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포트와인을 실어 나르는 배

프로세코(Prosecco)는 분쟁의 한가운데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긴 무명생활 끝에 햇빛을 본 늦깎이 배우 같이 뜨고 얼마 있지 않아 분쟁에 휩싸였다. 프로세코(Prosecco)는 와인 이름이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포도 품종이다. 호주는 와인 신생국을 뜻하는 신세계 와인 생산국이라 와인 라벨에 포도 품종 이름을 넣는다. 와인 가게에 가 보면 시라즈(Shiraz)라던가 카버넷 쇼비뇽(Cabernet Sauvignon), 멀롯(Merlot)이란 글씨가 라벨에 쓰여 있는데 이 모두 포도 품종이다.  

프로세코 와인 분쟁의 씨앗은 2007년 세계적인 불경기 때 잉태되었다. 불경기가 되자 영국 와인 소비자들은 비싼 샴페인 와인을 선뜻 집어들 수 없었다. 이의 대체품으로 떠 오른 것이 싼 프로세코 스파클링 와인이다. 스파클링 와인이란 탄산음료같이 기포가 이는 와인이란 뜻이다. 그러면 샴페인과 스파클링은 무엇이 다른가? 샴페인은 원래 프랑스 북부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와인인데 지역 이름을 따서 샹파뉴의 영어식 발음인 샴페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와인의 인기가 올라가자 여러 나라에서 탄산 와인을 만들어 샴페인이라 이름을 붙였다. 그 후 국가 간 국제 협약에 의해서 특정 지역명을 와인에 쓰지 못하게 되었다. 이 결과로 지금은 프랑스 샴페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탄산 와인에만 샴페인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고 다른 나라 또는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탄산 와인은 스파클링 와인이라 부른다. 

프로세코 또한 이탈리아 북부 지역 이름이고 이곳에 있는 포도 품종이 지역명과 같은 프로세코였다. 프로세코의 인기가 높아지자 각국에서 이 포도 품종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자 이탈리아에서 2009년 프로세코(Prosecco)란 포도 이름을 글레라(Glera)로 바꾸고 프로세코(Prosecco)를 와인 생산지역으로 등록했다. 포도 품종은 세계 각국에서 와인 라벨에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샴페인의 예에서 보았듯 특정 지역 이름은 쓸 수 없다. 지명 때문에 문제가 된 와인이 또 있다. 포트와인(Port wine)이란 것이 있는데 알코올이 18% 정도로 높고 달아 한국 분들이 좋아하는 와인이기도 하다. 포토(Porto)라고도 알려진 포트와인은 포르투갈 두로벨리(Douro Valley)에서 생산된 와인에만 붙일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알코올 강화와인(Fortified wine)이라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프로세코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2008년에는 1억5천만 병이 생산되었으나 2018년에는 무려 6억 병이 생산되었다. 호주에서는 지난 2년간 판매가 50% 이상씩 신장하였다. 또한 해외 시장에서 호주산 프로세코 스파클링 와인이 이탈리아산보다 높게 팔리기도 하였다. 화가 난 이탈리아는 호주에게 프로세코(Prosecco)는 더 이상 포도 품종이 아니고 와인 생산 지역명이니  와인 라벨에 프로세코(Prosecco)란 이름을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호주는 벌써 20년 전인 1999년 프로세코(Prosecco) 포도나무를 심은 이래 프로세코(Prosecco)란 이름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고 수출까지 했는데 인제 와서 그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하다니 말도 안 된다며 극렬히 저항하고 있다. 호주 와인 생산자 연합회는 프로세코(Prosecco)는 포도품종이니 이 이름을 계속 쓰겠다고 버티고 있다. 2000년 이후 이 포도는 브라질, 루마니아, 아르헨티나, 호주에서 경작되고 있다. 

프로세코의 하늘을 찌르는 인기 요인은 무엇인가? 전반에서 밝혔듯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프로세코는 왜 프랑스 샴페인보다 저렴할까? 우선 만드는 방법이 샴페인과 다르다. 샴페인은 와인을 병입  작업 한 다음 거기에 설탕과 효모를 넣은 후 병을 거꾸로 세운 상태에서 2차 발효를 시킨다. 병 속의 효모(이스트)는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병마개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와인 속에 녹아들어 탄산 와인이 만들어진다. 저온에서 수년간의 발효가 끝나면 병 끝에 모여 있는 효모 찌꺼기를 빼내고 와인을 채워 밀봉한 다음 판매에 들어간다. 긴 발효 숙성 기간과 손이 많이 가는 전통적인 2차 발효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프로세코는 샤맷(Charmat) 방법이라고 해서 와인을 커다란 스테인리스 통에 넣고 거기서 한꺼번에 2차 발효를 시킨다. 기간도 약 한 달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니 생산 원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프로세코의 인기가 시들지 않는 것은 가격 이외에 맛 때문이기도 하다. 샴페인은 2차 발효를 몇 년씩 오래 하기 때문에 효모 찌꺼기에서 우러난 맛이 더해져 상큼한 과일 맛이 줄어든 약간 무거운 맛인 반면 프로세코는 단기간에 2차 발효를 끝내기 때문에 맛이 가볍고 상큼하다. 요즘은 무거운 와인보다는 가볍고 마시기 편한 와인이 대세다. 1980년대 한 때 유럽에서도 와인이 나이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며 마시는 술이라고 젊은이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적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 같이 식사를 하지 않고 술만 마시는 추세에서 무겁고 진해 마시기 불편한 와인이 받아들여질 리 만무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프로세코의 인기는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여러 호주 와인 회사들이 프로세코 와인을 생산 판매 수출까지 하고 있는데 이탈리아와의 결정에 따라 호주 프로세코의 운명이 갈릴 것 같다.  

프로세코는 이탈리아에서는 아주 흔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지만 이탈리아 이외의 지역에서는 주로 식전, 식후 와인으로 많이 사용된다. 프로세코는 지역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 다른데 콜 폰도(Col Fondo) 지역과 메토도 클래식코 프로세코(Método Classico Prosecco)는 전통 샴페인 만드는 방법으로 병에서 2차 발효를 한다. 클래시코(Classico)는 예전부터 이 포도를 심어온 전통적인 포도밭을 뜻한다. 병에서 발효된 와인은 효모와 오래 접촉되었기 때문에 효모껍질에서 나는 맛이 섞여 있다. 효모 맛이 스며들면 상큼한 과일 맛이 줄어들고 좀 더 복합적인 맛과 향이 난다. 프로세코는 3년 이내 신선한 것으로 마시는 것이 좋으며 와인에 따라 7년까지 보관이 가능한 와인도 있다. 프로세코는 칵테일용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프로세코 스파클링 와인으로 만들어진 칵테일 중에 베니스에서 시작된 벨리니(Bellini) 그리고 이탈리아 북부 파두아(Padua)에서 시작된 스프리츠 베너지아노(Spritz Veneziano)가 유명하다. 스프리츠는 식전, 식후 음료로 많이 이용된다. 손님 초대했을 때 이 스파클링 와인을 이용해 창의적인 칵테일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프로세코는 와인 속 당도에 따라 브러트(Brut 당도 최대 12g/litre), 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 당도 12~17g/litre), 드라이(Dry 17~32g/litre)가 있다. 와인에서 드라이(Dry)라는 것은 달지 않은 와인을 가리키는 말이고 브러트(Brut)는 스파클링 와인에서 달지 않은 와인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그래도 셋 중에서 당도가 가장 낮은 것이 브러트(Brut)이고 드라이(Dry)에 당도가 가장 높다. 이 스파클링 와인을 구매할 때 당도를 확인해야 좋아하는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다.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은 차게 해서 마셔야 상큼하고 새콤달콤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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