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경찰 영장에 ‘순 얀타오 중국 영사’ 포함돼 충격 
중국 총영사관 “악의적 중상모략” 강력 반발 
주중특파원 2명 강제 귀국 이어 ‘추가 보복’  우려 

“호주연방경찰(AFP)과 호주안보정보국(ASIO)이 샤케 모슬만(Shaoquett Moselmane) NSW 상원의원(노동당)의 존 지센 장(John Zhisen Zhang) 전 정책자문관에 대해 외국인 간섭(foreign interference) 위반 혐의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또 AFP의 수색 영장(warrants)에 순 얀타오(Sun Yantao) 주시드니 중국 영사가 포함됐다.”

15일 호주 공영방송 ABC의 충격적인 내용 보도는 이미 악화일로인 호주-중국 관계에 새로운 악재를 추가했다. 

순 영사는 중국 시드니총영사관에서 중국 정부와 호주에 있는 중국계 이민자들과 친중국계 단체들(pro-Beijing organisations)과의 관계를 주관하고 있는 외교관이다. OCAO(Overseas Chinese Affairs Office)의 이 영사 업무는 2018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대외영향력 관장 기구인 통일전선공작부(United Front Work Department)에 편입됐다.

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순 얀타오 주시드니 중국 영사

주시드니 중국 총영사관은 순 영사의 이름이 영장에 거론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성명을 통해 “우리는 호주에서 임무 수행 시 항상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법규를 준수했다”고 주장하고 “침투 행위 관련 주장은 완전 근거 없는 악의적인 중상모략일 뿐”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6월 AFP와 ASIO는 모슬만 의원과 장 전 자문관의 집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ABC는 이들 외 중국인 학자 2명(첸 홍 교수, 리 지안준)과 호주 주재 중국인 기자 4명에 대해서도 가택수색을 집행했다고 지난 주 보도했다. 이어 ABC는 15일 “장 전 자문관 가택수색에서 랩톱과 휴대전화가 압수됐고 그와 중국 고위 외교관들이 주고받은 이메일과 메시지, 전화 통화 녹음이 입수돼 분석됐다. 이를 통해 AFP 영장에 순 영사의 이름이 포함됐다”고 추가 보도했다.

호주연방경찰은 “장과 그의 동료들(학자 2명, 기자 4명 등)은 그들이 중국의 대외 첩보 및 해외영향력 기관에 협조한다는 사실을 숨긴 채 위챗에 비밀 소셜미디어 그룹을 만들어 모슬만 NSW 상원의원에게 중국 정부를 대변하도록 영향을 주는 행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호주의 해외간섭법 위반”이라는  혐의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이같은 AFP의 의혹 제기(혐의 주장)에 대해 모슬만 의원과 장 전 자문관은 “우린 대화방을 통해 신문 기사와 논평 등을 공유했다. 또 농담을 포함한 일상적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라면서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만약 장 전 자문관(호주 시민권자)이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15년 실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샤케 모슬만 NSW 상원의원(왼쪽)과 정책보좌관을 역임한 존 지센 장

장 전 자문관은 “호주 당국이 나와 중국 고위 관료, 가족들 사이에 주고받은 이메일과 메시지, 전화 대화를 도청(intercepting)한 것은 호주의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지난 1월 가족과 함께 중국 방문 후 귀국했을 때, 시드니공항에서 ABF(국경관리국)와 AFP 요원들이 그의 휴대용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수색한 것에 대해서 피터 더튼 내무부 장관에게 항의한 바 있다.

이같은 계속된 사태 악화와 관련, 오스트레일리아연구소(the Australia Institute)의 알란 벰(Allan Behm) 국제 안보프로그램 책임자는 “중국에 체류하는 호주인들은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must be extremely careful). 당국의 관심을 끌거나 중국 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 일을 절대 하면 안 된다. 현재 중국에서 임무를 수행해야할 이유가 없다면 귀국을 하도록 권유한다. 호주 정부가 중국내 호주인들을 보호하기위한 긴급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외교관 및 국방부 관료 출신인 알란 벰 오스트레일리아연구소 국제안보 프로그램 책임자

벰은 국방부 고위 관료와 외교관을 역임했고 페니 웡 야당 상원원내 대표 겸 외교담당 의원의 정책 자문관 겸 연설관으로도  일했다. 그는 “해외간섭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AFP가 주시드니 중국 영사를 조사 중이라는 사실이 보도된 것은 양국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very significant moment)이다. 중국으로부터 여러 형태의 보복(retaliate)을 예상할 수 있다. 중국 체류 호주인들은 모든 종류의 수사와 기관원의 방문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의 도발(provocation)로 간주하는 일을 그냥 좌시하지 않는다”라고 경고했다.  

도피하다시피 중국을 떠나 8일 귀국한 빌 버틀스 ABC 특파원

빌 버틀스(Bill Birtles) ABC 주중특파원과 마이클 스미스(Michael Smith) AFR(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리뷰지) 중국특파원의 도피성 출국(9월 7일)과 호주 시민권자인 쳉 레이(Cheng Lei) 중국 관영 영어방송(CGTN) 앵커우먼이 지난달 체포돼 대중의 눈에서 사라진 것도 중국의 보복 조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버틀스 ABC 특파원은 “한 밤 중 중국 기관원들이 나의 베이징 아파트 문을 두드렸다. 이 일 이후 나는 더 이상 중국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했다”고 말했다. 신변 불안을 직감한 그와 스미스 특파원은 베이징의 호주 대사관으로 피신해 5일동안 머물렀고 호텔에서 중국 공안당국의 심문에 응한 뒤 마치 도망가는 것처럼 7일 중국을 떠나 8일 귀국했다. 이로써 호주는 1973년 중국과 수교 이후 주중 특파원이 없는 상태가 됐다. 연초 미국계 특파원 10여명이 중국에서 강제 추방됐다.    

벰은 “현재 중국 관련 호주 외교는 함정에 빠진 모양새이며 최악이다. 호주 정부가 외교관들의 말을 경청해서 대중국 관계에서 적절한 외교정책과 전략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AFP 수색 영장에 시드니 주재 중국 영사를 적시한 것은 호주 공안 당국의 주요 조치를 의미한다. 더구나 언론 보도로 이 이름이 공개돼 사안이 더 커졌다. 이같은 사태 악화에 대해 호주 정부가 잠재적인 후유증(potential fallout)을 감당할 외교적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다. 계획이 없는 행동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16일 사이몬 버밍햄 통상장관은 "AFP-ASIO의 공동 수사는 언론에 잘 알려진 호주 시민권자들인 모슬만 의원과 장 전 자문관에게 집중돼 있다“고 언급하며 순 얀타오 등 외국 영사들은 기소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관 기소가 어려울 경우, 강제 추방 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지난 8일 주중특파원 2명이 시드니에 도착한 직후 “중국 체류 호주인들은 중국에서 임의 억류 위험(at risk of arbitrary detention)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중국 본토를 방문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호주-중국 관계가 유례없는 ‘강대강 갈등’으로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향후 어느 분야로 불똥이 튈지 전혀 예측불허 상태이며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