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존 의사소통 방식 실패”
소수민족그룹내 ‘영향력 인물’ 협조 필요  

멜번의 코로나 핫스팟 중 하나인 브림뱅크는 비영어권 이민자 밀집 지역이다

이민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더 쉽게 걸리고 타인에게 병을 전파하는 비율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정부의 의사소통 실패를 꼽았다.

호주 코로나 보건 및 연구 자문위원회(NCHRAC)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영어권 소수민족 커뮤니티에 속한 이민자들이 공중 보건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놓치기 쉽고 통계적으로 만성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더 크고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 야당(노동당)은 “정부가 소수민족 커뮤니티 지도자들에게 50만 달러를 지원해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기간 중 의사소통의 장벽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알란 텃지 이민부 장관 대행은 “노동당이 질병을 인종과 연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를 거부했다. 그는 이어 “팬데믹 기간 중 수백명의 다문화 커뮤니티 지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고 주요 정보들을 1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해 웹사이트를 통해 공유했다”고 말했다. 10여개 외국어에는 한국어도 포함됐다. 

그러나 NCHRAC의 조사에 따르면 소수민족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학자들은 정부의 메시지 전달 방법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한 변역이나 더빙만으로는 언어문화적으로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각 공동체에 적합한 맞춤형 메시지 전달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효율적으로 다문화 공동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안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을 찾아내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건의했다.

NCHRAC는 다문화 그룹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리더는 가장 먼저 드러나는 사람이 아니라고 밝혔다. 즉 그 동안 정부가 만나 온 사람들은 스스로 공동체 대표를 자임하지만 영향력은 없는 사람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공동체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들은 신부, 목사, 이맘, 스님 등 종교 지도자일 수 있고 지역사회의 좌장일 수도 있다.

서로 다른 다문화 공동체의 지도자들과 연계해 각 문화권에 맞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번역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작업일 수 있다. 

호주의 남수단(South Sudan) 공동체가 이 작업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남수단 공동체 안에는 60여개 인종이 있고 각각 독특한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각 문화권의 리더, 문화, 전달 방식에 따른 정책을 수립해야 정보가 효율적으로 공유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힘든 일이지만 필수적인 것이다. 한 소수 민족 대표는 “호주 정부는 공동체 대표 한 명과 대화를 나눈 후 다문화 관련된 모든 일을 다 끝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민자 공동체와 코로나 바이러스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코로나 사태를 다문화 공동체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다. 천편일률적인 접근법을 버리고 인종의 특성과 다양성에 맞추어 대처하자는 것이다. 서로 다른 많은 인종이 함께 어울려 지내는 것이 호주 다문화주의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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