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르신들께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먼저 수업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자녀분들을 위해 어떤 태교를 하셨는지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L : 특별히 한 태교는 없고, 다만 어른들이 먹지 말라는 음식들을 안 먹었어요.
T : 옛 어른들이 먹지 말라고 금하셨던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 가자미를 못 먹게 하셨어요. 애기 눈이 옆으로 벌어져서 나온다고요.
H : 닭이나 오리 고기도 잘 못 먹게 하셨던 거 같아요. 애들 피부가 닭살처럼 된다고요.
P : 우리 친정어머니는 과일이나 음식을 먹을 때 반듯하고 예쁘게 썰어진 걸 먹으라고 하셨어요. 문지방도 함부로 못 밟게 하셨고요.
T :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이토록 조심을 했던 건, 예나 지금이나 아주 비슷합니다. 특히 요즘은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 초음파 사진으로 아이얼굴을 미리 볼 수도 있고, 심장 박동 소리도 미리 들어볼 수 있습니다. 
L : 맞아요. 우리 딸보니까 산모 수첩 같은 거에다가 빼곡하게 아이 건강상태나 예쁜 짓하는 거 전부 써놓더라고요. 
A : 요즘 젊은 엄마들은 카톡에 아이들 사진을 올려놓고 일기처럼 쓰고 그러더라고요. 우리 때는 그렇게는 못했어요.
H : 맞아요. 아이들 키우면서 1년에 한 번 씩 벽에 키를 재서 연필로 표시해 놓은 건 생각이 나네요. 
P : 우리 때는 애들이 셋 정도가 보통이어서, 애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사실 예쁜 건 손주들이 더 예뻐요.
T : 그럼 어르신들께서 직접 손주들의 육아일기를 써 보신 적 있으십니까?
모두들 : 아니요. 
T : 그래서 오늘은 제가 아주 신기한 기록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A : 정말 오래된 책인 거 같아요. 조선시대 기록인가요?
P : 한자로 ‘양아록’이라고 쓰여져 있네요.
T : 네, 맞습니다. ‘양아록’은 키우다(양) / 아이(아) / 기록(록)으로 ‘아이를 기르는 기록’이라는 뜻입니다.
H : 신기해라! 조선시대에도 육아일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네요?
T : 네, 맞습니다. 그런데 이 육아일기는 아이의 엄마가 쓴 기록이 아닙니다. 어르신들께서 잘 아시듯이 조선시대에 ‘한자’는 남자들만 익혔던 글자라, 여인들은 그저 한글 정도만 떼었을 뿐입니다.
L : 그런데 이 사진을 자세히 보면, 전부 한자로 쓰여져 있네요. 혹시 아이의 아빠가 쓴 기록인가요?
T :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육아일기는 아이의 할아버지가 쓴 기록입니다.
A : 할아버지요? 조선시대 선비들은 맨날 <논어> <맹자>만 읽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육아일기도 썼다고 하니까 굉장히 특이하네요.
T : 그럼 이제 이 <양아록>에 대해서 잠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양아록은 조선시대 선비 이문건(1494-1567)이 손자를 키우면서 17년 동안 직접 쓴 육아일기입니다. 
P : 17년이요? 와아! 굉장히 오랫동안 쓴 거네요.
T : 사실 명문가문에서 태어난 이름 높은 선비가 <양아록>을 쓰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문건이라는 사람은 아내와의 사이에 5남매를 두었는데, 아내는 일찍 사별했고, 아이들은 모두 어려서 죽고 아들 한 명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아들은 장애를 지니고 있었어요. 급기야 그 아들마저도 역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들이 죽기 전에 핏덩이 아기를 남겼는데, 그 아이가 바로 이 <양아록>의 주인공, 이숙길입니다. 
H : 기구한 사연이 참 많은 사람이네요. 이제 피붙이라고는 손주밖에 없는 거네요.
T : 그렇죠. 그래서 더 애틋한 마음으로 손주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기록했던 거죠. 사진에 있는 <양아록>의 기록들을 몇 가지 그대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① “돌잔치에서 붓과 먹을 잡았으니, 훗날 진실로 문장으로 이름을 떨칠 만 하다.”
② “젖을 떼고, 내 잠자리로 불렀더니 품에 쏙 안겨 잠이 들었다.”
③ “9개월이 지나자 윗니가 났고, 11개월 때 처음 일어서게 되었다. 두 손으로 다른 물건을 잡고, 양발로 쪼그리고 앉는다.”
④ “열이 불덩이 같아 이틀 밤낮을 미음을 먹이고, 주물러 주었다,”
⑤ “아이가 열 살 되던 해에 처음으로 회초리를 들었다. 내가 화를 내고 회초리를 든 것은 아이를 절제시키기 위함이다.”
L : 어머나! 할아버지가 돌잔치에서 뿌듯해 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네요.
A : 세상에 대단하네요! 개월 수에 맞춰서 아이의 발달 상황을 자세히 기록을 했어요. 남자분들은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잘 모르잖아요.
P : 저는 아픈 손주를 보면서 할아버지가 잠을 못 이루고 있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져요.
T : 오늘은 조선시대 선비가 손자를 위해서 쓴 육아일기, <양아록>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전해오는 육아일기 중에 가장 오래된 기록이기도 해서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수업에서 뵙겠습니다.^^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사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