로 다름 아닌 “함께함”이었습니다. 종류가 무엇이 되었건,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도 협동조합을 통해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함께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공동체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됩니다. 

조합 활동을 지지해 주는 의미로 장을 보러 갈 때 협동조합 제품을 사주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는 유기농 농산물 혹은 공동육아 등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협동조합에 가입하여 함께 연대를 이루고 활동할 수가 있겠네요! 더 많은 사람들이 조합 활동을 통해 이웃과 함께하는 즐거움과 풍요로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살아가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후원문의: 굿네이버스 호주 (H. www.goodneighbors.org.au / E. gnau@goodneighbors.org /P. 0416 030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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