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일본과 한국 사회에서 『미움 받을 용기』가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현상은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과 눈치를 보고 미워하며 살아온 불편한 대상관계를 참는 것이 덕목으로 살아 온 사회의 목소리입니다. 이제 더 참지 말고 미움 받을 용기로 자신을 위로하고 사랑하자는 호소입니다. 타인을 위한 인내가 아니라 자신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사랑을 하자는 소리입니다.

인내를 하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힘이 필요합니다.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데 힘을 온전히 쓰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한계 때문이지요. 인내할 수 없는데 참고 견디라는 덕목으로 포장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타자와 자신을 바라보고 수용하는 힘을 쓸 수 없었습니다. 인내하는데 사용하는 에너지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몸에 병이라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옵니다.

이제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 좋고 설레며 그리움을 행동으로 옮기는 희망을 스스로에게 주고 찾아가 보세요. 수직의 인간관계를 살아가야 하지만 수평으로 평등하게 내어놓을 수 있는 현실과 만나보세요. 좋아하는 친구와의 만남 또는 성당의 고해성사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수평적 위로의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랑받는 고요한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지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미움 받을 용기를 지녀야 하는 이 모습에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죄책감 그리고 반성이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들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하는 미안함을 넘어 일종의 착하게 살지 못한 죄의식이 동기가 되어 봉사활동에 참여한답니다.

칭찬받을 욕망에서 착하게 살지 못해 생긴 죄의식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금기된 것을 욕망할 때 죄의식은 발생합니다. 아담과 하와도 먹지 말라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열매를 금식하지 않으려는 욕망에서 그 의식이 출발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욕망의 실행이 죄입니다. 이것이 원죄, 짊어진 죄입니다. 미움 받을 용기는 그 속의 죄의식과 불안을 이겨내고 죄 짓기 이전의 아담과 하와의 상태 곧 온전한 몸으로 돌아가도록 일어나라는 용기와 응원입니다.

죄의식에서 일어서면 나의 세계에서 벗어나 온 세상을 위해 연대할 수 있습니다. 믿는 이들에게 주시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주된 메시지입니다.“세상 밖으로 나가라!” 한비야의 말처럼 용기도 가져보세요.“지구 밖으로 행군하라.”세상 밖으로 나가 보세요. 당신은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죄책감이 아니라 용기와 위로를 전하고 있습니다. 불신과 죄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로 걸어갈 수 있는 환경으로 사람을 인도합니다. 사람을 단죄하고, 사람들에게 죄를 끊어버리고 뉘우치는 변화를 위한 어떤 압박을 하지 않습니다. 정화의 물세례를 받도록 죄인의 회개를 선포한 요한과 달리 예수님은 죄가 아니라‘죄 없던 본래의 사람이 되는 것, 죄의식으로부터 해방된 온전한 사람’에 집중하였습니다. 미움 받을 용기 속에 잠재해 있는 사람의 죄의식과 눈치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어 주었습니다.‘회개하라’metanoeite는 온전한 인격과 마음에서 드러나는 본래의 자기 자신이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전하는 온전한 인격과 마음이란 생활에서 부드러움, 행동에서 겸손, 사람에 대한 태도에서 신뢰, 완벽한 사람의 모습, 일치를 말합니다. 온전한 마음과 인격을 만나도록 나를 인도하는 것은 사랑이지요. 예수님의 유언(遺言)입니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겸허하며, 함께 하나 되도록 기도하면서‘서로 사랑할 것'을 마지막으로 남겼습니다. 죄의식을 사랑으로 내려놓도록 인도합니다. 죄인이든 아니든 모두가 본래 자기의 존재로 온전한 사람이 되라고 용기를 줍니다. 부활 후 두려움과 죄의식 속에 남아있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용서의 말씀’과 함께 숨을 내쉽니다. 성령을 불어 넣어주며 죄의식이 남지 않도록 용서하고 서로 용서받듯이 용서하며 하나 되는 일치로 초대합니다. 예수님의 메시지는 강요와 설득에서 멀고 용기와 위로 그리고 배려와 응원 자체입니다. 예수님이 선물한 위로의 언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온유, 겸손, 신뢰, 하나됨, 용서, 상호애(相互愛), 긍정과 칭찬입니다.

죄책감과 불안 그리고 불신을 넘어서 온전한 자신이 되도록 초대하는 용기와 위로 그리고 사랑입니다. 이 덕목들이 자신을 늘 새롭게 변화하도록 움직이는 힘이 됩니다. 나를 만나도록 초대하는 따뜻한 위로가 또한 하느님과 가장 가깝게 존재하도록 합니다. 온전한 존재로의 초대이지요. 변화할 것을 강요하거나 끌고 가지 않습니다.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실행은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상대방의 뜻을 소중하게 묻습니다. 온전한 나를 만나는 길뿐 아니라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심지어 종교와 인간관계에서도 절실한 방식입니다. 아무리 중요 사안이라도 밀어붙이면, 그 가치가 얼마가지 못하고 역풍을 만나거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변화하려면 실행과 적용에서 상호이해와 소통 그리고 협력이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먼저 착하게 살아야 하는 책임감을 내려놓아 보세요. 아직은 완전하지 않지만 온전한 나를 만나도록 따뜻한 위로가 응원할 테니까요. 용기를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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