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명언 중에 “Let food be thy medicine and medicine be thy food.”라는 말이 있다. 음식이 약이 되어야 하고 약이 음식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이다. 식습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에 수반되는 질병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만, 고혈압, 당뇨 등 혈관질환 질병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흔한 질병이 아니었다. 식단이 서구화 되면서 늘어난 질병이다. 음식의 중요성이 높아감에 따라 와인에 관한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와인이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서양 과학자들이 밝혀냈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다른 서양 사람들 보다 심장병 발병 율이 낮은 것은 와인을 많이 마시기 때문이라는 ‘프렌치 파라독스’가 가장 좋은 예이다. 하지만 아직도 와인을 바라보는 서양과 동양의 시각차는 크다. 서양에서는 와인을 단순히 음식으로 생각하지만 동양에서는 약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와인에 대한 이런 저런 이론을 설명했지만 대부분의 이론이 맛과 풍미를 알기 위한 것이다. 포도의 품종을 왜 알아야 하는가. 포도 품종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의 복잡한 와인 산지에 대한 지식이 왜 필요한가. 바로 지역에 따른 독특한 맛과 향이 있기 때문이다. 제조 과정은 왜 이해해야 하는가. 같은 포도 원료라도 제조 과정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믈리에는 왜 필요한가. 와인에 대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고객들이 원하는 맛과 풍미가 있는 와인을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동양은 와인을 건강 때문에 좋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나 서양에서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소비 비율이 거의 비슷하지만 동양에서는 레드와인 소비 비율이 훨씬 높다. 레드와인이 화이트 와인보다 항산화작용이 세배에서 여섯 배까지 높다는 연구 결과 때문일 것이다. 동양인들은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 때문에 많이 마시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와인이 건강에 좋은지는 잘 모른다. 한국과 호주 와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와인과 건강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던 적이 있다. ‘와인은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라는 질문에 한국인들이 호주인들 보다 훨씬 많게 그렇다고 응답했다. ‘나는 와인이 건강에 왜 좋은지 이유를 안다.’라는 질문에 호주인은 한국인보다 훨씬 많이 안다고 대답했다. 호주인은 와인의 건강 효능에 대해서는 한국인보다 믿음의 강도는 낮았지만 와인이 어떻게 건강에 좋은지에 대하여는 한국인보다 많이 알고 있었다. 

맛과 풍미에 치우친 와인 교육도 좋지만 와인과 건강에 대한 교육도 많아야 보다 폭 넓게 와인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때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에서와 같이 음식이 약이 될 수 있게 할 수 있다. 음식이 약이 되는 데는 조건이 있다. 이 조건을 규정한 사람이 독성학을 정립한 약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라셀서스(Paracelsus)이다. 와인이 음식이 되느냐 약이 되느냐 독이 되느냐는 복용량에 달려있다 라고 그는 주장하였다. J-shaped curve라는 유명한 와인 연구 결과가 있다. 술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보다 적당량의 술을 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 적당량의 와인은 남자의 경우 하루에 두잔, 여성의 경우 한잔이다. 그렇다면 한 잔은 얼마만큼의 분량인가. 순수 알코올 성분 10g을 한잔으로 규정하는 나라가 많다. 호주,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뉴질랜드, 폴란드, 스페인 등이 10g으로 규정하지만 영국의 경우 8g, 네덜란드는 9.9g 그리고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12g이다. 반면에 포르투갈, 미국은 14g, 일본은 무려 19.75g이다. 호주 와인 라벨에 보면 와인 잔 로고와 함께 Standard drinks 8.6 등 숫자가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한 병의 와인이 표준 잔으로 8.6잔이 나온다는 뜻이다. 와인이 혈관 질환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는데 와인의 무엇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가. 와인에 들어있는 폴리페놀(Polyphenols)이 그 성분이다. 모든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합성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 합성물질이 바로 폴리페놀이다. 식물에 따라 종류와 분량이 다르지만 이 지구상의 모든 식물에 들어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약 8천가지 정도로 알려졌다. 

와인의 경우 포도 종류와 재배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포도 껍질과 씨에서 우러난 폴리페놀 성분이 약 2천가지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을 비롯해 과일이나 채소를 통째로 섭취하는 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복합물질을 모두 섭취하는 것이다. 복합물질 섭취는 왜 중요한가. 단일성분의 현대 의약품에서 문제 되는 병원균에 대한 내성을 줄일 수 있다. 알코올이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지만 혈관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와인이 특별한 이유는 알코올과 폴리페놀성분이 시너지효과를 내서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나마 와인이 약이 되는 조건과 이유를 살펴보았다. 이제부터는 와인을 음식으로써의 맛과 풍미뿐만 아니라 약으로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 한다. “Penicillin cures, but wine makes people happy.”- Alexander Fleming. 페니실린은 사람을 치료 하지만 와인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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