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W 자유-연립 여당은 지난해 선거에서 승리로 12년(3연속) 집권을 보장 받았다. 올해가 집권 9년차인데 최근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인기가 높은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가 스캔들의 중심에 놓여 있다. 

#1. 주총리 신뢰성 타격
ICAC(독립부패조사위원회)의 데릴 맥과이어 전 NSW 의원(자유당) 부패 혐의 조사를 통해 충격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설상가상으로 베레지클리안 주총리가 맥과이어 전 의원과 올해 8월까지 약 5년 동안 비밀 내연관계를 지속해온 것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충격을 던졌다. 
주총리가 맥과이어 전 의원의 이권 개입(부동산 개발, 이민 비자 스폰서쉽 등)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와 혹시라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주총리는 공과사를 분명히 구별했으며 잘못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신뢰성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2. 지자체 지원펀드 여당 집중 및 증거 인멸 의혹
NSW 연립 여당은 2019년 3월 NSW 선거 전 약 2억5천만 달러의 지자체 지원예산을 배분했는데 이 돈의 대부분이 여당 지역구에 집중됐다. 전형적인 '포크-배럴링(pork-barrelling)' 의혹인 셈이다. 포크-배럴링은 지역구의 선심사업을 위해 정부의 예산을 남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2억5천만 달러 중 약 1억4천만 달러를 베레지클리안 주총리가 직접 배분했다. 다분히 선거를 앞둔 선심 공세였다는 의혹을 받는다. 더욱이 주총리가 해당 예산 배분 관련 서류와 파일을 모두 파쇄(제거)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증거 인멸’ 의혹까지 추가돼 파문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주총리는 “정부기록보관법에 따라 해당 서류를 제거했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경찰청장과 정보 커미셔너에게 관련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하도록 촉구했다. 

재선에 성공한 연립 주정부는 지자체 통폐합을 강력 추진했지만 상당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부분 통폐합으로 종결되면서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한인 밀집지역인 라이드시, 쿠링가이, 혼스비, 윌로비, 레인코브, 헌터스힐, 힐스 샤이어 등 시드니 북부와 북서부 지역은 종전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19년 NSW 선거는 연립의 승리를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통폐합을 위한 당근으로 마련한 2억5천만 달러의 지자체 지원펀드는 여당으로서 선거를 앞둔 선심 공세용으로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대표적인 여당 지원 사례는 혼스비 채석장(Hornsby Quarry) 복구비로 전체 중 3분의 1이 넘는 9천만 달러를 배정한 것이다. 혼스비는 자유당 텃밭인데 과거 채석장(민간 기업 CSR 소유 후 카운슬이 인수)으로 사용된 곳을 복구하는데 이처럼 많은 예산을 배정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사업이 없었을까? 한 예로 한인 밀집 지역인 이스트우드 한인타운 건너편 상가 지역(이스트우드 우체국 일대)은 글렌 리저브(Glen Reserve) 옆을 지나는 미복개 개천의 홍수 범람 위험 지역(flood risk zone)이다. 이로인해 이 상권은 본격적인 재개발이 불가능하다. 이 위험 요소를 해결해야 하는데 최소 6천만 달러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라이드시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주정부가 홍수 문제를 해결하고 노후 지역상권 재개발 목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 홍수 문제와 상권 재개발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구 채석장 복구보다 훨씬 더 지역사회를 위해 필요한 사업일 수 있다. 

혼스비시와 혼스비 지역구 모두 자유당 관할이다. 반면 라이드 지역구는 자유당 소속이지만 라이드 시장은 노동당 소속이다. 지자체 지원 예산 배정에서도 중요성과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된다면 이는 분명한 잘못이다. 주정부(총리실)는 혼스비 채석장 복구에 무려 9천만 달러를 배정한 이유와 타당성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런데 관련 서류가 주총리의 지시로 모두 없어졌다고 한다. 이게 납득 가능한가?  
            
이런 사업일수록 정치인들의 입김을 배제하고 전문가 패널/자문단을 통해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지자체 지원 펀드 배분 스캔들을 계기로 정치권의 고질적인 포크-배럴링도 개선되어야 한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그동안 성실하고 열성적인 노력파 정치 리더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지율도 높다. NSW의 코로나 사태 대처에서도 루비 프린세스호 유람선 대응 실패를 제외하면 성공한 것으로 호평을 받는다.
그러나 맥과이어 전 의원과 비밀 내연관계 스캔들, 지자체 지원 펀드 예산의 여당 집중 배분과 증거 인멸 의혹으로 때로는 판단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ICAC 최종 보고서(건의안)와 지자체 지원 펀드 의회조사 보고서가 제출되면 주총리가 정치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인기가 높은 호시절 무리수를 두거나 판단력이 흔들린다면 야당이 아닌 자유당 내부에서 당권 교체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지금은 조용히 관망하지만 언제 등 뒤에서 공격할지 모른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이 통용되는 곳이 정치권이다. 호주라고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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