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세월이 빨리 간다고 쓸쓸해 한다. 과연 그럴까?  세월은 정지해 있는데 사람들 마음이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
세월과 나이의 상관관계가 자동차 속도에 비유되기도 한다. 10대는 시속 10km의 저속으로 시작해서 20대는 시속 20km로 서서이 속력을 내기 시작해 30, 40, 50대에서 가속이 붙어 70, 80대에는 70, 80km 과속으로 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이 나이가 들어 갈수록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 변화가 별로 없어 세월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캘린더는 어김없이 넘어 가니 날짜가 쏜 화살처럼 보이기 때문이리라.

흔히 코리언의 특성으로 ‘빨리 빨리’를 들 수 있다. 코리언의 DNA에 빠른 모터가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분주하기 이를데  없다. 그런 코리언들이 <느림의 미학>이 몸에 밴 호주인 사회에서 생활하는데 인내심이 무척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국제 전화 국가번호도 82가 되어 ‘빨리’를 연상케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특히 분주한 민족성을 가진 한민족에게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때로는 강제로라도 멈추어 설 때 복을 받을 수 있다.

세계 최고 부호인 미국의 빌 게이츠는 코로나 팬데믹에 즈음 하여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코로나를 지구의  병환으로 진단하고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주었다고 발표했다.
# 모든 사람이 종교, 직업, 문화, 재산, 연령에 상관없이 평등 하다.
# 세계는 하나이며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 인간이 물질의 노예로 전락했다.
#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소중하다.
# 가족 유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세월이 물처럼 흘러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와 재택근무는 세상의 변화 속도를 체감 하지 못 하게 하고 있다. 세월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 가운데 날자는 가고 있어 나이만 먹게 된다.

나이에 대한 현대와 과거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UN에서는 2015년 인간의 발달 단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발표하여 전세계 실버족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 19세에서 65세까지를 청년기
- 66세에서 75세까지를 중년기
- 76세에서 85세까지를 장년기
- 그 이후 나이를 노년기로 규정하여 당사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과거와 현재의 노인들의 육체와 정신의 건강 상태를 비교해 보면 실버족은 현재의 나이에 0.7을 곱하면 과거의 나이와 동일 하다는 속설에 공감이 간다. 그러니까 현재 80세는 과거 56세와 같다고나 할까?

과거에 한국에서는 아이가 출생하면 백일잔치를, 1년 후에 돌잔치를 베풀었다. 당시 영아 사망율이 높아서 그날까지 살아 남았다는 안심 파티라 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 부모가 60세가 되면 자녀들이 환갑잔치를 크게 벌여 친인척과 지인들을 초대했다. 이는 60세 넘어 생존한 노인들이 드물었기 때문에 장수 축하 의미였으리라.

한민족은 조선시대부터 나이로 서열을 정한다는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철저히 지켜왔다. 공사를 불문하고 나이 많은 이를 존중 해온 것이다. 호주 한인 사회의 교민 2세들이 남녀를 불문 하고 형,언니로 부르며 깍듯이 선배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아름다운 풍습이 해외에까지 전해 내려옴을 알 수 있다.

전세계 실버족들의 롤 모델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니 ‘홍고’라는 영원한 청년이 있었다. 17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화국에 동서고금을 통해 최고령 공직자의 기록이 있다.
홍고(1704-1821)는 117세 장수를 누렸으며 5번의 결혼을 했고 49명의 자녀를 두었다. 특이한 점은 그는 평생에 앓아 누운 적이 없고 시력, 기억력, 청력이 마지막 날까지 확실했다고 한다.

그의 머리카락은 100세 때, 수염과 눈썹은 112세 때 다시 까맣게 되었다. 116세 되는 해 그의 잇몸에서 새로운 2개의 사랑니가 났다. 그는 115세에 지중해 에게해에 있는 키프로스 섬 주재 베네치아 영사에 임명되었다.

그는 자신의 놀라운 불로장수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행동해서 자기를 항상 젊게 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 그는 숨지는 날까지 매일 12.8km(약 1만8천보)를 걸었다.
# 그는 매일 용모 단정한 젊은 숙녀와 동석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늙은 말은 길을 잃지 않는다고 한다. 남자는 자기가 느낄만큼 나이를 먹지만 여자는 남에게 그렇게 보일 만큼 나이를 먹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자는 늙어 감에 따라 감정이 나이를 먹고 여자는 얼굴이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와 가정에서의 아내의 지위는 정비례한다.
20대에는 가정의 귀염둥이로 출발하여 30대에 기호 식품, 40대에 가재 도구, 50대에 가보로 승격하며 60대에 지방 문화재의 직위로 자리매김하여 70대에 대망의 국보의 위치에 이르게 된다는 친구 H씨의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한편  학창 시절 대부분이 남자인 교수들의 강의 내용을 회고해 보면 30대 교수는 어려운 것을 가르치고, 40대 교수는 중요한 것을 가르치고, 50대 교수는 아는 것을 가르치고, 60대 교수는 기억나는 것을 가르쳤지 않았나 싶다.

사람은 늙어 가는데 나무는 정정이 자란다. 호주는 지상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호주 교민들은 살아서 <천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행운아들이다. 더구나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 중에서 첫번째로 꼽는 아름다운 항구로 공인되어 있다.

아름다운 자연의 축복 속에서 열심히 걷기 운동을 생활화해서 건강을 돌보고 답답한 코로나 터널 속에서도 감사와 은혜를 잊지 않도록 기도하자. 행복은 과거나 미래의 것이 아니다. 행복은 현재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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