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어릿광대

기차길 옆 뚝방
일년 내내 초록이었다


흙먼지 덮어쓴 복숭아 나무
봄의 어릿광대 조심조심 옷고름 풀자
봄날 환해지고


분홍 저고리 녹색치마 
기우뚱 내딛는 발걸음에
구경꾼들 입꼬리 따라 올라간다


몇번의 줄타기로 늘어난 식구들
도란도란
봄비 서너 차례 다녀간 뒤
꽃잎 떨어져도


벌 나비 품앗이로 이어지는
기차길 옆 세레머니


내년 봄, 벌써 봇물처럼 갇혀 있다 


공수진 시인
(시집 ‘배내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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