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0월 17일, 프랑스 트로 카데로 광장에서 ‘절대 빈곤 퇴치 운동 기념’행사를 위해 10만 명의 군중이 모였습니다. 5년 뒤, 유엔(UN)에서는 극심한 빈곤과 폭력, 기아로 인한 희생자들을 기리며 빈곤 퇴치와 인권을 신장하고자 10월 17일을 ‘세계 빈곤 퇴치의 날’로 제정하였는데요. 모든 국가는 매년 ‘빈곤 퇴치의 날’을 맞아 빈곤 퇴치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국가적인 맥락에서 적절하게 제시하고, 이를 위해 노력할 것에 합의하며 이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가난이 있는 곳에 인권 침해가 있습니다.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입니다.”
– 조셉 레신스키, 1987년 10월 17일 절대 빈곤 퇴치 운동 기념행사 중 

2020년 빈곤 퇴치의 날을 맞아 발행된 “Letter to Friends Around the World’ 포스터

2020년 빈곤 퇴치의 날의 슬로건은 “모두를 위한 사회 정의 및 환경 정의 달성을 위한 공동 행동”(Acting together to achieve social and environmental justice for all)입니다. UN에서는 여전히 매년 약 140만 명의 사람들이 설사와 기생충 등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는 깨끗한 식수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한 빈곤한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10명 중 9명의 사람들은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에서 겪는 대부분의 질병은 빈곤의 결과라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빈곤’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구체적인 이미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질병으로 고통받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힘없이,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사람 혹은 그룹을 떠올리지는 않으셨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듯 빈곤에 대해 ‘개인’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능력 혹은 그가 속한 그룹의 불가항력적인 환경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국제 사회에서 많은 원조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나아지지 않은 빈곤의 현실에 개발도상국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는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책을 통해 우리가 통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빈곤’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지적하며, ‘선택’의 합리성에 대한 상대적 시각을 제시하였습니다.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의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책 표지

예를 들면,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이 모기장 설치나 백신 접종 같은 ‘예방’보다, 일어난 질병에 대한 ‘치료’에 사회적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는 이유는 오지 않는 내일 보다 당장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 그들에겐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내일의 나를 위한 모기장이나 백신 접종 같은 불확실한 투자보다는, 오늘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누리는 확실한 행복이 그들에게는 더 합리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이는 어떤 사람이든 같은 경제적인 상황에 놓이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되는 인류 모두의 동일한 심리 사회학적인 결과로, 이러한 판단의 경향성은 소득이나, 민족, 국적 등의 다른 배경과 상관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 국민들이 동일한 선택을 한다고 해도 질병 발생률이나 사망자 수치에 큰 영향이 없는 이유는 사실, 의료 보험, 건강 보험과 같은 사회 제도가 이들을 보호해 주기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결론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이 처한 상황과 삶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들은 본인들에게 늘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선택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처한 환경과 삶의 관점을 기준으로 빈곤의 문제를 바라보는 것보다, 그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상황을 마련하는 정책과 지원이 바탕이 되어야 빈곤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 이웃들과 함께 빈곤의 문제에 맞서고 있는 굿네이버스와 같은 단체들은 그러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굿네이버스는 모든 아이들이 극심한 빈곤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굿네이버스는 전 세계 38개국에서 해외구호개발 사업을 실시하며, 당장의 처한 상황에서 대안적인 선택을 할 수 없는 우리 이웃들이 더 많은 선택의 기회들을 가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아동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의 접근성을 향상시키며, 지역주민들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조합 활동을 지원하고, 사회적 기업을 통해 소득 증대 및 현지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굿네이버스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협력하여 네팔, 르완다, 방글라데시, 탄자니아 4개국에서 빈곤과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소득증대, 농촌 개발, 지역 인프라 구축, 여성과 주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새마을 제로 헝거 커뮤니티 '(Saemaul Zero Hunger Communities)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중 방글라데시 놀까 지역에서는 ‘아동 결식 횟수 : 주 3.95회 → 주 0.05회로 감소/ 초등생 우기 결석일수 : 7.5일 → 4.7일 감소/지역 주민 소득: 3,281 BDT(방글라데시 화폐 단위) → 5,666 BDT(방글라데시 화폐 단위) 상승’과 같은 프로젝트의 성과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학술지인 ‘World Development’ 저널 124호에 관련 내용이 등재되기도 하였습니다. 

‘World Development’학술지에 게재 된 프로젝트 성관에 대한 논문

"총 25회 소등 증대 교육에 참여했고, 굿네이버스로부터 초기 투자금을 지원받아 식품 가게를 운영하고 염소를 길렀어요. 단골 고객을 확보하면서 월수입도 좋아졌고, 식사를 잘 챙겨 먹다 보니 아이들의 영양상태도 좋아졌어요." 
– 방글라데시 놀까 지역 현지 주민 인터뷰 내용 中 -

‘절대 빈곤 퇴치 운동’을 주도했던 조셉 레신스키는 극심한 빈곤을 불가피한 것이나 쉽게 운명이라고 단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빈곤은 오래전부터 존재하였지만,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인류가 해결해야 하는 과업이자,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는 특정 계급과 나라에만 빈곤의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그 책임은 모든 인류에 있기 때문에 인류가 함께 빈곤 퇴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벌써 30년이 흘렀지만 ‘모두를 위한 사회 정의, 환경 정의 달성을 위한 공동 행동’이라는 빈곤 퇴치의 날의 슬로건과 정확하게 일맥상통하는 메시지이네요. 오늘은 빈곤 퇴치를 위한 우리 각 한 사람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발걸음은 COVID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이웃들에게 시리얼 하나, 파스타 하나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테니까요. 

후원문의: 굿네이버스 호주 (H. http://goodneighbors.org.au / E. gnau@goodneighbors.org /P. 0416 030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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