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심사 기준, 평가단 구성도 비난 받아  
“부족한 정부지원 정책은 음악산업에서 떠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10만명 이상의 작곡가, 작사가 및 음악출판사가 소속되어 있는 저작권 협회인 APRA AMCOS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호주 음악 역사상 100년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발표했다.

협회에 따르면 공연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티켓 판매로만 최소 5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APRA AMCOS 관계자는 “아티스트를 포함해 축제 관련 종사자 모두 정부 부양책에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라이브뮤직 비즈니스협회(Live Music Business Council)의 스튜어트 워터스(Stuart Waters)도 “정부의 적극적 개입 없이는 관련 산업이 붕괴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공연 문화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콘서트, 축제 등의 행사는 바이러스 유행이 시작된 후 가장 먼저 중단됐으며 백신 보급 등 코로나 상황이 진정된 이후에도 가장 마지막에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연방 정부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회복을 위해 3천 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최근 문화산업 지원 발표에 따르면 극히 일부 지원금이 극소수 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로 공연장이 폐쇄조치 된지 7개월이 지난 9월 2일 예술 구제 패키지 ‘RISE’의 접수 신청을 시작했다. 2020년에서 2021년까지 7천 5백달러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는 폴 플레쳐 문화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프로젝트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원 및 승인 절차가 8월 중순에야 완료돼 지원 일정이 늦어졌다. 2020년에는 신청에서 지급까지 완료되는 사례가 한 건도 없을 전망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논의돼 결정된 지원 절차인데 비해 공개된 직후부터 신청 및 접수, 평가 과정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문서에는 지원금 결정은 예술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인프라, 교통, 지역개발 및 통신부 등의 경험이 풍부한 심사위원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명기돼 있다. 

예술 관련 단체들은 산업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평가자들이 어떤 예술적 지식이나 경험을 지닌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며 정치적 영향력의 개입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평가자들은 ‘권고’만 가능하며 장관이 승인할 수 있는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호주는 과거 문화부 장관이 정부기금에 대해 부적절하게 관여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2018년 NSW 예술부 장관은 자금 지원 결정에 개입해 권고를 무시하고 장관이 선호하는 프로젝트로 지원금을 결정했다고 언론이 폭로한 바 있다. 또 집권 자유-국민 연립이 지역구를 갖고 있는 곳에 지원이 편중됐다는 비난도 나왔다. 

지원금의 요건은 공공자원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경제적이고 윤리적인 사용 가치를 나타내야 한다. 예술 분야에서 해당 요건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지도 관련 종사자들은 의구심이 든다는 입장이다. 

효율적인 것은 10명보다 1명이 출연하면 효율적인 것인가, 효과적인 측면은 청중에게 감동이나 웃음을 주는 것을 말해야 하는 것인가, 윤리적 측면과 도덕적 가치의 기준은 무엇을 뜻하는 건지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활동은 정부 목표에 기여해야 하며, 자금 지원 필요성을 입증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하며, 청중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은 성격이어야 한다.
대중 예술을 제작하는데 수학적인 공식을 대입하기는 어렵다. 업계 관련자들은 ‘정부 목표에 기여해야 한다’는 조항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들고 있다.
예술 분야는 사회 비판적 시각으로 제작되며 정부 정책에 대한 물음 등 다른 관점을 취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지원금 절차에 대해도 논란이지만 지원 방책으로 제시한 혜택 역시 실효성이 의문이다. 음악 산업에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9천만 달러, 보험지원으로 5천만 달러를 할애하겠다는 정부 지원 대책에 대해 관련 종사자들은 회의적인 입장인 것. 
음악 공연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음악 산업계는 은행이나 금융권에 의존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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