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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 2차 감염 대응, 명암 엇갈린 NSW와 빅토리아주
고직순 편집인 | 승인 2020.09.10 15:08
NSW와 빅토리아주의 날짜별 코로나 발병 현황 비교

호주에서 가장 큰 두 도시인 시드니와 멜번 사이에는 종종 묘한 ‘경쟁의식(rivalry)'이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NSW와 빅토리아주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경제력과 인구가 가장 강력하다는 점에서, 특히 무역(관세) 관계 등에서, 빈번하게 충돌했다. 

시드니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최대 도시라는 역사적인 자부심을 늘 가져왔다. 시드니보다 약 50년 정착 역사가 짧은 멜번은 금광 개발로 19세기 중반 호주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번성한 도시였다. 호주 주요 은행들과 대기업들의 본사가  과거 멜번에 많았던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멜번이 시드니보다 44년이 앞선 1956년 올림픽을 개최한 배경도 이같은 경제 수도로서의 막강 파워였다. 

두 주의 충돌은 연방 출범(1901년)과 수도(capital) 선정에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결국 호주 헌법에 연방 수도를 NSW에 위치하되 시드니에서 최소 100마일 떨어져야 한다는 규정(section 125)을 만들어 내륙에 캔버라(ACT)라는 인공 도시 건설에 합의했다. 구 연방의사당이 건설된 1927년까지 멜번이 임시 수도 역할을 했다.

호주인들이 열광하는 구기 종목인 럭비에서도 두 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럭비 리그(NRL)가 NSW를 중심으로 성장한 반면 빅토리아에서는 럭비를 변형한 새로운 경기인 호주식풋볼을 창안해 보급시키면서 멜번이 호주식풋볼리그(AFL)의 본고장이 됐다.    

2020년 호주의 코로나 2차 감염에서 두 주가 다시 비교 대상이 되곤 한다. NSW는 억제에 성공한 반면 실패한 빅토리아는 호주에서 유일하게 4단계 록다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록다운 완화도 매우 더딘 계획으로 발표됐다. 

1차 팬데믹 기간 중 호주 최고의료자문관(CMO)을 역임한 브렌든 머피 교수는 현재 연방 보건부 차관보(secretary)로 계속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두 주의 감염 통계를 분석하면서 감염자 경로 추적(contact tracing)의 성공과 실패가 지금처럼 큰 차이를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빅토리아는 거의 2만명(10일 기준 19,728명)의 확진자 중 78%의 감염 경로를 추적한 반면 NSW는 약 4천명의 확진자 중 90%의 경로를 추적했다. 빅토리아주는 약 4천3백여건(22%)의 경로 추적이 불가능했다. NSW에서 경로 추적 불가능 사례는 400건 미만이었다. 그 결과로 미완치 확진자(active cases)가 빅토리아는 1800여명인 반면 NSW는 130여명으로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사망자도 마찬가지다. 빅토리아주 사망자가 701명인 반면 NSW 사망자는 52명으로 10배 이상이다. 빅토리아의 사망자가 이처럼 많은 것은 요양원 노인 희생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두 주의 격차와 관련, 그렉 헌트 연방 보건장관은 “빅토리아주의 감염 접촉자 추적이 효율적이었다면(NSW와 같은 수준이었다면) 2차 감염 파국을 모면했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물론 이 지적은 가정을 전제한 것이지만 빅토리아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NSW의 분권화된 공중보건제도(decentralised public health system)가 코로나 사태에서 기민성과 효율성을 발휘했다. 반면 빅토리아의 중앙집권화된 보건제도는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6일 다니엘 앤드류스 빅토리아 주총리가 발표한 빅토리아주의 4단계 규제 완화 계획과 관련, 정치권과 재계에서 거센 비난이 나오고 있다. 규제 완화 속도가 너무 늦고 미온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스콧 모리슨 총리도 강한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완화 속도를 내라고 요구했다. 멜번에서 미완치 환자가 많은 일부 지역(읜드햄, 브림뱅크, 흄 등)을 핫스팟으로 통제하고 나머지 지역은 4단계 록다운을 완화하라는 요구가 많다. 그러나 앤드류스 주총리는 “지역사회 감염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빅토리아와 NSW와 비교할 수 없다. 섣불리 완화를 할 경우 3차 감염으로 연말 다시 록다운을 강화하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점진적 완화 방안을 옹호했다. 

주정부의 경계 봉쇄에 대해서도 이젠 해제할 시기라는 불만이 많다. 특히 감염자가 거의 없는 서호주와 퀸즐랜드는 강경 자세를 고수하기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10일 콴타스의 알란 조이스 CEO는 기업들을 상대로 주경계 봉쇄 해제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백신 개발과 보급 시기까지 장기전일 수 밖에 없는 코로나와 싸움에서 바이러스 근절보다는 경제 활성화를 병행하면서 최대한 억제 유지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우연이겠지만 지금 호주에서 2차 감염 억제에 실패한 빅토리아주, 주경계 봉쇄에서 너무 강경 입장으로 비난을 받는 퀸즐랜드와 서호주의 3개주는 모두 노동당이 집권 중이다.  
 
물론 연방 정부도 노인 요양원 관리 실패로 인해 빅토리아 요양원 거주 노인들의 감염과 사망자 폭등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추적 앱을 출시하며 전국민 다운로드를 촉구했지만 감염자 및 접촉자 추적에 별 효과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팬데믹의 현실을 무시한 정치적인 태도와 요구는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진정성 있는 ‘정면승부’만이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할 무기인 셈이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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