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구본창 작가’ 첫 호주 단독사진전 기획.. 호평  쇄도  
유명 평론가들 극찬, 멜번 NGV 실물 ‘달 항아리’ 전시 

구본창 조선 백자 사진전을 기획한 박소정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장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에서 구본창 작가의 조선 백자 사진전(8월 28일-11월 13일)이 열리고 있다. 호주의 유력지인 시드니모닝헤럴드의 존 맥도널드 예술평론가는  “대상과 아우라를 함께 카메라에 담는 불가능한 일을 해 냈다”라고 극찬했다. (한호일보 10월 2일자 10면 관련기사 참조)
멜번의 국립빅토리아박물관(NGV) 웨인 크로더스 아시아관 큐레이터도  조선 백자 달 항아리를 전시하면서 “미니멀리즘 미학의 완벽한 구현”이라고 평가했다. (한호일보 10월 9일자 21면 참조)
이처럼 호주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조선 백자 전시회와 구본창 작가 조선 백자 사진전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을 돕기 위해 사진전을 기획한 박소정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드니 시티의 한국문화원 전시장 외경

▲ 조선 백자가 호주를 비롯한 서구에서 인기를 끄는 배경이 무엇인가?
“조선 백자 중에서도 달 항아리(moon jar)는 전 세계적으로 30점 내외의 극히 적은 수만 남아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2018년 문화원장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꼭 소개하고 싶었던 소재이다. 달 항아리에는 중국과 일본의 공예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기교는 없다. 색깔도 무늬도 없으며 심지어 대칭을 이루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달 항아리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흔히 도예를 ‘만드는 순간의 마음이 담긴다’고 하는데 서구 예술인들은 여기에서 ‘어떤 영적인 느낌’을 받는다. 또한 달 항아리에는 유교 사상에서 나오는 소박함과 절제미가 있는데 현대인이 추구하는 미니멀리즘과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다.”

▲ 호주 언론이 구본창 작가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구본창 작가는 호주에서도 잘 알려진 예술가이다. 2016년 호주의 유명한 사진 작가인 윌리엄 양(William Yang)과 듀오(Duo)전을 호주와 한국에서 각각 개최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호주 미술계가 이미 구본창 작가를 거장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작품 중 특히 조선 백자 관련 콜렉션이 호주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해 사진전을 기획하게 됐다.”

▲ 조선 백자를 소재로 하는 예술가들은 여려명이 있는데 구본창 작가의 조선 백자 사진전이 독특한 이유는 무엇인가?
“구본창은 1980년대 유럽 잡지를 통해 한국에서 반출된 조선 백자의 사진을 보게 된다. 또 일본 잡지를 통해서도 조선의 달 항아리가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구 작가는 조선의 작품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에 대해 기쁘면서도 서글픔을 느꼈다. 이후 그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백자를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사진 작업을 위해서 개별 박물관에 가서 일일이 사진 촬영에 대한 허가를 받으며 만들어 낸 콜렉션이 바로 달 항아리 사진 작품들이다. 그는 흩어진 가족의 가족 앨범을 제작하는 기분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말한다.”

▲ 사진전의 제목인 빛(가벼운) 그림자 (Light Shadow)가 의미하는 바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한편으로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피사체의 실체를 드러낸다는 뜻이 있다. 또 한 편으로는 비현실적으로 그림자를 최소화하는 작품이라는 뜻도 된다. 구본창 작가는 한지를 배경으로 삼고 최대한 자연광에 의존해 촬영했다. 고의적으로 포커스를 맞지 않게 하고 바닥과의 경계도 일부러 아련하게 표현해 백자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백자가 영적인 존재처럼 느껴지도록 표현했다.”

▲ 작품을 감상하는 호주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호주인들은 공예 작품에 관심이 많다. 오랫동안 작품에 시간을 들이는 작가의 장인 정신을 높게 사는 것 같다. 달 항아리 사진을 보며 그림이 아니냐고 묻는 호주인도 있다. 구 작가는 이런 비현실적인 느낌을 통해 달 항아리가 겪어 온 세월과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이 서로 연결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데 많은 호주인들이 작품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문화원은 작품을 소개하면서 일제 강점기를 포함한 한국의 역사를 호주인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문화원에서 진행 중인 구본창 사진전

▲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문화원장으로서 평가를 한다면..
“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나갔을 때를 생각해 보면 당시는  한국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고 아시아라고 하면 의례 중국과 일본을 떠 올렸다. 2010년 영국 유학을 할 때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는데 당시 한류의 영향으로 K-팝 등 특정 영역에 대한 관심이 커져 있었다. 2018년 호주 문화원 원장으로 부임한 후 2년 반 동안에도 한국에 대한 호주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는데 호주인들은 영화 기생충이나 BTS의 성공뿐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드라마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정 영역에만 머물던 외국인들의 관심이 몇 년 새 한국 문화 전반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내년 2월이면 문화원장으로서 3년 임기가 되는데 소외를 말해 달라.
“해외에서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장기적인 프로젝트여야 한다. 당장의 수치에 집착하기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느리지만 꾸준히 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호주인들은 포장보다 실질적인 내용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문화원은 시장이 할 수 없는 문화의 내용을 알리는 일들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

▲ 호주 동포들에게도 한말씀한다면.. 
“호주인들을 만나 보면 한국인들이 똑똑하고 성실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동포들이 열심히 살아 준 덕분에 우리가 홍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동포들에게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개개인이 중요한 홍보대사라고 생각해 주시고 호주 문화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주위에 소개해 주시도록 당부드린다.”

내년 2월로 3년의 임기를 마치는 박 원장은 소속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로 복귀한 후 시드니에서의 경험을 살려 해외 문화원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화원 내 한옥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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