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 안녕하세요! 요즘엔 날씨가 많이 따듯해졌습니다. 곧 봄이 올 것 같아요. 모두 건강하셨습니까? 혹시 봄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으신 게 있으십니까?
A : 봄엔 꽃구경 가야죠. 사진도 많이 찍고요.
H : 상추나 깻잎 씨도 뿌리고, 야채 모종을 심고 싶어요. 
L : 글쎄..주부들은 봄이 되면 제일 먼저 겨울옷이랑 이불을 싹 빨아서 정리하죠. 집안 대청소도 하고요.
T : 그렇죠..늘 새로운 계절이 시작될 때마다 할 일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오늘은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옛 사람들은 사진기가 없었던 당시에 어떻게 멋진 추억을 남겼을까요?
P : 글로 남기지 않았을까요? 조선시대에는 기록들이 참 많았잖아요. 
L : 맞아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우리나라 기록들이 많다고 신문에서 읽었던 거 같아요.
T : 네 맞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동의보감>, <난중일기> 등의 기록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A : 그런데 글로 기록하는 데에는 한계가 많을 것 같아요. 아무리 자세히 쓴다고 해도 사진처럼 선명하게 표현할 수는 없잖아요. 
T :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실물과 똑같은 사진이 있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행사를 기록한 ‘그림’이라고 해야 됩니다. 한 번 사진을 살펴볼게요.

H : 손에 창을 든 군졸들도 보이고, 궁궐처럼 보이는 건물도 있네요.
A : 기왓장 위에 초록색으로 아주 세밀하게 소나무도 그려놨어요. 사람들 입은 옷도 각양각색이고요.
L : 오른쪽 그림은 여인들이 춤을 추는 장면을 그린 것 같아요. 
P : 그러게요. 오른쪽 그림은 잔치 날 그려진 것 같은데요.
T : 네, 아주 자세히 잘 보셨습니다.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이렇게 그림을 그려서 기록을 남겼는데요. 이 그림을 바로 ‘의궤’라고 합니다. 아주 자세하고 정밀하게 그려서 마치 사진을 찍어놓은 듯해요.
P : 그럼 이 그림들은 화가들이 그린 건가요?
T : 네, 맞습니다. 바로 궁중화원들이 그린 거예요. 조선시대에는 ‘도화원’이라는 기관이 있었습니다. 나라의 중요한 행사들을 그릴 수 있는 전문 화가들을 양성하는 기관이었죠. 
A : 아! 맞다. 옛날에 그 드라마 있었잖아요. 박신양이 나왔던 건데...
T : 바람의 화원이요?^^
A : 맞아요, 맞아. 그 사람이 거기서 조선시대 화가로 나왔어요.
T : 도화원의 화원들은 개인적인 취향대로 그림을 그릴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나라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똑같이 그려내는 기술을 연마하는 데 최우선의 목표를 두었습니다. 
L :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일일이 특징을 잡아서 그리기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H : 그러게요. 눈도 빠르고 손도 빨라야겠네. 
T : 그렇죠. 특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그려내는 데에는 정말 많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그렇다고 월급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었어요. 한 달에 겨우 베 한 필 정도를 받아서 생계를 꾸려야 했습니다.
A : 어휴....그럼 어떻게 살아요? 
T : 그래서 많은 화가들이 도화원 일이 끝나고 나면, 개인적으로 양반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거나 사군자를 그려 돈을 벌었습니다.
P : 그럼 이런 의궤는 보통 사람들은 절대 그릴 수 없는 건가요? 예를 들어 칠순잔치라든가, 집안의 혼례식이라든가...
T : 네, 아주 좋은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의궤는 나라와 왕실의 중요 행사에만 그렸던 그림입니다. 아주 많은 전문 화원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무나 함부로 그릴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L : 이런 문화유산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자랑스러워요. 어떻게 고스란히 후대에 남길 수 있었을까...대단하기도 하고요. 
T : 그렇죠.^^ 그런데 후대에 온전히 보존하지 못하고, 빼앗긴 것들도 많습니다. 특히 영조 왕의 혼례를 그린 의궤는 1866년 프랑스에게 빼앗겼다가 2011년에 다시 되돌려 받았어요. 145년 만의 귀향이었습니다.
A : 그러고 보면 일제시대에 빼앗긴 유물이나 유산도 아주 많을 것 같아요.
T : 사실 우리나라가 독립을 하고도 아직 되찾지 못한 문화재가 대다수입니다.
H : 그런걸 보면, 돌아온 의궤는 정말 대단하네요. 구경하고 싶어요.
T : 기회가 되시면, 한국 방문 시 국립중앙박물관에 들르셔서 보셔도 아주 좋은 경험이 되실 것 같습니다. 오늘 배우신 것 중에, ‘실물과 똑같은 조선왕실의 그림-의궤’라는 것만 기억하셔도 꽤 많은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그럼 다음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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