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V 멜번 연초부터 조선 백자 1점 전시
‘코리안 콜렉션’ 중요 작품 확보

올해 초부터 국립 빅토리아 미술관(NGV)에는 조선 백자 달 항아리 1점이 전시되고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SMH)는 아시아관 큐레이터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이 작품을 소개했다. 한호일보는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호주인들의 관점을 이해하고자 이를 번역 정리했다. - 편집자 주(註)

하늘에 있는 달을 처음 보게 되면 그저 밝은 빛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빛이 바다와 골짜기와 함께 만들어 내는 형태와 무늬가 보일 것이다. 

빅토리아 박물관에 새롭게 전시되고 있는 한국 최고의 보석인 조선 백자  ‘달 항아리 (moon jar)’를 보고 있으면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 보았을 때 달 항아리는 그저 농구공보다 약간 큰 초라한 회색 도자기이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표면의 돌기와 불규칙함이 보이게 되는데 그 속에서 회전감을 주는 미묘한 선들을 발견한다. 도자기가 빛을 받아 반짝이게 되면 표면 바로 아래에 있는 듯한 파란 정맥이 드러난다.
웨인 크로더스(Wayne Crothers) NGV 아시아 예술 수석 큐레이터는 “조선 백자를 전시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호주 미술관으로서는 유일하게 달 항아리를 전시하게 되면서 NGV의 한국 작품 컬렉션은 호주에서 최고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NGV 멜번에 전시 중인 조선 백자 달 항아리

그는 “(달 항아리의) 정적(stillness)을 만들어 내는 것은 공허함(emptiness)과 침묵(silence)인데 이는 현대 미니멀리즘 예술 작품의 필수적 자격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백자의) 형태가 어떤 분위기(an atmosphere)를 만들어 내는데 이 속에서 관람자와 작품 사이의 침묵의 대화가 발생한다. 평온 (tranquillity)과 평화(peace)의 조용한 전이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더스는 “한국은 1950년 한국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일어난 아시아의 성공 신화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조선 백자 달 항아리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 미술을 관통하는 미니멀리즘적 미학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가로 34cm, 세로 35cm로 일반적인 달 항아리보다 다소 작은 크기이다.
크로더스는 “(큰 도자기에서) 대칭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달 항아리는 기술적으로도 대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달 항아리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 불완전함에 있다.”고 말했다."
달 항아리는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고 완벽의 추구라는 불가능한 작업을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것은 겸손이라는 유교적 덕목과 명상이라는 불교적 관행이 결합한 것이며 이 모든 가치가 달 항아리 작품 속에 담겨 있다. 

조선 백자는 기본적으로 하얀 빛을 내지만 굽는 과정에 따라 초록색이나 복숭아 색조가 추가되며 이를 통해 이런 복합성이 실현된다. (실제로 NGV에 전시된 백자는 약간의 녹색 빛을 띄고 있다.)
크로더스는 “조선 백자는 언제나 사색적(contemplative)이며 항상 불완전하다. 때로는 불완전함이 완벽함보다 낫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그동안 달 항아리는 전세계 부호들의 전리품처럼 여겨져 왔고 대중 전시관에 공개된 작품들은 극히 일부였다.

NGV는 지난 2년 동안 서서히 한국 작품들을 구축해 왔는데 이번 달 항아리 전시로 ‘가장 중요한 한 작품(the hero piece)’을 완성한 것으로 자체 평가한다. 

박소정 주시드니 한국문화원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NGV의 조선  백자 전시는 개인 소장자와 미술관 사이의 계약을 한국 정부가 허가하면서 이루어졌다. 박 원장은 “이러한 중요한 문화 유산은 정부의 허가 없이는 반출되지 않지만 박물관의 관심과 홍보 효과를 생각해 한국 정부가 허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