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고  6.15 공동선언 20주년이다. 호주에서는 시드니올림픽 남북공동입장 20주년이 된다.
한호일보는 ‘한반도 평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 취지에서 전문가 연쇄 인터뷰를 기획했다. 송지영 교수(멜번 대학 한국학 교수), 동포 인권운동가 강병조 KCC(한국교육문화센터) 대표, 남북관계 전문가인 개성공단 김진향 이사장과  서면 인터뷰를 갖고 3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는 멜번대학 송지영 교수의 인터뷰 전문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註)

2017년 AKBC 한국 대선 간담회(가운데 송지영 교수)

“한반도문제의 본질은  ‘70여년 기형적 분단체제’
안보 불안 장기 내재화로 관계회복 원하면 ‘종북, 빨갱이’로 의심
자기파괴적 정치사회 문화 고착, 갈등 커져”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으로 형성된 남북 화해 모드가 작년 2월 북미정상 간의 ‘하노이 노딜’ 이후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다. 북한은 지난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라는 화풀이까지 했다. 
한반도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집약된 키워드라 할 수 있지만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반도평화 실현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어려운 해결 과제로 남아있고, 현재 코로나 사태와 11월 미국 대선으로 남북관계는 예측조차 어렵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과 해외동포로서 할 수 있는 민간부문 역할에 대해 송지영 교수(멜번대 한국학)의 의견을 청취했다.

“남북 관계회복 주요 장애는
북에 대한 신뢰부족과 우리 내부의 갈등,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상충”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증진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은 무엇인가요?

“북에 대한 신뢰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냉전과 탈냉전을 거치면서 국제사회에 시장과 국경을 개방하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해 온 북한정권에 가장 큰 문제가 있긴 합니다. 구소련과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 휴전 이후 67년간 지속된 한반도 분단체제, 남한의 미군주둔 및 한미연합훈련, 국제사회의 경제재제 등 북한정권이 붕괴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습니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천천히 개방과 개혁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남한의 진보정권에서 햇볕정책 등 대북포용정책을 통해 도우려 했지만, 이또한 남한 반공보수 정권의 반대로 지속되지 못했고 남남갈등을 유발하면서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한 불신은 당연하고, 한민족인 남한시민 및 해외동포들조차도 북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는 신뢰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남한 및 국제사회를 위협할거라는 믿음이 절대적이지요.

북한이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개선하고 종전선언과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이전까지는 국가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지요. 현재와 같이 북한이 무엇을 하더라도 신뢰가 부재한 국제환경 속에서 핵무기를 손에 쥐고 중국에 의존해 경제를 근근히 이어가는 것으로 김정은 정권유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거라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라는 말은 듣기엔 그럴듯 하지만, 사실 이를 가장 원하는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개인과 가족의 안전과 재산이 연관된 한민족 및 해외동포, 그리고 이상적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사회 시민들이 원하고 지지하는 것입니다. 주변 강대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이나 미국 한 쪽에 치우친 한반도 통일보다는 현재와 같은 한반도 긴장상황과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본인들의 이해관계에 더 부합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강대국 본인들도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국가안보정책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 증진과 한반도평화는 북에 대한 신뢰, 또 남한정부의 한반도평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남북정부 모두에 대해 국제사회로부터의 신뢰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신뢰는 구한다고 쉽게 얻어지는게 아닙니다. 믿어주지 않는다고 남의 탓만 할 것도 아니구요.

해외에 오래 살다보니 한국정부와 전세계 한민족의 역량부족에 한계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지리적으로도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지만, 해외동포들 역시 아시아이민자 사이에서도 소수민에 해당합니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동포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동포사회 역시 남북분단, 남남갈등, 지역감정 못지 않게 많이 분열되어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고 하지만, 어떤 형식의 평화인지에 대한 생각이 저마다 다르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도 감정을 자제한 전략적인 토론을 한국인들 사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우리끼리도 신뢰형성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2019년 9월 맬번대학과 라트로브대학 태영호 특강 공동주관

▶일부에서는 남북문제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논의가 미국의 ‘비핵화 프레임’으로 인해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비핵화가 핵심 중 하나이긴 합니다. 핵을 가진 북한과 남한이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 혹자는 통일이 되면 북의 핵이 통일한국의 핵이 되는 것이라고 믿는 분들이 있는데 북이 남에게 아무 조건없이 핵무기를 공유할리가 없지요. 그리고 통일한국에 핵무기가 왜 필요할까요? 평화롭게 통일을 한다면 굳이 핵무기 보유로 주변국에 위협을 조장할 필요가 없겠지요. 
한반도문제의 본질은 휴전 후 지속된 분단체제입니다. 한반도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임시휴전 상태이고, 분단체제가 70여년간 지속되면서 정상적인 국가간 관계도 아닌 통일을 전제로 한 특수관계가 장기간 지속되며 한민족 사이에 정치경제 사회문화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국토의 절반이 그야말로 4km 분단선(DMZ)으로 갈려 대화나 소통이 단절된 채 살다보니 안보 불안이 내재화 되어버렸고, 북과 관계회복을 원하는 사람은 모두 종북, 간첩이나 빨갱이로 의심해야 하는 매우 자기파괴적인 정치사회적 문화가 한반도, 나아가 한민족 전체에 자리잡았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입니다.”

“한국의 전략적 이익 위해 
미국과 협의, 국제사회 공감대 중요”

▶소통과 공조를 위한 협의체라는 명목 아래 2018년 11월에 만들어진 한미워킹그룹의 활동이 사실상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대상이 아닌, 남북간의 인도적 사업에 대한 개입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구축에 있어서 한미워킹그룹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미국과 전략적 대화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미국은 좋든 싫든 한국의 동맹이고, 주한미군이 아직 주둔하고 있고, 전시작전권도 천천히 전환되는 중에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할 때 미국 및 주변국과 조율을 해야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다만 한미워킹그룹에서 한국의 입장을 뚜렷이 관철하고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자주적인 외교관계가 이루어져 왔는지에 대해서 많은 의구심이 듭니다. 북이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남한과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80년대 학생운동처럼 주한미군철수 한미워킹그룹 해체를 외치는 것은 전략적 사고의 부족으로 보입니다. 핵무기 때문에 거슬려도 북한을 돕고 있는 중국이나, 대책없는 반미감정 때문에 얄미워도 남한에 방위비분담을 하고 있는 미국처럼, 우리도 남북문제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미국이 싫어도 한반도평화를 위한 우리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미국과 협의하고 국제사회를 끊임없이 설득하는게 중요합니다.”
 
“인도적 교류 관련 사안 독자적 추진 기대”
종전, 평화선언 전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야 

▶1953년 정전협정문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의 서명으로 체결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반도평화를 위한 종전선언을 위해 다자외교를 통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전쟁 종식,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한국의 주체적 역할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종전선언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해야 하는 것이고, 형식적으로는 남북중미가 유엔의 참석 하에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협정은 종전선언의 다음 단계로, 일차적으로는 남북이, 중국과 미국의 전폭적 지원 하에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한국이 모든 단계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으나, 앞서 말씀드린대로 북한과 미국이 기본적으로 신뢰를 형성하고 비핵개방에 합의할 때에만 가능할 것입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남한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앞서 나섰다가 성과가 없으면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데다 국제사회의 신뢰도 떨어질 것입니다. 한반도평화가 궁극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남한정부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당시 통일부장관 내정자) 이인영 의원의 발언이 인상적입니다.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하고싶은 것’ 등 인도적 교류와 관련된 사항은 남한정부가 워킹그룹에서 논의하고 통보하되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9년 7월 맬번대학 한국학 학생들과 판문점 견학

“동포사회 공공외교 역할,
한국계 청년들 주류사회 활동 지원 필요”

 

▶ 국제사회 속에 퍼져있는 북한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부족한 이해에 대해 해외동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입니까?
“잘 알려진대로, 해외한인조직 중 한국 헌법이 규정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이런 기구에서 한반도평화에 대한 직접적 이해관계를 떠나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구상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남한시민으로서 하기 힘든 북한과의 교류와 방문을 통해 정부간 교류만이 아닌 에너지, 의료, 관광,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사회 차원에서 정보와 접근을 확대해갈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동안 평통이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자칫 왜곡된 정보와 견해를 내는 역효과를 냈던 것을 종종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현정부가 19기에는 여성과 청년의 참여를 늘리고 전문가를 상당수 영입하여 최근에는 조금씩 평통의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전문성을 살리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어 희망적입니다. 한호일보와 같은 공신력있는 해외한인사회의 언론기관들도 이러한 희망에 큰 역할을 하여 다행입니다.

다양한 배경, 전문적 지식, 북한과 교류경험, 국제적 시각과 언어적 소통능력이 바탕이 되어 해외한인동포사회가 거주국 정치, 경제, 주류언론에 한반도평화에 대한 구상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공공외교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겠습니다. 나아가 이 분야 한인청년 인재를 지원해 이들이 거주국 주류사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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