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출발.. 8년째 74개국 8만km 주행 
코로나로 퀸즐랜드 골드코스트 체류 중
숙식 제공 등 많은 사람들 호의 놀라워 
성희롱, 강도 등 난관 불구 세계일주 마칠 계획 
‘북한 통해 귀국’ 꿈.. 어렵지만 노력할 것 

자전거로 전세계를 여행 중인 한국 여성 정 진씨의 스토리가 호주 ABC 방송에 소개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2011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하고 있다. 74개국 6대륙을 지나며 8년넘게 무려 8만km의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횡단 중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어려워 호주 퀸즐랜드 골드코스트에 머무르고 있다.  
한호일보는 정 진 씨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했다.  

북한에서의 자전거 여행을 꿈꾸다
8년넘게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특별하다. 
고등학교 때까지 통일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끊임없는 북한 관련 질문 때문에 북한과 남한 그 속의 한국인인 나라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5천년의 역사를 공유하고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하나의 나라가 냉전으로 인해 두 개의 나라로 갈라졌다. 이것이 한반도 역사 중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란 것을 깨닫게 됐다. 
전세계, 때론 위험한 지역을 자전거 하나로 혼자서 여행을 하는데 한반도의 반을 지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6대륙 횡단에 성공한다면 꼭 북한을 통해 남한으로 들어와야겠다 결심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 8년 넘게 한번도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자전거 위에서 페달을 밟으며 언젠가 가능한 시기가 올 거라 믿고 달리다 보니 8년이 지났다.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을 남한 사람 개인이 합법적으로 자전거로 여행한 적은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예쁜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대부분의 버스정류장은 지루한 광고 표지판밖에 없는데, 여기는 정말 독특했다. 세상에 모든 것들이 이렇게 기발하고 독특한 것들로 가득 찬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여행으로 희망을 전하다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던 중 많은 사고를 당했다. 성희롱, 자동차 사고, 강도, 위협적인 사람으로부터 도망치기도 했고 집중호우 중 도랑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난관들이 그녀의 꿈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세계 여행을 하며 한국 대선, 총선 등 국외 부재자 투표를 5번 했다. 투표는 대부분 각 나라 수도에 있는 대사관에서 가능했기에 쉽지는 않았다. 투표 날짜를 맞춰 가느라고 무더위 장거리 여행 등을 위해 싸워야 했다. 

코스타리카에서 19대 총선 선거, 파라과이에서 18대 대선, 헝가리에서 20대 총선, 베트남에서 19대 대선, 호주에서 21대 총선에 참여했다. 이 정도면 한국 선관위로부터 표창장 감이다.
여행을 하며 세계의 많은 인종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았다. 어느 누구도 종교가 무엇이냐 정치적 신념이 무엇이냐 등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배경, 종교 등의 차이로 각종 갈등으로 휩싸여 있지만 직접 경험을 통해 서로 돕고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남한과 북한도 역시 서로를 알 기회를 갖는다면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자전거 여행을 통해 남한과 북한 그리고 전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현재 그녀는 청와대 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1403)을 진행 중이다. 

골드코스트에서 기꺼이 본인의 집을 오픈해준 조에 밀슨(Zoe Milson)씨.

자전거 여행의 따스함과 차가움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지난해 호주에 왔다.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친구 집에 머물게 됐고, 때마침 생일이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만난 팔로워들과 모임을 가지며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호주의 삶이 시작됐다. 

호주 신문에 소개된 적이 있어 여행기를 봤던 사람들과 가끔 만나게 되기도 한다. 
시드니에서 자전거 여행은 언덕길이 많아 초반에는 50km씩 조금씩 달리기 시작했다. 멋진 풍경도 발걸음을 멈추는데 한 몫 했다. 

한 마을을 지나가는데 현지인 커플이 어디 가는지, 오늘 밤 어디서 자냐고 물은 뒤 집에 초대해 준 일도 있다. 편하게 며칠 쉬다 가라고 호의를 베풀며 낯선 여행객에게 자신의 공간을 쉬이 내어주기도 했다. 

무료 캠핑장이나 와일드 캠핑을 찾아다녔고 찾을 수 없을땐 현지인 허락을 받고 그들의 앞마당에 텐트를 쳤다. 대부분 쉽게 허락을 해주었고 가끔 식사 초대를 받기도 했다. 

캔버라를 거쳐 멜번으로 향했다. 원래는 한 두 달 일하려고 했는데,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어서 ‘우버이츠’의 음식 배달을 했다. 

여행의 길이 좋은 사람들만을 만나 행복한 추억만 쌓아가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 + 아시아 + 여성 혼자 + 우버 가방.. 이 모든 게 합쳐지니 괴롭힘의 주 대상이 됐다. 길을 찾느냐고 서행하는데 10대 무리 청소년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고, 술 취한 남성 두 명이 다가와 우버 가방 지퍼를 건들면서 여는 흉내를 내는 등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소용없었다. 

자전거 여행, 조금 느려도 괜찮아 
호주에 온 뒤 목표가 생겼다. 1. 서핑 배우기. 2 야생 웜뱃 동물 보기 3. 야생 코알라 보기.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횡단하던 중 호주에서 하고 싶은 소원 중 3번, 야생 코알라를 보게 됐다.
이후 남호주의 애들레이드를 거쳐 내륙 지방 우드나다타 트랙으로 자전거 여행을 했고, 울룰루, 킹스캐년을 거쳐 앨리스 스프링스를 갔다. 아웃백에 마음이 사로잡혀 여행을 잠시 멈추고 워홀로 6개월 일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퀸슬랜드주의 골드코스트에 머무르고 있고, 지금은 한창 목표 중 1번, 서핑을 배우는 중이다. 코로나로 인해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호주를 떠나 또다른 여정을 계획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퀸슬랜드에서 한달 넘게 머무르고 있는 중이다. 북한을 통해 한국을 가기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실패했고, 비자 만료가 다되어 새로운 비자를 신청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지난주 뉴스에서 한국 2차 감염 확산 소식까지 듣게 되면서 많이 우울했다. 

지난 한달 동안 호주 가족에 초대를 받아 한달 가까이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낯선 이방인을 맞이해 주는 가족을 만났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아닐까 생각한다.

6살, 9살 귀여운 아이들이 매일 아침, 방과 후에 사랑스럽게 힘껏 포옹해준다. 호주 공영방송 ABC에 소개된 것도 즐거운 추억으로 자리잡았다. 

때론 느리게, 때론 빠르게.. 자전거 여행 이야기가 계속 쌓여가 언젠가 북한을 통해 남한의 제주도까지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여정도 이뤄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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