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 있는 이스트우드에는 지난 몇 년간 중국 이민자 인구가 늘어가면서 아파트들이 세워지고 점차 식당과 식료품점, 가구점, 보석상, 가전제품, 잡화상들도 부쩍 늘었다. 다양한 먹거리들이 있고 상가가 많아지니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차들이 붐비자 자연스레 노란 형광 조끼를 입은 주차 단속 요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면 말할 것도 없고 평일 점심만 해도 주차를 하느라 애를 먹어야 한다. 급한 나머지 아무데나 차를 대고 속히 일을 보고 돌아오다보면 주차 벌금티켓을 받기 일쑤다. 종종, 자기 차에 티켓을 발부하는 단속 요원을 보면 황급히 달려와 그저 잠시 다녀 온 건데 한번 봐달라고 애절하게 선처를 비는 광경이 눈에 띄곤 한다. 대체로 의기양양한 단속요원들은 선처를 베풀 마음이 없고 단속을 많이 할 수록 자신의 작업 수행 성과가 높아지는 점수를 쌓는 입장차이가 있으니 결국 타협이 불가능하고 스타일만 구기고 상황은 종료가 되기 마련이다. 
그 중 머리가 희고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간이 잘 안가는 덩치가 크지않은 한 단속 요원은 종종 뭇 시민에게 두려운 요주인물이다. 주차 현장에서 그 사람에게 발견되면 턱을 치켜올리고 아랫 사람을 다루는 봉건 영주처럼 차를 즉시 빼라고 고압적인 명령을 하던가, 일장 연설을 하고 결국은 티켓을 발부한다. 호된 훈육에  혼이난 위세에 눌린 죄인(?)은 입이 나와도 할 말이 없어 기껏해야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비싼 주차비 티켓을 손에들고 억울한 발길을 돌린다. 이스트우드에 특수 파견된  보안관 같은 권력을 즐기는 그의 위세는 자기 직업의 성실한 수행자로 충분히 자기 합리화로 포장할 법하다. 
과거, 완장을 부여 받은 어린 홍위병들이 거의 폭도로 변하여 옆집에 살던 이웃과  동네 시민을 잔인하게 죽이면서도 시대적 혁명과 과업을 완수한다는 그럴 듯한 권력의 명분을 삼았던 끔찍한 역사가 있었다. 모든 권력에는 늘 설득력 있는 보안관 같은 지위를 장착한 명분이 있었다. 

어제(호주 시간 9월 30일)는 미국 대선의 후보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TV 토론 대결이 열렸다. 언론은 과거 약 8천여 만명이 시청했고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1억명은 볼  것이라고 거대한 선거의  규모와 세계적인 관심의 크기를 예측했다. 트럼프가 4년여 전 등장 했을 때도 한마디 한마디 그가 던지는 말들이 많은 파장을 일으키는 정치인다운 절제와 고도의 전략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신문은 TV 토론이 난장판이었다고 논평을 했다. CNN앵커들은 “내가 본 가장 혼란스러운 토론이었다” “이것은 토론이라기 보다는 불명예 자체다” 라고 혹평을 남겼다. 
1시간 30분간 동안 정책의 진정성이 드러나기 보다는, 상대를 약 올리고 조롱하는 설전으로 일관됐다. 트럼프는 상대의 발언 중에도 끼어들어 ‘사회주의자’이며 나이든 ‘무능한 정치인’ 이라며 인신 공격을 퍼 부었고, 바이든은 ‘닥쳐’라고 응수했다. 여느 시장이나 동네 골목에서 있을 법한 싸움을 본 듯하다. 그들은 코로나를 핑계 삼아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팔꿈치 인사도 하지 않았다. 온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세계 최강의 기독교 국가의 최고 권력자들로서의 인품의 깊이와 품격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셈이다.  이들은 강대국으로 발돋움 하게된 미국의 서부 시대를 대변하는 보안관의 최고봉에 오른 인물들이다.    
체코의 문필가인 프란츠 카프카는 ‘시골 의사’라는 그의 소설에서 같은 집안의 마부에게 하녀가 겁탈을 당할 것을 알면서도 나라의 녹을 먹어야하는 국가 의사로서 병이 심각하지 않은 환자에게도 먼저 찾아가는 의사로서 자신의 직무를 핑계삼아 힘없는 여인의 인생을 방치한 주인의 내면으로부터의 방관을 문제 삼았다. 시민들과 사회를 위해 일하는 즐비한 의사와 변호사와 경찰들과 선생들과 돈 많은 부자들과 정치인들과 종교지도자들마저도 허락된 지위의 권력이 최대한 자신의 갑질을 위해 사용되는 일들이 동네마다, 골목마다 충분히 있을 법하다. 오히려 순진한 희생양같은 선량한 시민들만이 수시로 야심으로 가득한 살쾡이 같은 성정의 못된 권력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을 뿐이다. 
추석이 되어 이스트우드 상가는 가족들과 함께 명절 저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발걸음으로 더욱 분주하다. 자비를 베풀려는 지, 다행히 오늘은 노란 야광 조끼 입은 보안관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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