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부정적 영향 줄이는 생활’ 권장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개념 익숙해져야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 중요

외출 시 천 장바구니는 기본
개인 텀블러.스테인리스 빨대 휴대
면생리대 위생적 사용 충분히 가능

설거지 비누/ 오가닉면 화장솜/ 남은 과일, 야채 보관용 food hugger/ 대나무 칫솔/ 면프로듀스백/ 버블티용 컵/ 오가닉면생리대/ 실리콘 지퍼백/ 클레이 스크럽바와 비누-천연수세미와 병뚜껑을 비누받침으로 사용/유리병 이용 벌크구매/ 환경운동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는 책

‘플라스틱 없는 7월(Plastic Free July)’ 캠페인의 일환으로 호주에서도 다양한 환경 관련 세미나 및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NSW의  4개 카운슬이 ‘비왁스 랩 만들기’, ‘화장실에서 플라스틱 줄이기’ 등 다양한 주제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환경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환경운동을 실천하고 방법을 공유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다음은 ‘제로웨이스트’ 를 실천하는 시드니  동포 이효진 씨와 일문일답.

▶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한 계기는? 
“파라마타에서 고양이 다섯마리와 살고 있는 이효진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다니거나 동물털 제품 불매, 동물복지 계란 소비 등을 실천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바다거북이가  코에 박힌 빨대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 품안의 반려동물이 소중한 것처럼 야생 동물도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의 상태에서 그들이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고요. 그러기 위해선 썩지도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결심 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장 어려운 점은 대형 마트에 진열된 제품의 과대 비닐 포장입니다. 장을 볼 때마다 상당 분량이 나옵니다. 개인의 실천에만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기업들도 동참해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썩는 재질의 플라스틱/비닐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기업 차원에서 조금씩 바꾸어간다면 사회적으로 훨씬 더 크고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살아야하는 현대인인 관계로 ‘쓰레기 제로’보다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생활(low impact life)을 지향하는 것이 실질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완벽하게 실행하는 한 사람보다 완벽하지 않은 여러 명이 모이는 것이 사회 전체에서 훨씬 효과적이라고 하는 것처럼요.”

▶ 실천하고 있는 것을  소개해 주세요
“마트용 장바구니, 롤비닐 대체용품으로 천주머니를 사용합니다. 외출할 때는 개인 텀블러와 스테인레스 빨대 (버블티용, 일반), 손수건을 늘 가지고 다닙니다. 최근 팬데믹으로 개인 텀블러를 받아주는 카페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스테인레스 빨대라도 꾸준히 사용하고 있어요.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한 이 후 가장 큰 변화는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생리대, 면라이너 사용을 시작한 거예요. 최근 방수천으로 만든 면생리대가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데 이런 재질은 여러 번 세탁을 하면 방수코팅이 다 바스러져 묻어난다고 해요. 이 경우 제로 웨이스트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마음에 걸려 방수가 아닌 오가닉(organic) 면 재질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사용 후 과탄산을 물에 풀어 몇 시간 담궈두고 여러 개가 모이면 한 번에 삶아주면 얼룩도 전혀 없이 위생적인 사용이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했던 일회성 위생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되어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주방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는 액상 세제 대신 설거지 비누를, 스폰지 수세미 대신 천연 수세미를 사용해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줄인다. 액상세제를 선호하면 근처 벌크숍(Bulk shop)에 개인 용기를 가져가서  세제 알맹이만 구매하면 된다. 실리콘랩, 실리콘 뚜껑 덮개 등을 사용 중이다. 

▶ 제로 웨이스트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제로 웨이스트 이후 제가 가지고 있는 물건에 조금 더 애착을 가지고 오래 쓰게 되었어요. 제로 웨이스트라고 하면 당장에 쓰던 플라스틱 제품들을 모두 버리고 유리나 면 등 친환경 재질 제품들로 대체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그것보다는 기존의 플라스틱 용기들을 수명이 다할 때 까지 잘 활용하면서 점차적으로 바꾸어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예요.”

▶ 제로웨이스트를 원하지만 막상 실천을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제로 웨이스트라는 것이 너무 막연한 개념이라 실천이 어려운 분들은 환경 도서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제가 추천하는 도서는 애니 레오나드(Annie Leonard)의 The story of stuff (물건 이야기)인데요, 작가가 마트에 진열되는 하나의 물건이 어떤 원료로부터 만들어져 유통 과정을 거치고 폐기가 되는지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을 추적하여 쓴 책입니다. 환경이라는 것이 환경의 개념뿐만이 아니라 어떻게 사회적, 경제적인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는데 아주 유용한 책이예요. 한국어 번역본도 출간됐습니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대양(A Plastic Ocean)’은 버려진 플라스틱이 자연을 어떻게 해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후반부에 '어떻게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제품들을 분해도 되지 않는 재질로 만들었죠?'라는 말이 한참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왜 지금 당장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다큐멘터리 입니다.”

▶ 코로나 사태로 유감스럽게도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위생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우리는 지금 바로 이 순간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제가 버릇처럼 되뇌이는 말인데요, 너무 편하게 쓰고 버리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지 정말 조금 불편해도 생활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답니다. 누군가는 인간은 존재 자체가 이기적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러면 우리는 할 수 있는 걸 실천함으로써 조금 덜 이기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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