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ES의 ‘디지털 아우터 미러(Digital Outer Mirrors)’. 비가 와도 선명한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사진=렉서스 유럽)

미러리스 카메라는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거울로 상을 반사해 촬영하는 DSLR 카메라는 두껍고 무거웠던 반면,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에 전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8년엔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이 사상 최초로 DSLR 카메라 판매량을 넘기도 했습니다. 당해 일본에서 판매된 DSLR 카메라는 약 43만 대였던 반면, 미러리스 카메라는 약 53만대가 팔렸습니다.

이러한 미러리스 열풍이 자동차에도 불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왔습니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후사경(後寫鏡)’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뒤를 비추는 거울이란 뜻의 후사경은 SUV나 RV 뒤편에 붙일 수 있었습니다. 운전자는 후사경이 없으면 뒷면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후사경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습니다. 그 자리를 ‘후방카메라’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린 앞을 보고서도 뒤로 갈 수 있으며, 어둡거나 비 오는 날에도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습니다. 거울은 사라졌지만 첨단기기가 그 자리를 충분히 메워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사경에 이어 최근엔 사이드미러마저 카메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콘셉트카들을 중심으로 나오던 기술이었는데, 드디어 상용화되기 시작합니다. 일례로 렉서스는 자사의 모델 ‘ES’에 ‘디지털 아우터 미러(Digital Outer Mirrors)’라는 옵션을 넣었습니다. 21만 6,000엔(약 2,845호주달러)을 추가하면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바꿀 수 있고, 실내 좌, 우에 달린 5인치 디스플레이에 실시간 출력됩니다. 아직은 법규 문제로 내수용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향후 여러 나라에 적용될 모양입니다.

아우디도 자사의 전기차 ‘e-tron’에 카메라로 된 사이드미러인 ‘버츄얼 익스테리어 미러(Virtual Exterior Mirrors)’를 달았습니다. 역시 양옆의 7인치 모니터를 통해 출력되며, 원하는 방향과 각도로 시야가 조절됩니다. 렉서스와 달리 글로벌 시장에도 수출돼 한국이나 호주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우디 e-tron의 ‘버츄얼 익스테리어 미러(Virtual Exterior Mirrors)’.(사진=아우디 AG)

캐딜락 차들엔 수년 전부터 룸미러를 카메라가 대신합니다. 뒷좌석에 승객이 탔을 때나 후방에 커튼을 쳤을 때 시야가 방해받는 점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화각이 일반 거울 대비 3배나 넓다고 하니 이젠 거울이 초라해 보일 정도입니다.

위에 소개된 차들은 거울을 뗀 대표적인 미러리스 자동차들입니다. 카메라가 거울을 대체하게 되면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날씨에 상관없이 선명한 시야 확보가 가능하고, 선팅을 짙게 해도 원활하게 밖을 볼 수 있습니다. 친구들을 차에 태웠을 때 은근히 으스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입니다. 물론 그만큼 단점도 있습니다. 적응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제조 단가도 당연히 비싸집니다.

거울은 사람만 쓸 수 있는 물건입니다. 따라서 사람만 쓸 수 있는 거울이 사라지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거울이 있는 자리를 카메라와 센서, 레이더들이 대신한다면, 기계와 인공지능에도 밖을 탐지하는 눈이 생기게 됩니다. 가까운 미래엔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운전’을 이들에게 맡길 날이 올 겁니다. 어쩌면 거울 없는 자동차가 자율주행 시대를 가리키는 하나의 신호가 아닐까요? 카메라를 통해 우리가 보는 것 이상의 세계가 열리길 기대합니다.

캐딜락 CT6의 리어 카메라 룸미러. 거울 대비 3배 넓은 화각을 제공한다.(사진=캐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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