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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단상] 멀고도 가까운
최정복 (엠마오대학 기독상담학과 교수) | 승인 2020.07.02 16:11

센트럴 코스트는 파통가(Patonga)에서 시작하여 디 엔터런스(The Entrance)까지의 지역이다. 고스포드로 이사 온 후 새로 알게 되었다. 파통가는 시드니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말한다. 지도를 보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파통가 해변에서 손에 잡힐듯한 곳에 시드니의  웨스트 헤드(West Head)가 있다.  바로 그 옆에 있는 팜 비치(Palm Beach)도 볼 수 있다.  실제로 페리를 타면 피트워터(Pittwater)까지 짧은 시간에 갈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로는 고스포드를 거쳐 돌아가야 한다. 교통이 혼잡할 때는 2시간도 걸릴 수 있다.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시간거리는 먼 곳이다. 사람에 따라 멀거나 가까운 거리가 될 수 있다.

호주와 한국과의 거리는 8,340Km다. 직항 비행기로 평균 10시간 50분이 걸린다. 먼 곳이다. 그러나 호주에 사는 동포들은  한국에서 수입된  식품이며 가구,  옷 등 생활용품을 구입한다. 한국의  정치며 뉴스에 관심이 많고 티비 프로그램도 좋아한다. 단순히 언어의 불편 때문만이 아니다. 전문직종에서 매일 영어로 일하는 동포라도 큰 차이가 없는 줄 안다. 비록 외국에 살고 있지만, 삶과 생각의 바탕에 한국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한국에 기쁘거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멀리서도 그것을 함께 느낀다. 어머니를 향한 자녀들의 마음처럼 그렇게 친밀하고 애틋하다. 한국은 멀지만 늘 가까운 곳에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김치며 스시, 우동 등 입맛이며 문화와 정서적인 면에서 서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여행객으로 오가는 사람들도 빈번하다.  오랜 재일동포들의 역사며 그 수가 많아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일본에서 일하고 있거나 사업 관계 혹은 결혼 등으로 맺어진 끈끈한 가족 관계도 의외로 많다. 

그러나 일본은 다수의 한국인들에게 비호감의 감정이 더 큰 줄 안다. 얽히고 뒤엉킨 옛 상처의 흔적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도 독도며 위안부 이슈  등으로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민감한 현안들이 해소되지 않아 갈등의 골이 깊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 멀고도 가까운 나라다. 

한반도의 남과 북의 관계는 어떠한가?  한민족으로 같은 언어와 문화,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아직도 남과 북에 헤어져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도 많다. 남과 북 모두 가장 큰 소원이 통일이라고 말한다. 2003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평양에서 개성을 거쳐 공동경비구역까지 가 보았다. 개성에서 판문점까지는 아주 가까웠다. 북쪽 판문각에서 반대로 남쪽 자유의 집을 바라보며 착잡한 감회에 잠겼다. 남과 북은 지난 70년동안, 볼 수도 없는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휴전상태에 있다. 가장 불편하고 민감한 갈등관계에 있다.  휴전이 깨지고 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며 불안을 느끼는 국민들도 많다. 슬프게도 남과 북은 그렇게 멀고도 가까운 관계이다.

두 주일 전, 매우 가까운 두 지인이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나셨다. 삶과 죽음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보통 ‘구만리 황천길’ 혹은 ‘되돌아 올 수 없는 강’등의 표현대로 멀고도 먼 거리이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에 산 자가 죽은 자로 되었다. 

한 분은 매장되고 다른 한 분의 육체는 화장되어 몇줌의 재가 되었다. 삶과 죽음간의 거리는 나이며 건강 등으로 대강 추측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다. 아무리 젊고 건강한 청년이라도 어느날 갑자기 죽은 자가 될 수 있다. 누구에게든 삶과 죽음의 거리는 아주 멀지만 동시에 매우 가까운 것이 아닐까?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와  속편인 <멀고도 가까운( Far away, so close)>이 있다. 인간들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사랑과 죽음,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삶을 선택한 천사들의 이야기다. 십여년 전에 본 영화지만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남아 있다. 천사들은 사랑을 전하는 일을 잘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매일 일에 메달려 더 소리지르며, 더 천박해지며, 심장은 더 무디어져 간다. 시간의 노예처럼 산다. 그래서 곁에 있는 천사들의 메시지를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고, 가슴으로 이해 할 수 없다. 천사와 사람이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안타까움이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천사들의 이야기가 오늘 문득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던 예수님을 생각나게 한다. 사람들과는 너무 먼 거룩하신 분이지만 우리를 결코 떠나지 않고 항상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슬프고 아파하며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모든 삶의 현장에 친구처럼 가까이 계신다.  우리 곁에서 아니 우리 안에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계속하신다. 또한 자신의 부활을 통해 삶과 죽음의 벽을 허물어 주셨다. 그래서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지만, 동시에  주님과의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된다. 나처럼 부족한 사람에게도 이것을 믿게 해 주셨다. 그래서 종교와 세상에 메이지 않는 큰 자유와 소망 주신 것을 감사한다. 지금도 그 분은  계속 말씀하시고, 사람들, 사건, 자연과 우주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보여 주신다.  다만  우리가 그 분의 메시지를 들을 수 없고, 그 분의 하시는 일을 볼 수 없고, 그 분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벤더스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아직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 많은  한인 동포들이 일이나 모임보다 홀로 있는 시간들이 많은 줄 안다. 이런 기회에, 자신과 주위, 지구촌의 문제를 새롭게 챙겨보는 진지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열린 마음으로 아니 정직하게 기도하는 태도로 말이다. 먼저 나 자신이 그런 시간을 갖고 싶다. 주님의 마음과 손길과 하시는 일들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경험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최정복 (엠마오대학 기독상담학과 교수)  jason.choi4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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