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찬성하지만 태아 세포조직 사용은 잘못” 주장
의료계 “수십년 같은 방식 사용.. 과학적 문제 없어”

앤소니 피셔 가톨릭 시드니 대주교

호주 기독교계가 태아세포를 사용하는 것을 이용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또 이같은 백신이 보급될 경우 “크리스천들이 윤리적 딜레마(an ethical dilemma)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계는 이미 1960년대부터 수십년간 같은 방식을 사용해 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기독교 관련 3대 교단인 가톨릭, 성공회, 정교회  지도자들은 스콧 모리슨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옥스포드대학-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제약사에서 공동 개발 중인 백신에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앤소니 피셔 시드니 가톨릭 대주교(Catholic Archbishop Anthony Fisher), 글렌 데이비스 성공회 시드니 대주교(Anglican Archbishop of Sydney Glenn Davies), 마카리오스 호주 그리스 정교회 대주교(Greek Orthodox Archbishop Makarios) 세 명은 서신을 통해 “선택적으로 낙태된 태아(electively aborted human foetus)로부터 세포주(cell line)를 배양해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비윤리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번 서한은 호주 정부가 지난 주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맺고 3차 임상 시험이 완료되는대로 2500만명 분의 백신을 구입할 의향서(Letter of Intent)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 나온 것이다.  

옥스포드대학에서 개발돼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생산될 이 백신은 낙태된 태아로부터 배양된 신장 세포주 HEK-293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3명의 대주교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태아 조직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부도덕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백신에 대한 보이콧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신자들이 개인의 양심에 따라 백신 접종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같은 종교계의 우려와 관련, 모나시 약학연구소(MIPS)의 콜린 푸튼 교수는 “HEK-293 세포주는 수십년 전에 개발되어 그동안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널리 사용되어 왔다.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풍진(rubella), 천연두, A형 간염, 광견병(rabies), 혈우병 예방 대상포진(shingles to treat haemophilia), 류머티스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낭포성섬유증(cystic fibrosis) 등에 대한 백신들이 태아 조직을 통해 배양된 세포주로부터 개발된다.  

백신과 낙태를 둘러싼 윤리 문제는 종교계에서 오래된 이슈다. 2005년 교황청 생명학술원(Pontifical Academy for Life)은 “가톨릭 신자들이 다른 선택 여지가 없다면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태아를 사용한 백신의 개발이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는 안 된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호주 면역학자(immunologist)인 피터 도허티 박사는 “옥스포드대 백신 후보 물질이 태아배아 세포줄기를 사용하는지 몰랐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피셔 대주교가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가톨릭이 아닌 내가 코멘트를 할 입장이 아니다. 과학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Scientifically, there’s no issue)”라고 말했다.  
말콤 턴불 전 총리의 부인 루시 턴불은 트위터를 통해 “종교 지도자들의 주장에 소스라치게 놀랐다(flabbergasted)”라면서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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