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꽃의 계절, 화양연화’의 계절이 왔다. 샛노란 유채꽃으로 온 세상이 뒤덮인 카놀라 길(Canola Trail)을 달리고 싶었다. 그러나 왕복 8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절망은 없다. 자카란다 계절이 돌아왔다. 노란색 유채꽃은 보라색 자카란다가 피기 전, 낙화하여 무릎을 꿇는다. 보랏빛은 황제의 색이기 때문이다. 로마제국 당시 12,000개의 바다 달팽이를 부숴야 겨우 1.4g을 채취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보라색 옷을 입는다는 말은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는 말과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보라색을 입을 수 있다. 집 근처에도 몇 그루가 있다. 그래도 난 하버브리지 옆 라벤더베이나 키리빌리로 갈 것이다. 그 부자 동네에 내 집은 없지만, 보라색으로 물든 길을 지나간다고 누가 뭐라고 할 건가? 키리빌리에 관저가 있는 호주 총리 역시 나를 막지 못한다. 난 이 자유의 나라에서. 그 길을 거닐며 내 옷을 보랏빛으로 물들이게 할 것이다.

2. 
다음 주 화요일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경합한다. 누가 이 시대 최고 강대국 대통령의 옷을 입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매스컴과 여론조사기관들이 자신들의 예상을 내놓지만, 2016년 선거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중국과 북한에 대한 정책이 달라진다. 당연히 한국과 호주는 심하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그런 변화가 영원하지 않다. 길어봐야 4년 혹은 8년이다. 그동안 미국이 확 달라지지는 않는다. 미국을 이끄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헌법이기 때문이다. 헌법을 수호하는 정점에 연방대법원이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대단한 관심을 끌었던 기관이다. 미국 최고의 사법 기관으로,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권고와 동의 하에 연방대법원장과 8명의 대법관이 임명된다. 일단 임명되면 ‘선한 행동을 하는 동안’ 죽을 때까지 종신직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18일 긴즈버그 대법관이 세상을 떠났다. 트럼프는 그 후임으로 보수의 아이콘인 48세 에이미 코니 배럿의 임명절차를 강행하여 지난 10월 26일 임명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무려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되었고, 연방대법원의 이념 구도를 보수 6, 진보 3으로 바꿔 놨다. 그렇게 트럼프는 재선 이후의 제왕적 꽃 길을 철저하게 준비해 놓았다. 

그러나 신임 대법 판사가 존중하는 것은 자신을 임명한 트럼프의 당리가 아니다. 그녀는 원전주의(Originalism)를 따른다. 미국 헌법을 작성한 ‘건국 아버지들’의 뜻과 목적을 보존하고 지키려는 사상이다. 이 사상에 대립 되는 것은 ‘살아 있는 헌법(The Living Constitution)’이다. 헌법을 존중하지만, 변화한 현실을 고려하여 헌법을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주의다. 미국은 이 두 사상의 각축을 통해 발전해 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수정 헌법’이다. 1787년에 만들어진 7조 21항의 헌법을 기초로, 1791년 10개의 수정 헌법이 나왔고, 27조까지 더해졌다. 미국은 이 헌법을 기초로 운용된다. 근본을 지키며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 헌법이다. 미국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한 대통령의 꿈이 아니다. 이 헌법에 기초한 연방주의다. 50개의 주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당리당략이 각자이지만, 그들 모두는 헌법의 권위 아래 들어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 헌법 준수를 위해 검찰이 있고, 경찰과 군대, 그리고 FBI와 CIA가 있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각 개인의 자유다. 심지어는 공화당이 배출한 대통령에 대해서도, 공화당원이 공공연히 반대할 자유를 인정한다.

공화당 상원의원 수잔 콜린스가 그 예다. 이번 배럿 대법관을 임명할 때 필요한 것은 100명으로 이뤄진 상원의원의 과반수 표결이다. 현재 공화당원 수가 53명이니, 53:47이 나와야 정상이다. 그런데 52:48이 나왔다. 공화당 4선 의원 수잔 콜린스가 반란표를 던진 것이다. 그녀의 반란은 유서가 깊다.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 때에는 ‘트럼프는 대통령에 필수적인 자질이 결핍되었다’라고 주장했고, 2018년 10월에는 트럼프가 지명한 브렛 캐노버 연방판사를 향해서도 입장을 유보했었고, 이번 배럿 후보의 인준 투표를 대선 이후로 미루자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임명 반대표를 던졌다. 그런 분이 여전히 공화당에서 4선 의원으로 일하며, 미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국토안보부’ 담당 위원장으로도 활동하며, 사사건건 트럼프가 하는 일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자유 때문이다. 그런 자유가 있으므로 미국은 세계 최강의 자리를 계속 지켜 나갈 것이다. 로마제국을 천년 동안 떠받힌 것이 ‘법’이듯이, 미국 역시 건국의 아버지들이 만들어 놓은 헌법을 제대로 지키는 동안 견고할 것이다.

3. 
선진국은 다른 것이 아니다. 정의와 자유의 법을 만들어, 모든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나라다. 대통령도 어떤 조직도 헌법 위에 설 수는 없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며,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그토록 아름답던 유채꽃과 자카란다도 순식간에 지며, 권력이 10년을 가지 못한다. 한 나라가 천년을 가려면 좋은 법을 만들어, 법대로 지켜야 한다. 그 중 영원한 법은 ‘하나님의 법’이다. 호주 헌법을 보면 제일 앞에 ‘전능하신 하나님의 축복에 겸손히 의지한다’란 말이 나온다. 지극히 세속적인 현시대에도 호주가 가장 좋은 나라인 이유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높이고 있는 헌법 덕분이다. 그리고 그 헌법의 공정한 실행을 믿고 감시하는 국민 때문이다. 난 그들의 일원이 되어 기어코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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