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바비큐 모임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 다른 조선 선비들의 여름 모임에 대해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연꽃’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이 있으십니까?
L : 심청이요. 아버지 심봉사를 구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갔잖아요. 나중에 심청이의 효성에 감동한 용왕님이 다시 심청이를 세상에 보내줄 때, 연꽃 속에 넣어서 보내잖아요.
P :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잖아요. 그래서 사월 초파일이 되면 사찰 주변에 연등을 달잖아요. 
H : 연잎밥이요. 연잎에 밥을 싸서 찌는 거요. 이게 사찰음식이라 저는 익숙해요.
A : 음식이야기 하시니까 연근도 생각이 나요, 간장이랑 물엿 넣고 졸이면 맛있잖아요. 
T : 네, “연꽃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는 옛 말도 있듯이 연꽃은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모든 부분을 버리지 않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럼 혹시 ‘연밥’이 무엇인지 들어보셨습니까?
P : 연밥이 연잎밥의 줄임말 아닐까요?
T : 사실 연밥은 연꽃의 씨앗입니다. 사진을 통해서 확인해 볼게요.

L : 어머나! 까만색 알맹이가 쏙 들어가 있네요.
T : 옛날 중국에서는 이 연밥으로 젊은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곤 했습니다.
A : 아! 그 이야기 지난번에 해 주셨어요. 뱃놀이를 나갔던 남녀가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연밥 알맹이를 톡톡 던진다고 하셨죠? 우리나라 조선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남녀칠세부동석이라 밥도 따로 먹었는데...
T : 와! 아주 잘 기억하셨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그 당시 조선보다는 훨씬 개방적이었던 거 같아요. 또 이 연밥은 건강에도 아주 좋은 음식입니다. 
P : 연밥으로 음식도 만들어 먹나요?
T : 네, 연밥의 껍질을 벗기고, 가루로 빻은 뒤 죽을 쑤어 먹거나 미숫가루로 타서 먹었다는 기록이 조선시대 요리책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보양식으로 아주 인기가 있었어요.
H : 정말 연꽃의 모든 부분이 유용하네요. 연밥, 연잎, 연근 모두요.
T : 그럼 이번엔 여름철 ‘피서’와 연꽃을 관련시켜 보겠습니다. 우선 ‘피서’는 무슨 뜻일까요?
A : 더운 여름을 피해서 놀러가는 거지요. 한국에서는 계곡에 자주 다녔는데, 호주 와서는 바닷가를 많이 다닌 거 같아요. 요즘엔 그것도 귀찮아서 에어컨 틀고 집에 있는 게 제일 좋기는 해요.
L : 요즘 젊은 사람들은 캠핑 용품도 다들 갖춰서 피서를 멋지게 다니더라구요.
T : 말씀하신대로, ‘피서’는 피하다(피)/ 더위(서)로 더위를 피해 여행을 떠나는 거예요. 그럼 조선시대 사람들도 피서를 떠났을까요?
P : 글쎄요...조선시대 선비들은 매일 책 읽느라 놀지 못했을 것 같은데요. 
T : 사실 조선시대 사람들이 피서를 즐겼다는 사실을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조선시대 여름 피서를 얘기해 볼게요. 우선 선비들은 더운 여름에 연꽃이 만발한 자신의 정원에 벗들을 초대했습니다. 바로 연꽃을 감상하며, 연꽃잎에 담은 술을 마시기 위해서입니다.
H : 연꽃잎으로 술을 담을 수 있나요? 
T : 연꽃잎으로 술을 담은 건 아닙니다. 다만 연꽃잎을 술잔으로 사용했습니다.
A : 술잔이요? 어떻게요?
T : 우선 두 개의 사진을 보면서 말씀 나누어 보겠습니다.

L : 연잎 위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네요. 아마도 연잎이 이슬이나 빗물을 흡수하지 않으니까, 물이나 술이 줄줄 새지 않았을 거 같아요. 
T : 아주 정답과 비슷했습니다. 사실 연잎은 물이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물이나 술을 담아두기에 좋은 재료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이 연잎 속에 술을 담아서 넣고, 비녀처럼 생긴 막대기로 연잎을 꿰어 봉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사진을 보시면 연대가 연잎에 매달려 있죠? 이 연대는 바로 우리가 지금 흔히 사용하는 빨대의 역할을 했습니다.
P : 어머나! 그러니까 연잎 속에 술을 담아 넣고, 연대로 쪽쪽 빨아서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네요.
T : 네, 맞습니다. 여름철에만 즐길 수 있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특별한 술이었죠. 이런 방식으로 술을 마시는 것을 ‘벽통음(碧筩飮)’이라고 했습니다. 
H : 와...정말 기발한 생각인거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마시면 은은한 연꽃향도 느껴져서 더 운치도 있었을 거 같네요. 
T : 네. 벽통음은 선비들이 즐겼던 여름 음주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선비들이 목숨처럼 여겼던 ‘체통’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A : 아! 선비들은 국을 마셔도 후루룩 소리를 내거나, 수염에 묻지 않게 마셔야 하잖아요. 그런데 연대에 입을 대고 술을 빨아먹는 모습이 그다지 품위 있어 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T : 바로 그 점 때문에 ‘벽통음’을 꺼려하던 선비들은 굵은 연밥 속을 파내고, 연밥의 껍질을 술잔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A : 참 다양한 방법으로 술을 즐겼던 것 같아요.
T : 오늘은 이렇게 옛 사람들의 연꽃 사랑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아주 특이했던 여름 피서법, ‘벽통음’을 기억해주세요. 다음 시간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피서법 두 번째 내용을 공부하겠습니다.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사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