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믿음에 대한 테스트,
‘예수라면 어떻게 대응할까?’ 질문해야“ 

“백인우월주의 예수 가르침 어긋나,
백인들, 신앙 배반하는 어리석음 피해야” 

BLM(Black Lives Matter: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가 한창이던 6월 1일 워싱턴 DC 소재 세인트 존 에피스코팔 처치(St John’s Episcopal Church) 앞에서 성경을 들고 포즈를 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 장면과 관련, 호주 기독교계에서는 ‘항의의 상징(a symbol of protest)’이란 오랜 전통이 있는 성서를 ‘억압의 상징(a sign of repression)’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투표 향배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타임지(TIME)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 온 백인 기독교인들에게 “트럼프에 투표하는 것이 신앙을 배반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칼럼을 실었다. 
핫이슈에 대한 관심을 감암해 한호일보는 두 명의 인권 운동 목사인 알 샤프톤 목사(Rev. Al Sharpton)와 더글러스 파지트 목사(Rev. Doug Pagitt)의 기고문을 번역했다 - 편집자 주(註)
 
마틴 루터 킹 주니어(Dr. Martin Luther King Jr.)가 쓴 ‘버밍험 감옥으로부터 온 편지(Letter from a Birmingham Jail)’는 인권 운동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킹 박사는 이 편지에서 인종간 평등의 도덕적 당위성을 논증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편지가 특별히 백인 성직자들을 수신자로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킹 박사가 편지를 썼던 1963년에 그랬듯이 오늘날에도 흑인 종교 지도자들과 백인 지도자들은 인종간 평등 문제를 매우 다른 시각에서 바로 보고 있다. 이 차이는 지난 5월말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46)가 그를 체포한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무릎으로 목을 짓누른)로 인한 피살 사건 이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흑인 신앙 공동체의 기도와 설교 내용은 경찰의 잔혹성, 형사 사법 제도에 퍼져 있는 인종 차별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 반면 백인 교회에서는 의도적이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이 사태를 ‘외면하는 행태’를 보였다. 

반세기 전 킹 박사가 이미 설득력 있게 밝혔듯이 백인 기독교인들이 미국 흑인들의 고통을 방치하는 것은 선택적 정치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유기하는 것이다. 이 나라의 백인 기독교인들은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서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4년 임기에 대한 국민투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흑인 침례교 목사와 백인 복음주의 목사-들은 신앙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11월 선거에서 ‘당파적 이익보다는 공동선(common good)에 투표하라’고 권하고 있다.

공화당이 종교계를 독점하고 있다는 통념이 있지만 점차 많은 기독교인들이 공화당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어떤 이들은 트럼프가 국경에서 가족을 헤어지게 만들고 아이들을 가둬 놓는 것을 보면서 다른 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미국인을 지키지 못하는 무능함 때문에 공화당으로부터 돌아섰다. 

특히 지금까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미국에서 17만명이 사망했으며 이들 중 절대 다수는 흑인과 유색 인종(히스패닉 포함)이다. 트럼프는 국민의 생명보다 선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왔다.

여론조사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공공 종교연구소 (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백인 기독교인의 47%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2019년 54%에 비해 하락한 것이다. 작은 변화라도 11월 선거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할지 말지를 저울질하고 있는 백인 기독교인들은 간단하고 익숙한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What would Jesus do?).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하여 최루탄(tear gas)을 사용한 뒤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트럼프 대통령은 국난의 시기에 화합보다는 분열의 씨를 뿌리는 쪽을 택했으며 성경을 소품처럼 사용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과 가톨릭 신자들은 질문해 보아야 한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백인 기독교인들이 트럼프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들이 도덕적 의무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선택한 것은 트럼프와 공화당이 기독교 패권을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이러한 타협이 트럼프가 지탱하기 원하는 ‘백인 패권주의(white supremacy)’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예수의 가르침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믿음에 대한 시험(test of faith)’인데 복음서에서 예수가 경험한 유혹과 비슷한 면이 있다. 예수는 권력보다 옳은 것(integrity)을 택함으로 시험을 이겨냈다. 트럼프가 ‘백인 기독교인의 패권(white Christian supremacy)’을 약속하고 있는 것은 이와 비슷한 유혹이다. 
  
기독교인들은 신앙의 힘으로 약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전국을 휩쓴 시위는 미국에 지속적이며 제도적으로 뿌리박힌 인종주의를 혁파하려는 것이다. 백인 기독교인들이 이러한 사실을 보지 못한다면 올해 선거에서 잘못된 편에 서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배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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