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 안녕하세요? 오늘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악기에 대해서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어르신들의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악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L : 우리 학교 다닐 때 풍금이 있었어요. 생긴 건 작은 피아노 같은데, 소리는 많이 달라요. 
A : 우리시대에 정명화씨처럼 바이올린 켜는 분들은 많지 않았어요. 시골에 살면서 그저 언니들이랑 산에 뛰어다니면서 풀피리를 불곤 했죠.
P : 내가 그런 악기를 전혀 다룰 줄 몰라서, 딸아이는 열심히 피아노 학원에 보냈던 거 같아요.
H : 호주에서 아이들 키우면서는 스포츠랑 악기를 많이 시켰던 거 같아요. 우리 아들은 기타를 제법 잘 쳤어요.
T : 그럼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전통 악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P : 가야금이나 거문고요. 대부분 드라마에서 궁궐에서 연회를 할 때 빨간 옷을 입은 악사들이 많이 연주하잖아요.
L : 맞아요. 아쉽게도 전통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회가 별로 없어서, 그저 TV에 나오는 장면들에서 얼핏 본 게 다 인거 같아요.
T : 네. 맞습니다. 사실 요즘 어린 아이들은 바이올린이나 플롯, 피아노, 드럼 등 서양 악기를 배우지, 우리나라 전통악기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에요. 오늘은 특히 가야금에 대해서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혹시 ‘삼국시대’는 어떤 나라를 지칭하는 것일까요?
A : 고구려, 백제, 신라요. 처음엔 세 나라가 경쟁하다가 신라가 통일을 하죠.
T : 네 맞습니다. 그럼 혹시 이 세 나라가 강성하던 때, 이들 사이에 끼여 있던 나라의 이름을 아십니까? 
모두들 : (갸우뚱) 글쎄요...
T : 그럼 지도를 통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L : 어머! 백제랑 신라 사이에 ‘가야’라는 나라가 있네요. 혹시 그럼 가야금이 ‘가야’라는 나라의 악기였나요?
T : 네, 맞습니다. ‘가야’라는 나라의 존재를 모르시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가야는 5세기까지는 백제와 힘이 비슷할 정도로 강한 나라였습니다. 가야는 낙동강이 흐르고, 김해평야가 펼쳐져 있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나라입니다. 특히 한반도에서는 가야에서만 ‘철’이 생산되어서, 크기는 작지만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나라였습니다. 사진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P : 오른쪽 사진은 군인들의 갑옷 같아요. 철이 생산되었으니까 무기랑 갑옷을 만들었던 거 같아요.
H : 왼쪽 사진은 오리처럼 생겼는데...아래에 촛불을 넣고 켜는 건가요?
T : 왼쪽 사진은 오리모양의 토기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가야 땅엔 넓은 평야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야 사람들은 동물들 중에서 ‘오리’를 풍요의 신(神)이라고 생각했어요. 
L : 오리를 풍요의 신으로 생각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대체로 신으로 믿는 동물은 강한 힘을 가진 동물일 거 같은데, 왜 오리인지 궁금하네요.
T : 너무 좋은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사실 옛날 농부들에겐 가장 귀한 동물이 바로 오리였습니다. 오리가 들판 위를 둥둥 떠다니면서 배설을 하면, 그 배설물이 곡식의 거름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또한 모내기를 마친 농부들은 오리 덕분에 곡식을 갉아먹는 벌레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오리가 알아서 벌레를 잡아먹고, 배설을 함으로써 농사를 돕는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그래서 가야 사람들은 이렇게 제사에 쓰이는 귀한 술병을 오리 모양으로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A : 옛 어른들이 “오리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 하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네요.
T : 풍요로웠던 가야는 6세기에 접어들면서 백제와 신라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쟁 때문에 점점 피폐해졌습니다. 그래서 가야의 가실왕은 우륵이라는 악사를 시켜서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가야사람들의 정신을 살릴 수 있는 악기를 제작하고, 음악을 만들게 합니다. 우륵이라는 사람이 만든 악기가 바로 ‘가야금’이에요. 
H : 저는 전통악기도 모두 조선시대부터 만들어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야금은 굉장히 역사가 오래된 악기네요. 거의 1500년 전에 제작된 거잖아요.
T : 네 맞습니다. 가야가 신라에 의해서 멸망할 때, 우륵이라는 악사(음악가)는 신라 땅으로 망명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가야의 정신을 되살리는 음악을 많이 만들게 됩니다. 아름다운 선율이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갈구하듯 멀리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했던 거 같아요.
A : ‘가야’라는 나라는 너무 멋있네요. 어떻게 하면 다른 나라를 멸망시키고 통일을 할까를 궁리하면서 전쟁을 하던 시대에, 음악으로 나라의 정신을 이어간 거잖아요.
T : 네, 바로 그 점 때문에 가야라는 나라는 망했어도, 가야금이라는 악기를 통해서 지금까지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가야금을 통해 알게 된 ‘가야’를 꼭 한 번 기억해 주세요. 다음 시간에는 돌로 만든 악기, 편경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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