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의회 청원  10월 22일 현재  36만명 이상 서명 
“보수 연립 대변하며 수십년 선거 개입”
“머독에 맞서면 파괴 당해.. 공포심 확산”
채널 나인, 구글, 페이스북 플랫폼도 조사 대상

케빈 러드 전 총리

지난 수년간 호주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언론 지형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느껴 왔다. 실제로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k) 뉴스 코프 회장겸 CEO가 호주에서 이루어 낸 만큼의 언론 독점이 존재하는 서구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시민권자 부호인 머독은 호주에서 발행되는 일간지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나의 고향 퀸즐랜드주에서는, 케언즈(Cairns)부터 쿨랑가타(Coolangatta) 지역에서 발행되는 모든 신문과 호주의 유일한 24시간 상업 뉴스 채널이 모두 머독 소유이다. 

문제는 머독이 단순히 연로한 사업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돈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과 극우 이념의 실현에도 관심이 있다. 머독에게 이 세가지는 삼중의 묘약(aphrodisiac)이다. 그리고 그는 평생 동안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사람들을 파괴해 왔다.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머독은 호주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 하는가? 미국의 폭스뉴스(Fox News)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현상의 중심인 폭스뉴스는 선거 부정(voter fraud), 기후 조작(climate hoxes), 그 밖의 다른 음모론들을 퍼뜨리며 미국인들의 정신을 오염시키고 있다. 같은 현상(parallel universe model)이 현재 머독 소유 호주 신문들과 스카이뉴스(Sky News)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머독의 후계자로 여겨졌던 여섯 번째 자녀 제임스 머독(James Murdoch)조차 아버지의 제국에 숨겨진 의제들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를 위해 뉴스코프 (News Corp)가 허위 정보를 정당화하고, 팩트를 모호하게 하려고 고의로 의혹을 뿌려 댄다는 것이다. 이런 충격적인 발언이 있었는데도 머독 소유 출판물에서는 이와 관련된 기사가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당혹스러운 뉴스에 대한 철저한 검열은 민주주의가 활기차게 작동하는 국가가 아니라 일당 독재 국가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우리는 돌이키기 어려운 미끄러운 비탈길(slippery slope)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루퍼트 머독 뉴스 코프 회장 겸 CEO

디 오스트레일리언(The Australian), 데일리 텔리그라프(Daily Telegraph), 헤럴드 선(Herald-Sun), 쿠리어 메일(The Courier-Mail) 등 머독의 뉴스코프 계열의 신문들은 머독의 상업적, 정치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과 사업가들은 머독에 대항하면 파괴당할 것이란 점을 잘 안다. 그들은 셀 수도 없이 여러 번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해 왔다. 반면 머독의 목표에 부합하는 정치인들은 보호를 받을 것이다. 실제로 뉴스코프(News Corp)의 해직 기자들은 자신들의 기사가 축소되거나 다시 쓰였던 경험이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뉴스코프는 뉴스 보도 기관이 되는 것을 포기해 왔다. 뉴스코프는 자유당(Liberals), 국민당(Nationals)과 연정하는 정당처럼 기능한다. 이 언론 재벌은 현 정부의 주요한 통신 기관이 되어왔다. 머독 일간지들은 지난 10년 동안 모든 연방 및 주선거 때마다 자유-국민 연립정부(the Coalition)를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 18번 중 18번이다. 그리고 지금 캠페인이 진행 중인  퀸즐랜드주 선거(10월 31일)에서 19번째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2018년 자유당 당권 파동(강성 우파의 중도 성향 말콤 턴불 축출 시도)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머독은 누가 자유당의 대표가 될지에 대한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뉴스의 증가로 뉴스코프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제를 설정(agenda-setting)하고, 다른 언론들이 던질 질문과 이야기들의 틀을 짜는 것은 머독의 언론들이다. 

다른 전통적인 보도 매체들은 사업모델의 실패와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와 같이 가짜 뉴스의 온상지가 되고 있는 새로운 플랫폼들에 둘러싸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머독은 손실을 보더라도 자신이 소유한 막대한 부를 통해 신문사들을 계속 운영해 나갈 수 있고 정치적, 상업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균형 잡힌 언론은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 토대가 지금 위협받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호주의 전체 언론 지형을 검토하고, 대안적인 규제 모델을 따져보고, 미래를 위한 강하고 다양한 뉴스 매체를 보장하도록 권고하는 의회특검(royal commission)이 필요한 이유다. 
안타깝지만 호주 의회는 이 언론 재벌에 대해 체계적이고 객관적인(arm-length) 분석을 할 수 없다. 그들은 머독의 언론 권력에 매우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가 의회특검 설치를 요청하는 청원을 시작한지 몇 주가  안되어 30만 명의 호주인들이 동참했다. (온라인 서명 11월 4일 마감)

뉴스코프만이 이 특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호주인들은 또 다른 언론 대기업인 나인(Nine)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나인은 최근 시드니 모닝헤럴드와 디 에이지, 경제 신문 AFR(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리뷰) 등 호주 유력지들을 발간하는 페어팩스 미디어를 인수했고 AAP 통신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해당 통신사의 존재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온라인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해소되어야 한다.  공영 방송ABC도 공격받고 있다. (또 예산 삭감으로 2백명 이상 감원됐다.) 전문적인 기자들은 부당한 검색, 공무상 비밀유지, 정보의 자유 등 언론 관련 모든 의제가 다루어 져야 한다.

일부는 이 청원을 시작한 필자의 동기를 공격했다. 즉 이것이 신 포도(sour grapes)의 문제라는 시각이다. (즉 자신의 편이 아니기 때문에 비판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노(no)’다. 문제는 필자가 퇴임한 이후 머독의 편향성은 계속 증가해 왔고 이제 산업적인 규모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비판자들은 필자가 2007년 머독의 지지를 구했다고 언급하면서 위선자라고 말한다. 당연하다. 만약 당신이 노동당 대표였다면 당신 역시 보수 신문들이 75 대 25의 편향성에서 어떤 균형점에 접근하도록 노력했을 것이다. 

지난 주 학자인 로드 티펜(Rod Tiffen)은 헤럴드지 기고에서 줄리아 길라드 정부(노동당)에서 뉴스코프가 호주 국제 방송사가 되기 위해 입찰할 때  필자가 맡았던 역할을 공격했다. 그러나 필자는 2010년 9월, 당시 총리가 뉴스코프와 10년 2억 330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을 때 뉴스코프의 입찰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나는 입찰 및 선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내각과 심사위원들의 평가로 결정된 것이다. 결국 ABC가 호주 국제 방송사로 선정됐고 나는 이 것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말콤 턴불 총리는 호주 국제 방송 네트워크(Australia Network) 자체를 없애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우리의 외교적 영향력을 중국에 양도했다. 이 모든 것이 뉴스코프와 샴페인 잔을 맞대면서 생긴 일이다.

요컨대 지금은 호주 언론을 향한 독립조사 기구 설립을 위한 청원에 동참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거대한 암인 머독 언론 독점이 민주주의 자체를 질식시킬 것이다.

<SMH 기고>  https://www.smh.com.au/national/murdoch-s-sway-on-politics-warrants-royal-commission-20201016-p565wc.html

<케빈 러드 전 총리의 의회특검 청원>
Petition EN1938 - Royal Commission to ensure a strong, diverse Australian news media
https://www.aph.gov.au/petition_list?id=EN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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