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 점유, 수감자 4명 중 1명 비율
“사법 체계의 차별적 요소 개선해야”

주별 수감자 중 원주민 비율(2016년 통계)

호주 원주민(Indigenous people)의 유죄 선고율이 비원주민보다 매우 높은 것으로 재확인됐다. 이와 관련, 호주 사법체계가 원주민 문화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드니모닝헤럴드지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입수한 법원 자료에 따르면 2016~19년 기간 중 NSW 북부 해안가인 리치몬드-트위드(Richmond-Tweed) 지역과 시드니 시티에 사는 원주민들이 기소 후 감옥에 갈 유죄 선고 비율이 비원주민보다 두 배 높았다.

또한 폭력 관련 행위로 기소돼 감옥에 가는 원주민은 10명 중 3명인 반면 비원주민은 10명 중 1명 비율이었다.

이는 원주민들이 단순히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감옥에 많이 간다는 선입견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원주민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법률사무소 ALS의 릴리 오웬 (Riley Owen) 변호사는 “원주민을 변호하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내륙 도시 카지노(Casino) 지역에서 압도적인 업무량을 처리하고 있다. 상법변호사였던 그는 “과거 공판 한 건에 한 주동안 준비했지만 원주민 변호 상황은 매우 다르다. 매일 법정에 출두하며 고객 한 명을 변호하는데 최대 10분 정도 주어진다”라고 말했다. 

고객 중 무면허 운전으로 기소된 28세의 싱글맘은 간질 환자로 진단받아 면허가 정지된 후 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이 원주민 여성은 법원에서 9개월의 근신처분(good behaviour bond)을 받았다.

많은 원주민들이 운전 면허증이 없다. 상당수가 위탁 보호가정(foster care)에서 자랐거나 출생증명서가 없기 때문이다. 또 문맹률이 높고 소득 수준이 낮은 점도 면허 취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카지노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타불람(Tabulam) 지역에 사는 원주민들은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을 가기 위해 5km를 가야 한다. 이들 대부분은 불편한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 보다는 무면허로 운전하는 쪽을 택한다.

또한 마약 검출 시 바로 면허를 취소하는 현행법도 원주민의 무면허 운전 비율을 높이는 원인이다. 많은 이들이 운전을 할 수 없게 되면 직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ALS의 고객 중에는 딸을 데려 가려는 경찰에게 욕을 한 이유로 12개월 근신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시드니에서  욕설 공격(offensive language), 공중명령위반 (public order offences)으로 유죄를 선고받는 비율은 원주민들이 비원주민들보다 많다. 그러나 같은 범죄로 실제 기소되는 것은 비원주민에 대한 사례가 더 많다.

원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방에서 오랫동안 판사로서 일했던 데이비드 헤일펀은 “많은 원주민들이 욕설과 같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가벼운 위반(incredibly minor offences)으로 법원에 오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전국적으로 원주민은 호주 인구의 약 3%를 차지하지만 수감자의 4분의 1이 원주민들이다.
이러한 통계에 대한 통념은 단순히 ‘원주민들이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것이지만 헤일펀 전직 판사는 “많은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욕을 하거나 미성년자로서 술을 먹거나 대마초를 피운다. 그러나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은 오직 원주민들 뿐” 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왜 이렇게 많은 원주민들이 법정에 서는지 질문해 봐야 한다. 그것은 억압 (oppression),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으며 또한 형법 체계가 공동체의 일부 집단에 초점이 맞추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도하게 많은 원주민들이 법정에 서게 되는 현상은 줄일 수 있는 것이라며 30년 전 호주 원주민의 수감 중 사망률에 대한 의회 특검(Royal Commission into Aboriginal Deaths in Custody)에서 이미 제안한 것처럼 “경찰들이 경범죄로 원주민들을 체포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빅토리아주에서 시행 중인 쿠리 재판(Koori Court)처럼 재판 과정에서 장로 등 원주민 지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사례를 늘리도록 제안했다. 

헤일펀 전 판사는 “계층적 법원 제도가 원주민의 생활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문제다. 결국 나 역시 어떤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문제의 일부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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