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리스, 졸업식 취소
실업난 가중, 자살률 증가 우려  

호주의 12학년생은 4학기를 마치지 않고 8월 중 고교 졸업 시험인 HSC을 준비하기 위한 예비시험(모의고사)을 마치고 9~10월경 졸업식을 한다.  

예비 시험이 끝나면 남녀 모두 18~19세의 발랄한 몸에 성인복을 입고 퀸즐랜드 휴양 도시인 골드코스트 주변으로 몰려가 신나는 해방의 시간을 갖는다. 일종의 졸업여행인 ‘스툴리스 윅(schoolies week)’은 HSC 시험이 끝난 후 1주일을 의미한다. 

이제껏 드러내놓고 하지 못했던 음주나 남녀가 만나 즐기는 데이트, 파티 등을 하는데 종종 술에 취해 무질서 한 행동 때문에 사고를 내기도 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퀸즐랜드 주정부가 모든 스쿨리스 여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주경계 봉쇄가 없었다면 약 7만5천명의 NSW의 졸업생들 중 일부가 골드코스트를 방문했을 것이다. 

연례 행사가 된 스쿨리스와 졸업식도 코로나로 못하게 된 올해 12학년생들 호주 미디어는 ‘2020 졸업생(Class)’이라고 특별 명칭을 부여했다. 

약 200명의 학생회장들이 서로 연락을 취해 졸업식만이라고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교육 당국에 호소하고 있다. 대형 체육관이나 야외 경기장에서 개최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주정부가 승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호주 고교에서 12학년까지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은 근래 이야기다. 2018년 12학년 이수율이 남학생 81%, 여학생 89%를 기록했다. 1994년 이 비율은 절반(남학생 34%, 여학생 42%)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이 10학년(중학교 졸업)을 마치고 TAFE(전문대)에 가서 기술을 배워 근로자로 일을 하면 됐다. 그 이상의 중요 기술자는 영국이나 미국에서 불러오면 됐다.
지금도 일부 정치인들 중 특히 보수 성향 정치인들은 TAFE 외 대학교육에 큰 관심이 없다. 1970년대 초반 집권한 고프 휘틀람 총리(노동당)가 대학 등록금을 무료화하여 블루칼러(노동자층) 자녀들도 교육을 통해 고소득 직업을 갖도록 권장했다. 이어 봅 호크, 폴 키팅 총리의 노동당 집권 기간에 취약 계층 자녀들이 대거 대학에 입학했다.  

NSW의 고교 졸업 시험인 HSC 제도는 1967년부터 시작됐다. 그 전까지는 각 대학에서 시험을 따로 치렀다. HSC 내용이 양호하고 대학의 경비 절약이란 이유로 1970년도부터 대학입시를 대치했다.
지난 80년대 시드니 졸업생들이 학교에 무단 침입해 불을 지르고 기물을 파괴하는 등 사건이 빈발했다. 1982년 6-7월 명문 셀렉티브인 시드니걸스하이(Sydney Girls High)를 비롯해 88개 공립학교에서 불이 났다. 또 학교에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간 경찰 신고가 1,100여개에 달했다. 신문은 이를 ‘겨울철 전염병적 파괴행위(Winter Epidemic Vandalism)’로 불렀다. 불에 탄 손해만 1천만 달러가 넘었다. 도둑 맞은 물건도 1천만 달러 상당이었다. 

금년 12학년생은 전국적으로 18만명이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록다운)로 12학년 중 상당 기간 등교를 하지 못하고 친구와 교제의 시간도 짧았다. 주로 원격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했다. 그 결과로 정신질환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자살방지단체인 Brain and Mind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15~25세의 자살이 12.5% 증가했다. 시드니 노스 쇼어 지역에서 1월부터 학생 9명이 자살을 했다. 자살률은 청소년 실업률과도 밀접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등 청소년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아무쪼록 이런 사회 분위기가 청소년들의 자살률을 높이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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