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작년에 발표한 세계 인구통계에 따르면  100세를 넘긴 초고령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
호주에서는 5천여명, 한국에는 1만9천여명이 100세를 돌파했고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에서는 무려 7만 여명이 초고령 인구로 등재되어 있다.

생로병사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에 비유하며 죽음을 자연의 순환 과정으로 체념하고 살고 있는 인간에게 노화가 엄연한 질병이라고 진단하며 치료가 가능하다는 학설이 발표되어 인류에게 충격적인 희망을 주고 있다.

하버드의대 유전학 교수이며 호주 NSW의대 노화연구실장으로 재직하고있는 데이비드 A 싱클레어 교수는 ‘노화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노화는 정상이 아니라 질병이며 이 병은 치료가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노화를 늦추고 멈추고 되돌릴 수 있으며 수명을 지연시키며 역전시킬 수 있고 노화를 해결하면 모든 장애와 질병에서 벗어나 누구나 건강한 장수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 날이 예견된다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노화와 유전 분야 최고 권위자인 싱크레어 교수는 노화가 질병이므로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며 노화 방지 백신을 연구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고나 할까? 인간의 수명이 길어 질 수 있다는 장미 빛 전망에 치매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치매(dementia)는 디멘트(dement: 정신이 없어진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오래전 고국에서는 '노망'으로 부르며 정신병 환자로 취급되어 사회와 격리시키기위해 방에 감금하는 슬픈 과거가 있었다.

치매는 뇌질환으로 초래된 일련의 증세로 특정한 하나의 질환이 아니다. 심각한 기억 장애로 사고력, 행동, 일상생활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노화에서 발생하는 질병일 뿐이다.

치매가 발생하는 원인과 종류도 천차만별, 무려 1백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현재 치료약이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일반 감기의 원인이 200여 가지 다양한 바이러스 때문에 아직까지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는 경우와 같다고 나할까? 다만 독감은  A, B, C로 나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되므로 백신(influenza vaccine)이 존재한다.

치매의 종류도 많으나 알츠하이머병이 80%를 차지한다. 독일 의사 알츠하이머 박사의 이름에서 따온 알츠하이머 병은 두뇌의 신경 세포 사이의 소통에 필요한 신경 전달 물질의 생성이 감소해서 발생하게 된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10년을 주기로 하며 첫 3년은 시간이 애매하게 되고 다음 3년은 공간이 애매하게 되며 그 다음 3년은 사람을 못 알아 보게된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치매 환자가 4초에 1명, 1분에 15명, 1시간에 900명이 발생한다는 우울한 집계를 나타낸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30년 후에는 1억3천만명으로 추산되어 65세 이상 노인 7명 중 1명이 환자가 된다.

장수시대에 치매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는 치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치매를 부끄러워하거나 수치스러워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치매는 감기와 같은 흔한 질병으로 우리에게 서서히 다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더 이상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할 병이 아니다.
호주 한인 사회에서도 치매 환자가 종종 발생하여 가족들의 수심을 깊게 하고 있다.

권위있는 치매 전문 의사에 따르면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발생 하면 가장 먼저 커밍아웃(coming ou )하기를 권장한다.
‘남이 알세라 쉬쉬..’할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치매 사실을 주변에 알려서 환자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적게 받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환자가 일반적인 질환으로 인식하게 하여 일상을 누리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환자를 요양 시설에 보내는 경우 보다 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주변 사람과 어울리게하는 사례가 병세를 악화시키지 않고 약의 효험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 여성인 크리스틴 브라이든은 1995년 치매 진단을 받은 후 남편의 도움으로 긍정적인 생활 태도로 여행도 하며 치매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흔히 치매에는 ‘착한 치매’와 ‘나쁜 치매’로 나뉜다고 한다.
착한 치매는 일체의 언행을 양순하게 해서 가족의 염려를 덜어 주는 반면 나쁜 치매는 언어와 행동을 포악하게 하여 가족을 불안 속에 몰아넣는다고 한다.

이 두가지 행태의 치매 증상은 가족의 환자에 대한 태도와 보호자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는 속설이 있다.
가족이 환자를 어린애를 보살피듯이 사랑으로 상대해 주면 착한 치매가 된다니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독교와 불교의 핵심 교리인 ‘사랑과 자비’의 효능이 만병 통치약(?)임을 재확인시켜 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치매를 미리 예방할 수는 없을까? 치매를 새로운 인생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비함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

치매 예방에는 3권(三勸), 3금(三禁), 3행(三行)이 있다고 권고 한다. 
* 3권(三勸): 운동, 식단(과일, 채소, 견과류, 생선 골고루 섭취). 독서
* 3금(三禁): 담배, 술, 뇌손상 
* 3행(三行): 피 검사, 취미(단체) 생활, 조기 치매 검진

덧붙여 
* 평소에 인지 능력을 향상 시킨다. 
* 음악, 미술, 서예, 언어 교육을 받는다.
* 걷기 운동을 꾸준히 계속한다.
* 잠을 충분히 잔다.
* 사회 관계망을 넓히며 사회 활동을 유지한다
.

치매 예방 습관이 장수 건강법과 일맥 상통한다. 생물학적 나이로 노년을 구분하던 과거의 시대에서 마음의 나이로 청년, 중년, 장년. 노년을 평가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이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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