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고 권위 미술상 ‘아치볼드 공모전’과 함께 열려
“예술은 세상을 바꾸는 에너지.. 
미술교육은 경쟁이 아닌 표현방법을 가르쳐야”
“아이들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는 계기되길” 

리드콤 스튜디오에서 김성종 화가와 아들 김이안군

지난 10월 24일 호주 미술계의 최고 권위 미전인 아치볼드 공모전과 함께 열린 ‘영 아치 공모전’에서 한국계로는 역대 두 번째로 대상(winner) 수상자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역대 대상 수상자 2명 모두 김성종 화가가 가르친 학생들이다. 2018년 이나은(Nauen Lee, 당시 9) 양이‘My pretty mum’으로 9-12세 연령그룹의 대상을 받았다. 올해는 김이안 (Ian Joseph Kim, 9)군이 같은 연령그룹의 대상을 수상했다. 이안 군은 김성종 화가의 아들로 그림 솜씨가 부전자전임을 확인했다. 채널 나인, 시드니모닝헤럴드를 비롯한 호주 언론들도 이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리드콤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김성종 화가와 김이안 군을 만났다.

[아치볼드 공모전과 영 아치 공모전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김성종> “아치볼드 공모전은 올해로 99회를 맞는 호주에서 가장 권위있는 미술 공모전이다. 아치볼드 공모전은 화제의 인물에 대한 초상화를 심사한다. 풍경화를 대상으로 하는 윈 공모전 (Winne Prize), 현대 미술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셜만 공모전(Sir John Sulman Prize)과 함께 열린다. 아치볼드 공모전은 NSW 주립 미술관이 주관하지만 호주 전역에서 작품이 출품되는 명실 공히 호주 최고 권위의 상이다. 이 상의 명성에는 짧은 역사에서 인물을 통해 아이덴티티를 규정하고자 했던 호주 주류 사회의 열망이 반영됐다. 

영 아치 공모전은 2013년부터 매년 아치볼드 공모전과 함께 열리고 있다. 아동, 청소년들에게 예술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며 연륜이 쌓이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상은 단순히 그림의 기술적인 부분만 아니라 아이들이 주는 행복, 기쁨과 사랑스러움에 가치를 부여하여 심사한다.”

[이번 대상 수상의 의미는 무엇인가?]
<김성종> 아직까지는 아치볼드 공모전에서 한국인이 대상을 차지한 적이 없으며 입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치볼드 공모전은 호주 사회에 영향을 끼친 사람들 중 살아 있는 사람을 그려야 하는데 그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으면 초상화를 그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 아치 공모전에서는 꾸준히 결선 진출자가 나오고 있고 대상 수상자도 2018년과 2020년 두 번째다. 인종에 대한 구분이나 차별 없이 정말 미술로만 소통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국 아동들이 동포 사회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9-13세 연령 그룹에서 대상을 받은 김이안 군의 작품명이‘아빠의 붓(My dad’s brush)’이다. 그림의 대상을 아버지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이안> “영 아치는 그림 자체와 더불어 스토리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았다. 그 때 나를 수염으로 간지럽히는 아빠가 떠 올랐다. 그래서 작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버지 사진을 찍고 내가 원하는 색감으로 수정한 후 그 사진을 자료로 그림을 그렸다. 아버지는 내게 그림을 가르쳐 주었을 뿐 아니라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신 분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2020 영아치 9-12세 그룹에서 대상을 받은 김이안군

[상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했나?]
<김이안> “당초 수상자가 되면 이메일을 주겠다고 했는데 자세한 설명없이 시상일 당일 시티의 갤러리(주립미술관)로 오라고 했다. 그곳에 우리 외 두 가족이 와 있었다. 그 때까지 우리가 대상 수상자일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그런데 대기실에서 영상을 통해 수상자를 발표했는데 함께 대기하던 가족들이 차례로 연령별 대상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대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호명되자 엄마는 눈물을 흘렸고 나도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김이안 군에게 그림이란 무엇인가?]
<김이안> “예술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모든 행위라고 생각한다. 아기들의 낙서도 마음에 따라 다르다. 기분이 나쁘면 거칠게 낙서를 하고 기분이 좋으면 곱게 한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행위가 예술이다. 친구들이 그림을 그린 후에 내게 자기 그림이 어떤지 물어본다. 그런데 그 것은 그림을 잘 못하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 보다 자신을 잘 표현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똑같은 그림을 그리게 하고 서로 비교해서 순위를 매기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김성종 화가의 학생 중 두명이 영 아치 대상을 받았다.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
<김성종> “한국에서 고교 미술 교사로 활동했다. 한국의 미술 교육은 경쟁과 입시를 목적으로 한다. 호주에 오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조금 더 순수한 미술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12년 호주에서 처음으로 미술 교육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랬다. 이야기를 그림으로 구성하다 보면 직관력도 생기고 철학, 사상이 생기게 된다. 미술 교육은 경쟁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표현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림을 가르칠 때 이야기하기 보다는 먼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모티브를 찾아 내도록 돕는다.
공모전 출품을 장려하지 않았으나 2017년부터 원하는 학생이 있어 공모전 출품을 돕기 시작하면서 영 아치 공모전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2018년 첫 대상 수상자(이나은 양)가 나왔고 올해 좋은 소식이 이어졌다. 공모전을 통해 학생들이 호주 사회에서 호주인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지금도 공모전 출품을 강요하지 않지만 도움이 될 것 같은 학생들에게는 추천하고 있으며 도와주고 있다.”

김이안군의 대상 작품인 My dad’s brush

[동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성종> “미술을 할 때(그림을 그릴 때) 잘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다. 미술 교육이 경쟁과 입시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 교육은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예술은 세상을 바꾸는 에너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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