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의 보도 영역은 우리의 생활만큼 넓고 크다. 그 대중 전달수단은 사회 전체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모든 보도 영역이 중요하지만, 이 분야를 전공한 나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건 인물 보도다.
 
인물 보도가 한 사회의 가치관을 이끄는 선봉장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일제 때 일본에서 국민학교를 다니면서  책과  다른 매체(교과서,영화, 만화 포함)를 읽고 보고 들으며 감명을 크게 받지 않을 수 없던 게 전쟁영웅 이야기였다. 그건 당시 일본 군국주의를 반영하는 대표적 가치관이었다. 그런 대세에 떠밀려 일본은 진주만을 용감하게 기습 폭격했고, 결국 원자탄 세례라는 국가적 재앙을 맛보고  패망한 것이었다.
 
지금의 한국, 더 넓게는 한민족에게 가장 절실한 가치관은 무엇일까? 부지런함과 돈 자체는 아니다. 그건 더  이상  잘 할 수 없다.  잘 안 되고 있는 가치관은 정직성과 성실성이다. 꼼수로 출세하고 돈을 버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잘 살게 되었다는 나라가 저렇게 시끄러운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해야 정직과 성실을 중하게 여기고 실천하는 풍토가 우세해질까? 센 신문  사설, 유명 인사의 강연, 목사의 설교를 매일 내보내면 잘 될까? 아니다. 그 보다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산 사람, 사는 사람을 실제 생활에서 대접해주어야 그렇게 될 수 있다.
 
그 대접 가운데 가장 확실한 게 대중매체의 인물 보도다. 어린 아이들이 아닌 성인이라면 대중매체가 어떤 사람을 저명하거나 ‘별 볼일 없는’인물로 대접 또는 푸대접을 하는가를 지켜보면서 그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도의와 윤리 교육은 대중매체가 내세우는 사회적 모델(Social model)이 한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대중매체는 이 모델을 정직하게 내세울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의 대중매체는 어떤가?
 
과거 한국의 신문과 잡지는 ‘장관 열전’과 같은 연재 제목으로 미사여구를 써가면서 고위직에 등용된 인물에게는 아첨을 했었다.  지금도 그 전통은 남아 있다. 벌써 반세기도 전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안  건데   남의 전기 집필자(Biographer)는 당사자에 대하여 적어도 1년 이상을 널리 조사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그런 전통이 있는가? 자서전(Autobiography)은 자신의 생애를 자신이 쓰는 게 원칙이지만 보통 남에게 맡긴다.  돈이나 다른 이권이면 대신  써주는 글쟁이들이 얼마고 있어 그렇다.
 
‘그는 누구인가’
 
거의 30년 전 한국에 가 일할 때다. 해직 언론인이라는 모 인사가 인명사전(Who’s Who)을 낼 텐데 책을 사주고 조금 지원을 해주면 이름과 이력을 화려하게 올려주겠다는 오퍼를 해온 적이 있다.   사양했었다.  경영이 어려운 많은 작은  간행물들이 ‘이달의 인물’이니 ‘그는 누구인가’와 같은 거창한 제목을 달고 인물 사진을 표지에 올리는 걸 흔하게 보게 된다. 
 
이번 글은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의 비보를 접하고 쓰게 되었다,  나는 호주에서 평소 글을 읽고 한국 사회와 민족을 위하여 공인으로서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깊이 공감했던 세 분이 있었다. 고인이 된 박원순씨 말고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 기독교 장로  손봉호 교수다. 

그럴 리 없지만, 이들에 대하여 인물평을 쓰라면 나는 할 수 없다. 함께 같이 지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래 전이다. 손봉호 교수에게는 성원하는 뜻으로 내가 쓴 책 한 권과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응답이 없었다. 우편  사고였는지 상대가 대수롭지 않아 그랬는지 알 도리가 없다.
 
누구든 다른 사람의 인물평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대중매체에 기고할 때는 조심할 게 있다. 상대에게 신세를 졌다든가, 앞으로 필요할 것 같아서와 같은 사적 이유로 부정직하게 써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이다.  인물평은 개인 사항이 아니다.
 
왜 해외에서 고국의 문제에 관심이 크냐고 물을 독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나와 아내만 해도   이 나이에도 아직 다섯 친형제와 20여 명의 친 조카와 그 아래 많은 손자들이  한국에 살고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해외 한인들이 고국에 큰 관심을 갖고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

김삼오(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skim19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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