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진


사람들은 비유로 말하죠 
콩알만 하다고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지만
한데 뭉쳐 있으면 쓸 만하죠

하룻밤 푹 잠수해 있으면
펄럭이는 풍선 거인처럼
몸이 불어나
뭔 일을 해야만 해요

일단 맷돌 맛을 봐야죠
몸이 바스러진 후
면포 속으로 들어가 한바탕 몸부림을 친답니다
얼마 후 건더기는 
비지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요

면포를 통과해도 갈 길이 멀죠
가마솥에 들어가 오래 참아야 해요
그날 안방의 노란 장판은 홍시처럼 붉어져요
가마솥이 달아오르면 
간수는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 
온몸을 투신해요
몽글몽글 서로 어깨를 붙이며 재회의 기쁨을 나눌 땐
간장 양념이 우릴 기다려요

따끈한 순두부 한 그릇
아직 끝이 아녀요
커다란 베보자기 위에 한 바가지씩 내려지고
몸매를 위해 
비지땀을 흘린답니다

환골탈태, 탱글탱글 살이 되어
김치찌개 된장찌개엔 단골
비지도 사랑받는 사촌입니다

친구들을 다 떠나보낸 나는
추운 겨울 광속에서 견디다
살얼음 깨고 나와 설날 떡국 속으로 풍덩
오랜 기다림의 시작이에요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