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과반 이상 확보.. 50년래 최대 승리
국민당(제1 야당) 지지율 하락, ‘NZ제일당’ 참패
극우 정당 ‘어드밴스 NZ’ 0.9% 득표 그쳐

재신다 아던(Jacinda Arden) 뉴질랜드 총리의 집권 뉴질랜드 노동당이 10월 17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연임에 성공했다. 노동당은 120석 중 64석을 차지했는데 이는 50년만에 거둔 가장 좋은 결과이다. 다른 정당과 연대 없이 노동당 독자 집권 시대가 열렸다.  

2020 NZ 총선 결과는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는다. 첫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나 브라질의 자이르 볼소나로(Jair Bolsonaro)가 상징하는 강성 우파 포퓰리즘(populism)이 득세했던 세계적 보수화/자국이익주의 추세와는 다른 흐름이라는 점이다. NZ 유권자들은 총선에서 코로나-19 관련 음모론을 들고 나온 정치 세력들을 모두 냉정하게 심판했다.

포퓰리즘 뜻은 ‘가치판단, 시비의 기준을 무시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형태’를 의미한다. 11월초 미 대선에서 재선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표적인 포퓰리스트로 꼽힌다.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와 반트럼프로 극명하게 갈려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처럼 분열된 양상을 보이는 배경에 트럼프의 포퓰리즘이 큰 위치를 차지한다.

정치 전문가들은 “지난 20년 동안 NZ에서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가 차례로 집권하면서 극단주의 성향의 지지 기반인 포퓰리즘이 성공할 수 있는 토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제신다 아던 NZ 총리(노동당)가 총선 승리 후 환하게 웃었다

노동당의 여론조사 기관인 UMR의 스티븐 밀스 대표는 “수치를 보면 NZ 국민들은 1999년 이후 자신들의 정부에 근본적으로 만족해 왔다”고 말했다. 이 기간 동안 두 명의 중도 우파 총리와 두 명의 중도 좌파 총리가 이끄는 온건한 정부가 뉴질랜드를 이끌었다.

국립 여론조사기관인 쿠리아 마켓 리서치(Curia Market Research) 설립자 데이비드 파라(David Farrar)는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2008년 이래 뉴질랜드 국민들은 계속해서 긍정적인 답변을 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하나의 의회(하원)만을 가지고 있고 중립적인 공공 서비스 체제를 갖추고 있다, 정치 시스템은 잘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 국민들 대부분은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과는 대조적인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정서는 포퓰리즘이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다행히 NZ 국민들은 이를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NZ 정부의 코로나-19 규제, 예방 접종, UN, 5G 기술을 반대하며 2020년 새롭게 창당된 극우 정당 ‘어드밴스 NZ’는 올해 총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0.9%인 2만 1000여 표 획득에 한 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 밖에 이번 총선에서 의원직을 상실한 뉴질랜드 제일당 (New Zealand First)의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대표(전 외교장관)의 사례도 관심을 모은다.

피터스 의원은 지난 2017년 선거에서 뉴질랜드 제일당을 이끌고 7.2%의 지지를 얻어 총 9석을 얻은 후 소수 여당인 노동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해 왔다. 그러나 뉴질랜드 제일당은 이번 선거에서 2.6% 득표에 그치며 한 명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는데 전문가들은 그의 정치 생명이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스는 이번 선거에서 브렉시트(Brexit) 찬성 운동가인 애런 뱅크스 (Arron Banks)와 앤디 위그모어(Andy Wigmore)의 지원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선거 운동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된 것. 

윈스턴 피터스 전 외교장관이 이끈 NZ제일당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애런 뱅크스와 앤디 위그모어는 유럽 탈퇴를 위한 캠페인 (Leave.EU)을 설계한 영국의 유명한 우파 운동가들이다. 영국에서 통했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이런 방식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 이들은 피터스를 지원하면서 뉴질랜드 총선에 ‘혼란의 씨앗’을 뿌릴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홍보 컨설턴트인 벤 토머스는 “조금 더 화려해진 소셜 미디어와 다소 과장되고 전투적인 온라인 활동을 제외하면 이들의 참여가 선거 캠페인에 끼친 영향은 미비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 8월 NZ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대중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이 있다고 말한 중도 우파 국민당(National)의 게리 브라운리(Gerry Brownlee) 부대표도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브라운리 의원은 지난 25년 동안 유지해 온 크라이스트처치 일람(Ilam) 선거구의 의원직을 잃게됐다.

브라운리는 총선 다음날인 18일 공영 방송 라디오 뉴질랜드(Radio New Zealand)에 출연해 “당시 내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경솔한 발언을 했다. 코로나-19와 같은 문제는 가장 심각한 태도로 다루어 져야 한다.”고 후회했다.

이번 선거에서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참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뉴질랜드가 음모론자를 상대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가 데이비드 파라는 “어드밴스 NZ 공동 대표 선거 운동 발대식에 1천여명이 참석했다.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의 선거 운동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정치 담론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 문제” 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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