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 안녕하세요? 긴 겨울이 어느새 끝난 것 같습니다. 오늘은 겨울밤에 주로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내셨는지 얘기하면서 수업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L : 우리는 평소에 두 노인만 살다가, 주말이 되면 손주들이 잔뜩 몰려와요. 목요일부터 애들 해먹일 생각에 장을 보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H : 호주는 겨울에 뼛속까지 으실으실 춥잖아요. 그래서 따듯한 차를 많이 마시면서 겨울을 보낸 것 같아요. 시중에 파는 차는 너무 달아서, 저는 유자차랑 생강차를 직접 담아요.
A : 겨울밤이 워낙 기니까, 지인들이랑 저녁 모임도 많이 가졌던 거 같아요.
P : 맞아요. 손님들 오면 거실 벽난로에다가 고구마를 구워먹기도 하죠. 
T : 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긴 겨울밤을 보내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모이면 바비큐를 가장 많이 구워먹는 거 같아요. 바비큐는 언제부터 구워 먹었을까요?
H : 아무래도 한국은 직장인들이 회식자리가 많잖아요. 그러니까 1970년대 정도부터 아닐까요? 우리가 젊었을 때, 이미 새마을운동도 있었고요. 
A : 맞아요. 그 노래 생각나요.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아마 이런 가사였던 거 같은데...
T : 저도 그 가사가 어렴풋이 기억이 나요. 매일 9시 뉴스 끝나면 그 노래가 항상 나왔던 거 같아요.^^ 그런데 한국불고기 문화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옛 중국 문헌을 보면, “고구려는 맥적 요리가 유명하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맥적이라는 게 바로 오늘날 양념불고기랑 거의 비슷합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도 고기를 구워먹는 모임들이 많았어요. 오늘은 조선시대 모임에 대해서 공부해 보겠습니다. 우선 그림을 한 번 봐 주세요.

P : 양반들이 노는 장면을 그린 그림 같아요.
A : 옆에 기녀들도 같이 동반한 거 같고, 거문고처럼 생긴 악기도 있어요.
L : 배경 사이사이에 꽃들이 그려져 있는 걸 보니, 봄에 꽃구경을 나간 것 같아요.
T : 네, 맞습니다. 이 그림은 조선 후기 신윤복이라는 화원이 그린 그림이에요. 봄에 양반들이 꽃구경을 간 장면을 아주 다채롭게 잘 그려냈습니다. 조선시대에 양반들이 꽃놀이를 갈 때에는 꼭 데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누구였을까요?
H : 기녀랑 악사들이요. 놀이에 음악이 있어야 흥이 나니까요.
T :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이런 장면을 그리는 화공들도 데리고 다녔어요. 그래서 자신들의 누리는 풍류를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봄에는 진달래, 복사꽃, 살구꽃, 버들가지 등을 구경하러 다녔고, 가을에는 국화를 보러 다녔어요. 그런데 추운 겨울에 이들은 어떻게 긴 시간을 보냈을까요?
A : 우리 어렸을 적 생각해보면, 할머니가 화롯불에 고구마랑 밤을 구워주시기도 했 어요.
L : 그리고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아랫목에서 옛날이야기를 듣기도 했던 거 같아요.
H : 그렇죠. 우리 어릴 때 텔레비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참 재미나게 놀았던 거 같아요.
P : 맨날 언니들이랑 소꿉놀이도 하고, 공기놀이도 하고, 오빠들이 끼면 눈싸움도 많이 했어요.
T : 추워서 밖에 잘 못나가는 날씨에 조선시대 사람들도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마음에 맞는 벗들이 모여서 난로회(煖爐會)를 많이 했어요.   
A : 난로회요? 실내를 따듯하게 만드는 그 ‘난로’요?
T : 네, 맞습니다. 조선시대의 문헌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한양의 풍속에 숯불을 화로에 피워놓고, 번철을 올린 다음 소고기에 갖은 계란과 파, 마늘, 후추 등 양념을 더하여 구우면서 둘러 앉아 먹는 것을 난로회라고 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번철’은 전을 부치거나 고기를 구울 때 쓰는 무쇠 그릇입니다.
H : 세상에, 지금 우리가 먹는 불고기랑 거의 비슷하네요.
T : 한 가지 다른 점은, 이 난로회는 사대부 양반들이 즐겨했던 겨울 모임인데요, 고기만 구워먹었던 것이 아니라, 겨우내 방 안에서 직접 기른 ‘매화꽃’을 벗들과 함께 감상하면서 고기도 먹고, 술도 마시고, 시도 지었어요.
L : 조선시대 양반들은 참 멋있었던 거 같아요. 놀 때도 시를 짓잖아요.
P : 정말 너무 운치 있네요. 바깥에는 눈이 펑펑 오는데, 방 안에서 고기도 먹고, 시도 짓고.
T : “시(詩)를 빼면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남는 게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선의 사대부들은 시를 짓는 게 일상생활이었습니다.
A : 수업을 하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우리가 하는 많은 활동들이나 문화, 음식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져 온 거 같아요. 
H : 사실, 우리 아이들도 김치나 고추장 같은 음식은 전부 사 먹어요. 후대에 제대로 전해 주려면, 많이 가르쳐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L : 애들이 직장일로 많이 바빠서 거의 사 먹는 일이 많죠. 그래도 저는 가끔 김치 정도는 직접 담아 먹고, 추석 같은 때엔 다 같이 모여서 송편도 만들고 했으면 좋겠어요. 바쁘다고 요즘은 너무 많은 좋은 것들이 사라지고 있는 거 같아요.
T : 새겨들을 말씀이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오늘은 이렇게 조선시대 양반들의 겨울 모임, ‘난로회’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다음 주엔 조선시대 양반들의 여름 모임, 연꽃 구경과 ‘피서음’에 대해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사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